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닝 바&다이닝 카페 "장프리고"
‘날마다 신선한 과일도 팝니다’
텅 빈 과일가게에 커다란 냉장고가 한 면을 가득 채웠다.
날마다 신선한 과일‘도’ 판다니, 분명 무언가 더 있을텐데 눈을 씻고 봐도 과일뿐이다.
가장 안쪽 냉장고 문을 살짝 열어보면, 익숙한 냉기대신 영롱한 조명이 일렁인다.
냉장고 문을 비집고 들어가면 비로소 다이닝 바 <장프리고>가 나온다.
서울특별시 중구 광희동2가 퇴계로 62길
일요 휴무.
알고보니 장프리고라는 이름부터 톡톡히 힌트 역할을 하고 있었다.
프랑스어로 냉장고를 뜻하는 FRIGO에 주인의 성씨인 ‘장’을 더 했다.
바깥 가게의 과일은 실제로 판매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붉은 벽돌 가정집 건물에
통통 튀는 과일들의 모습은 발길을 붙잡을 만큼 상큼하게 다가온다.
단독 주택을 개조한 이곳은 칵테일바와 야외테이블이 있는 일 층과
좌식 형태의 이층으로 나뉘어져 더욱 아늑한 분위기이다.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바테이블, 혼자서도 술을 마실 수 있게 마련된 자리이다.
장프리고는 이곳만의 다양한 창작 칵테일으로 유명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칵테일의 완성 과정을
눈에 담고싶은 진정한 ‘애주가’라면 바 테이블을 추천한다.
반층 내려가면, 신비로운 분위기의 다인석 좌석이 있다.
낮에는 카페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창호지 문이나 동양적인 조명이 다른 공간과는 분리되어 있어 더욱 특별해보인다.
장프리고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라, 프라이빗한 공간을 원한다면
이 자리가 적합할 것이다.
과일가게를 표방한 공간인만큼, 생과일을 사용한 칵테일과 주전부리를 판다.
기본 안주인 과일칩부터 과육이 담뿍 들어간 시그니쳐 칵테일까지 산뜻하다.
어떤 컨셉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며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까지 적혀 있어 고르는 재미가 있다.
꽃과 허브 그리고 과일들로 잔뜩 꾸며진 칵테일이 보기부터 만족스럽다.
한입 맛보고 나면,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칵테일을 주문하는 방법은 조금 새롭다.
각 테이블에 놓인 과일이, 그 테이블의 이름이다.
한쪽 구석 유리문으로 만들어진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주문을 해보자.
동전을 넣고 번호를 꾹꾹 누르던 예전의 기억도 되살아나고,
칵테일을 주문하는 새로운 방법에 아직 마시지도 않은 취기가 오르는 듯하다.
넓은 공간 가득 영롱한 색감이 두드러진다.
곳곳에 놓인 식물들은 예술가와 콜라보한 ‘substantial boundaries’ 전시의 일부이기도 하다.
과일가게가 칵테일 바로, 또 카페이면서 한편으론 전시 공간인
공간의 연결을 칵테일 한 잔과 함께 떠올리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겨있다.
주문하는 공간과 분리된 2층은 더욱 아늑한 느낌을 연출한다.
좌식 형태의 배치는 이곳에 아주 탁월한 선택인듯하다.
상대적으로 넓어 보이는 천장이 조명과 어우러져 전시회에 온 듯한 기분을 준다.
편하게 앉아 달큼한 칵테일과 다양한 색감들을 둘러보기엔, 이보다 좋은 구조가 없을듯하다.
P.S 오브코스의 시각
독특함과 아늑함을 한 번에 잡은 공간이 ‘힙’하기 그지없다.
기념품으로 일 층에 놓인 과일 한 알 사가는건 어떨까.
과거의 가장이 통닭을 들고 귀가했다면
힙스터의 귀가길에는 과일이 담긴 봉투가 함께하다니,
이보다 낭만적인 신세대가 있을까?
Editor. 이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