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와 함께 시작된 작은 습관 들이기
지난번 나의 감사한 변화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내가 말하려는 변화들이 엄청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하지만 작은 습관으로 시작해 그것들을 꾸준히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깨닫는 것들, 감사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번에는 변화의 과정과 그것들을 실천하게 된 계기를 하나씩 자세히 설명해 보려고 한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쉽고 편한 방법이 있다면 그길로 가는 꼼수 마니아(?)였다.
다이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변명을 해보자면, 아무래도 무대에 서거나 남들에게 내 모습을 보이는 일이 많은 전공과 직업에
꽤 오랜 시간 몸담았던 나는 다이어트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늘 날씬한(을 넘어서 마른 편에 속하는) 몸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고,
그런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학창 시절부터 단식이나 극단적인 절식으로 불건강한 다이어트를 일삼았던 나는
기초대사량도 엉망이었고 항상 마른 비만의 불건강한 신체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겉보기에 날씬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금 살이 찐 듯 느껴지거나 과식을 한 날이면 아무렇지 않게 약을 한 봉 뜯어 입에 털어 넣었고,
약이 다 떨어지면 한 달분씩 처방약을 쟁여두기 위해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20대의 7~8년 정도를 이렇게 보냈던 것 같다.
반면 남편은 늘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식사 또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건강한 한 끼 한 끼를 챙겨 먹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꾸준히 건강한 삶을 살아온 남편은
당장 쉽고 편하기 위해, 또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고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살이 찔까 늘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을 보며 너무나 속상하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이런 내 모습이 실망스럽다며 쓴소리도 들었다.
덧붙여 남편은 아무리 살이 쪄도 좋으니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쉽고 편하기만 한 것을 조금 버리고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애정 어린 당부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실망했다는 사실이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내가 여태껏 아무렇지 않게 해왔던 생각과 습관들이 몹시 불건강했다는 것 또한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약을 끊고 나는 역시나 요요현상을 겪었고,
초반에는 극심한 붓기와 졸음 등 요요현상 외에 다른 부작용들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늘 옆에서 지지해 주는 남편의 도움으로 정서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힘을 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닌 일일 수 있지만 인스턴트 같은 나쁜 습관을 떨쳐내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덧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또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불안한 마음을 갖지 않은 채로
건강한 식단과 함께 운동을 병행한지 만 3개월을 지나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요요를 극복하고 다시 수 킬로그램을 감량하는 것에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나쁜 습관을 떨쳐내고 건강한 삶으로 계속 걸어가려는 노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큰 행복과 자신감, 그리고 유능감을 느끼게 되었다.
또 약을 복용하는 동안 떼려야 뗄 수 없던 건조함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이
신기할 정도로 전부 사라지고 피부가 윤기를 되찾았으며,
불면증인 줄 알았던 나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숙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독한 약물로 나름 다이어트라고 생각하던 것들을 해오다가
약 복용을 끊다 보니 당연히 요요가 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운동의 이유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남편은 늘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이었고,
늘 운동의 장점을 나에게 늘어놓곤 했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너무 귀찮기도 했고 또 운동은 크게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
그저 다이어트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에,
오랜 다이어트 약 복용으로 겉보기엔 마른 몸의 상태였던 나는
아주 어리석은 이유로 운동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던 나는 잠깐의 동네 산책도 체력적으로 너무나 버거웠고
가벼운 보통 걸음으로도 러닝머신 30분을 채 걷지 못했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서 요요를 겪다보니 안되겠다 싶었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남편의 조언대로 걷기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 너무 귀찮고 15분 거리도 멀게만 느껴졌지만 일단 걸었다.
그렇게 하루에 20분, 30분, 40분 걷다 보니 멀게만 느껴졌던 거리가 점점 가깝게 느껴지고
더 멀리, 더 많이 산책길을 걷고 싶어졌다.
남편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걸으려 노력하는 내 모습을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었다.
걷기가 점점 더 좋아졌다.
그렇게 아침에 걸어서 출근을 시작했다. 집과 회사는 그리 멀지 않아서 걸어서 40분 정도면 이동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아침 운동 삼아 출근길만 걸었는데 매일 걷다 보니 욕심이 생겨 출퇴근길 모두 걸어 다녔다.
이렇게 걷기에 재미를 붙였고 쉬는 날에는 2~3시간씩 걸었다.
아침에 걷다 보니 보니 멜라토닌 생성에도 크게 도움이 되어 매일 밤 규칙적으로 잠들 수 있었고
수면의 질도 매우 좋아졌다.
걷기는 나에게 선순환을 가져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