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동성애커플, 생일파티
꿈을 꾸었다. 첫째를 어딘가에 데려다주고 오는데 둘째를 집에 놓고 왔다. 서둘러 집에 와보니 둘째는 불도 꺼놓고 집 밖을 나가서 큰소리로 울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둘째는 그냥 두어도 그냥 귀엽고 예쁜데 첫째는 나에게 첫 아이라 늘 더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첫째에게는 잔소리를 하게 되고, 둘째는 오히려 나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내가 첫째에게 시키는 것 (책 읽기, 수학 풀기)등을 혼자서 한다. 그런 상황이 꿈에서도 나타난 것일까.
첫째가 오늘부터 조기축구클럽을 시작해서 일찍 학교에 갔다. 학교가 멀지 않아 오전 보충 수업이 있는 날은 혼자 가기도 하는데 오늘은 첫날이라 함께 가주기로 함.
아직도 영국 음식이 힘든 첫째를 위해 점심을 싸고, 아침을 준비하고 늦잠을 자는 둘째에게 먹일 아침까지 준비했다.
첫째를 학교에 보내고 학교 앞 벤치에 앉아 둘째에게 아침을 먹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는 엄마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아'
씩.. 웃는 둘째.
이른 시간이라 출근하시는 선생님들이 교문을 들어가신다.
한국에서는 나도 교사였는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하던 그때가 문득 떠오른다.
선생님들의 너무 캐주얼하지는 않지만 편안한 옷차림에 공감이 갔다.
긴 육아휴직 후 출근 할 때는 늘 감사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나를 이렇게 받아주는 곳이 있다니 오늘 하루도 감사히 열심히 지내야겠다.'는 마음을 내려고 노력했다. 사실 노력하지 않아도 그런 마음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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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둘째 반 친구의 생일 파티에 다녀왔다. 영국은 이렇게 내수경기가 돌아가는구나 싶을 정도로 파티가 많고 수반되는 산업이 많다.
과학파티, 클라이밍파티, 짐파티, 수영 파티 등 수많은 파티 장소와 동원되는 선생님들, 음식과 선물.. 둘째의 생일이 4월인데 벌써부터 준비할 생각에 걱정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뭘 준비하나 이번에는 조금 더 신경 써서 봤는데 엄마 아빠들을 위한 10개의 와인병과 맥주가 핑거푸드와 함께 준비되어 있었다. ㅎ
파티를 아이들끼리도 즐겁지만 엄마나 아빠들끼리도 소통의 장이 된다. 방학은 어떻게 보냈는지 아이를 어떤 클럽에 등록시켰는지 등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이번 파티 주인공의 엄마와 엄마(?)는 레즈비언 커플이다. 작년에 영국에 와서 전학도 이미 한번 시켜서 네 개의 반을 경험해 봤는데 동성애 부부가 거의 각 반마다 한 커플 이상씩은 있어서 생각보다도 훨씬 더 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은 동성애에 대한 찬반 논의 자체가 이미 구시대적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사회적인 잣대와 법률로 막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학년에 다른 반 동성애커플인데 정자기증자가 같다는 이야기들은 나뿐만 아니라 영국사람들에게도 '정말?' 하는 반응을 유발한다.
기증자가 같다면 적어도 절반은 같은 형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수천 명의 여성에게 정자를 제공한 남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이들이 혹시라도 만나 사랑에 빠져서 아이를 갖게 된다면 다양한 유전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이 곳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으로 안 가본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많은 것에 대한 기준이 이미 정해져 있고 따르지 않으면 루저가 될 것 같은 한국 사회에서 자란 나는 이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 부러울 때가 많다.
동성애에 대한 포용은 동성애에서 끝나지 않는다.
싱글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언급된 날은 아이의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가는 날이니 아빠에게 전달하겠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한다.
어느 사회나 그 사회가 갖고있는 문제가 있지만 런던은 사회적 낙인이 한국보다 훨씬 적은 사회인 것만은 맞는 것 같고, 우리 사회역시 지향해야할 방향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