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기억이 불어오는 날
1.
옛 기억을 소환하는
매개체들이 있다.
어떤 향이나
어떤 음식이나
또 어떤 노래같은 것들일진데
개인적으로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는
싱그러운 20대 초반의 시절로
나를 데려다주는
아주 강력한 매개체다.
평소에는 좀체
나오지 않는 스물 그 즈음의
몰캉몰캉한 감정은
"조금은 지쳐있었나봐"
라는 노랫말에
여지없이 솟구쳐 오른다.
2.
지난 목요일,
여자친구와 함께
춘천에 다녀왔다.
닭갈비를 먹으러 간 여행이었는데
어쩐지 즉흥으로
소양강 댐까지 보고왔다.
매스컴에 소개된 닭갈비 맛집은
서울 맛집들과 비슷하게
적당히 불친절했고
적당히 먹을만 했다.
소양강 처녀 동상은
어느 강 어귀에
진격의 거인처럼 서 있어서
약간 놀랐다.
3.
춘천이
노래 가사 속
힘든 일상의 도피처나 안식처의 느낌은
없었지만
서울 근교를 기차타고 가는 느낌은 좋았다.
용산에서 1시간 30분.
서울을 벗어나는
그 묘한 쾌감을 느끼기엔
최적의 거리감이다.
여행지를 두고
돌아올 시간과 편리성에 대해
구구절절 떠들어대는것을 보니
나도 이제
청춘에게서
점점 빨리 뒷걸음질 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