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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원 Jun 29. 2023

꼬마 암벽 등반가

 이틀 전 아이들을 데리고 집 주변 쇼핑몰에 있는 대형 키즈카페에 갔다. 일 년 만에 키즈카페에 온 두 아이는 신이 나서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그러다 구슬 수영장을 발견하고는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첨벙첨벙거렸다.

 첫째 아이구슬 수영장 안에 있는 어린이용 암벽을 발견하더니 호기롭게 올라갔다. 2년 전만 해도 이런 암벽은 몇 발자국 올라가 보지도 못했었는데 이제는 우직해진 뒷모습을 보니 든든했다.

 호기로운 뒷모습과 달리 암벽의 2/3 높이쯤 올라가더니 주저주저했다. 결국 못하겠다며 더 오르지 않고 내려왔다. 궁금해서 이유를 물었다. 아이는 윗부분으로 올라가니 플라스틱 암석의 크기도 작고 밟을만한 평평한 부분도 좁아서 어렵다고 했다. 아이에게 제안을 했다.  

  엄마가 보기에는 OO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만 더 시도해 보면 어떨까? 그래도 안 되면 그때는 엄마가 도와줄게.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한 발작 한 발작 암벽을 올랐다.

 "힘내라! 힘내라! OOO 할 수 있다!! "

 아까 포기했던 2/3 높이 지점에 다다랐다. 아이가 작은 암석위에 오른발을 올렸다. 그런데 자꾸만 발이 미끄러졌다. 다리를 좀 더 크게 뻗더니 아예 더 높이 있는 암석에 발을 디뎠다. 작은 암석 위에 아슬아슬하게 발이 얹혀 있었다. 그 채로 오른 다리를  펴더니 목적지에 두 팔을 뻗었다. 두 팔이 목적지에 닿은 채로 부들부들 떨렸다. 그 상태에서 왼쪽 발을 다른 암석으로 옮기더니 쑤욱하고 정상에 도착했다.

 누가 보면 절벽에 있는 진짜 암벽이라도 타는 모습을 보듯이 나는 손에 땀을 쥐며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상에 도착한 아이는 뒤를 돌아보더니 나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해냈다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함박웃음에 스며 나왔다.

 "OO야 정말 잘했어. 엄마는 네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서 진짜 진짜 감동했어. 오늘은 칭찬 스티커 두 개다!"

 정상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아이 양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아이는 신이 나서 그 이후로도  암벽 두 번 더 다. 두 번째, 세 번째 때에는 첫 번째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암벽 타기를 못 하겠다고 했을 때 암벽으로 힘들게 올라가는 대신 옆에 있는 계단을 이용하라고 알려줄 수도 있었고 다른 놀잇감을 또 찾도록 내버려 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성취감이라는 귀한 감정을 아이가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작은 성취를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자신감도 쌓여가고 나중에는 더 큰 성취도 해낼 수 있는 아이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니 역시 아이를 통해 작은 성취험했다. 아이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도록 기를 부여했다성취감. 이 덕분에 나도 미래의 큰 성취를 위해 한 뼘 더 다가갔다.

 OO야, 니 덕분이야. 고마워.




암벽 타는 너의 우직한 뒷모습을 보며 엄마는 네가 정말 자랑스러웠어.

앞으로도 네가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가 온다면 엄마가 지금처럼 네 곁에서 응원할게.

그때도 오늘 암벽 타기처럼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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