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실을 살아가는데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된다. 거래처와의 협상뿐만 아니라 친구와 점심을 먹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만약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그 의견이 결정되기 위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듯 우리는 설득을 하고 설득을 당하는 관계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최근, 중요한 상황에서 설득하지 못한 하나의 사건을 통해 나는 설득을 잘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설득을 하고 싶은 상황에서 왜 하지 못하였는지 깊이 있게 생각을 해보았다.
Q. 설득을 잘하는 사람인가?
나는 주로 설득을 당해서 이끌리는 사람보다 설득을 해서 내가 생각한 계획대로 상황을 흘러가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전에 방향성을 잡아놓고 논리적인 근거를 통해서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하는 성향이다. 그래서 친구와 점심, 저녁 약속을 잡을 때도 약속 장소와 더불어 먹는 메뉴까지 2-3가지로 좁혀 상대방에게 제안하고 그 안에서 결정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업무적인 회의를 진행할 때도 상황에 대해서 명확히 인지시키고 본인의 입장을 강력히 주장을 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설득의 성공률은 항상 높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그렇지 못한 편인 것 같다. "목소리가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듯이 표현에 내향적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주로 논리적인 주장이 통하는 것 같지만 동일한 상황이거나 상대방도 논리적으로 강한 주장을 내 비쳤을 때는 설득을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많았다. 그렇다는 것은 나는 설득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강압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사람일 것이다.
Q. 설득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Youtube에서 과거에 했던 '알쓸신잡(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보면서 김영하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이 머리에 스쳐갔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가 필요했다고 수사학 이론에서 얘기했다고 한다. '로고스(logos)'는 상대방에게 명확한 증거를 제공하기 위한 논리'를 말한다. 사람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합리적인 이치에 근거하기 때문에 논리와 증거를 갖추지 못하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가 없다. 감정적으로 이유 없이 상대방을 비난을 해도 그 말을 듣고 있는 주변에 사람들은 이해를 할 수 없으며 설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파토스(Pathos)이다. 파토스는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의미하며 상대방의 심리 또는 감정 상태에 따라 설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상대방이 점심에 일식을 먹었으면 저녁에 또 일식을 먹으러 가는 확률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기분이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의 제안은 좋은 상태일 때보다 설득의 어려움이 더욱 많다.
마지막은 '에토스(Ethos)'이며 에토스는 설득하는 사람의 고유한 성품, 매력도, 카리스마, 진실성 등 종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한다. 기본적으로 말하는 화자를 평소에 신뢰를 하고 있어야 설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존경하는 인물이나 멘토 그리고 부모님께서 얘기를 한다면 설득을 당하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내가 생각하는 의견이 지지하는 정당에 의견이랑 상충이 되더라도 정당의 의견에 동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앞서 얘기한 '로고스'와 '파토스'가 부족해도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세 가지 설득 요소 중에 '에토스'가 가장 중요하고 '파토스', 마지막으로 '로하스' 순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나는 이 말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Q '에토스'가 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나의 설득 방식은 '로하스'부터 진행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논리적이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 그리고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내 논리력에서 문제가 있는 거겠지 하고 자책하면서 설득을 진행해왔던 것 같다. 먼저, 내가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게 만들고 상대방도 나에 대한 호감과 함께 설득을 했으면 설득이 원활하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신뢰감을 주기 앞서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앞도 하고자 한다면 친구의 입장에서는 계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설득이 되기는커녕 반발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설득을 하고자 할 때, 순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상대방이 나에게 믿음과 더불어 호감을 갖게 할 수 있는지 그러고 나서 그 사람의 기분 상태가 어떤지 마지막으로 논리적인 근거와 함께 제시를 한다면 설득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에토스'를 만드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믿고자 하는 사람의 꾸준함과 더불어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상황을 자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무심결에 던진 말들이 상대방에게 기대감을 품게 만들지만 이후, 행동이 그렇지 못하였을 때 느끼는 실망감과 더불어 신뢰감은 떨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은 신중해야 하며 내뱉은 '말'을 실천해서 상대방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상황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들이 종종 있을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 상대방과 바라보는 온도 차이가 다를 수도 있는데 "내일부터 하지머",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상황이 지켜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실망감과 더불어 신뢰를 잃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상대방한테 보인 내 신뢰를 등한시 한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자 하며 그 설득이 되지 않아 상대방을 탓하고 있는 자신을 때로는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마음과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현란한 말솜씨가 아닌 마음과 진심으로 먼저 다가가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며 오늘의 에세이를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