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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욱 Jan 03. 2022

야쿠자와 가족.

 내 인생은 꽤나 강한 굴곡을 지닌다. 그리고 패턴화 되어있다.

쉽게 말하면 10년마다 같은 흐름이 반복된다. 7년의 행복과 3년의 불행

그리고 난 막 3년의 불행을 마친 후다.


물론 딱 3년은 아니다. 불행의 3년이 시작되기 전부터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울증이 심해진다던가.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가 갑자기 낮아져서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을 보인다던가. 그로 인해 위장이 약해지고 불면증이 심해지며 외출이 줄어들고 처박혀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던가 하는 징조다. 활발하게 활동할 수 없으니 조용히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타인과의 접촉을 삼가게 되니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 폭식증이 생기기도 한다.  행복의 시기일 때 열심히 꾸미고 보이는 모습에 심하게 신경을 쓰던 것과 반대로 , 씻지도 않고 꾸미지도 않게 된다.


그래서 이 3년은 마치 속세를 떠나 산속에 들어가는 중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한데 특이한 사실이 있으니 이 3년을 보내기 직전에 난 항상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성과.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불행의 3년에 들어가게 되면서 난 이 여인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떠나보낸다. 점점 초라해지는 내 모습이 그녀에게 점점 부족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고 난 그 사실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니 이런 나를 받아줄 리가 없다는 사실도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욕심이 생기고 운명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내가 죽더라도 이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 까짓 거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어라는 마음도 생겨난다. 그래서 버텨본다. 그러면 이번엔 건강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관계도 망가진다. 나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은. 반대로 상대를 자만하게 만들고 상대가 나를 하찮은 사람으로 보게 만들게 된다. 이 균형을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다 나에겐.

좀비처럼 눈만 뜨고 있는 상태에서는 내 의지대로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걸 감당할 체력도, 정신력도 없기 때문이다.


정신력은 체력에서 나온다. 만성통증환자가 우울증을 호소하거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만성통증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그 둘은 연결되어 있고 불가분의 관계이다.


내 의지로 버티는 것은 상황이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기력이 올라오거나 아픈 곳이 없이 편한 몸을 가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불행의 시기 동안 난 항상 만성통증과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린다. 병원에 가도 답이 없다. 그냥 소화가 되지 않는다. 병원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할 뿐 그 어떤 원인도 잡아내지 못한다. 결국 한의원을 갈 수밖에 없다.

한의원은 현대의학이 잡아내지 못하는, 질병의 전조증상을 해결하기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의 시기에는 맞는 한의원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불행이 오는 동안에는 돌팔이만 만나게 된다. 먹는 보약은 몸에 맞지 않게 된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몸에 맞지 않는다.


그러니 불행의 시기에 사랑을 잡으려고 버티는 것이 결국은 내 몸을 망가뜨리게 된다.  내 몸이 사랑을 할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한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 많은 에너지를 발산하는지 아는가. )


그래서 결국 이 시기가 지나는 동안 또 한 번의 아쉬운 사랑이 탄생하게 된다. 늘 영화처럼 그렇게 끝이 난다. 이상적인 연인과 이상적인 시작을 하고 나에게 불행이 찾아오며 결국 그녀를 놓치게 되는 것.  이제 4번의 불행의 시기를 보냈으니 영화 같은 사랑도 3번을 겪은 셈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불행과 행복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 통념적인 방법으로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난 적어도 나에게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조금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인생은 너무 길다. 우리의 삶은 매일 수천 가지의 크고 작은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대부분의 사건들은 미미한 에피소드 들일뿐이다. 물론 그 에피소드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는 것은 맞지만 , 굵직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은 적어도 1년, 혹은 몇 년의 주기를 가진다. 그래서 그 사건들이 일어나기 전은 지루하고 무미건조하다.  내가 인생을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다.  누군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 난 좀 지겹다.


생각이나 확신, 믿음으로 인생을 바꿀 거라는 말은 개소리다. 타인의 지갑에서 돈을 열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생각이나 확신 믿음은 , 그가 좋은 운에 들어섰을 때 좋은 생각. 좋은 확신, 좋은 믿음으로 바뀌게 된다. 그걸 일부러 좋은 확신, 좋은 믿음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불가능하다. 생각이 바뀌더라도 육체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은 육체를 따라가지 때문이다. 그러니 백날 확신을 가지고 믿음을 가지려고 노력해도 믿음은 생기지 않는다. 기만에 불과하다.

다만 진짜 그 시간이 다가온다면 , 생각은 바뀌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인간이다.


그래서 부자들이 자기 개발서를 보면 “어 이거 내 얘기네 “ 하게 된다. 그것뿐이다. 가난한 이들이 부자 되는 법을 읽고 그대로 따라 하더라도 그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야쿠자와 가족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한 야쿠자 청년의 삶을 보여준다. 그는 영화 내내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하지 않는다. 늘 타인의 짐을 짊어지고 타인을 위해 무언가 희생할 뿐이다. 그런 인생도 있다. 분명 그런 인생도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그걸 욕할 순 없다. 그건 그의 운명이 그럴 뿐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그렇게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무의식적인 무엇인가가 그를 그런 선택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망한 인생들을 많이 본다. 망해가고 있는 인생들도 많이 본다. 그들의 선택은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부자가 못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선택의 기로에서 부자가 못 되는 선택을 늘 하기 때문이다. 그건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냥 주어진 삶이 그러할 뿐이다. 시간이 지나서 달라지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무일푼으로 태어나 알부자로 죽는 이들도 많이 있다. 운이 그렇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유 있게 태어나 가난한 길만 골라가며 늘 불평하는 이들도 있다. 운이 그렇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그러니 불평은 해봤자 아무런 득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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