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브 인터레스트> : 상상에 맡긴 악의 모습

인간이기에 보지 않아도 볼 수 있다

by leesang


책이 원작인 작품은 대부분 원작 팬들을 만족 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통해 느끼고 떠올린 이미지들을 영화는 한정적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사령관이었던 루돌프 회스와 그 가족에 관한 실화다. 실제 역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책이 원작인 이 작품은 수많은 홀로코스트 영화 속에서도 높게 평가 받는 이유가 뭘까? 영화가 모두 끝나고 나서도 꺼림칙하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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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관에서는 상영 실수가 아니라고 미리 공지 했을 만큼 영화는 꽤 긴 시간의 빈 화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보게 된 첫 화면은 아름다운 한 가족의 일상이다. 피해자를 조명하는 영화는 많았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억울했는지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반대에 집중한다. 가해자의 지극히 평범하고 행복한 매일을 보여주면서 아우슈비츠의 끔찍함을 느끼게 한다. 회스 부부는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삶을 알려주며 한 없이 다정한 부모다. 하지만 동시에 유대인 하녀에게 당장이라도 수용소로 보내 죽일 수 있다며 폭언을 하고, 짧은 시간 얼마나 많은 유대인을 죽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벽 넘어 들리는 소리와 연기의 출처는 모른다는 듯이 가족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담장 밖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 없는 아이들은 심지어 그 모습을 따라하며 놀이로 즐기기까지 한다.


소름이 끼칠 정도의 회스 부부의 이중적인 모습과 함께 또 다른 대조 되는 장면들이 있다. 모든 사람이 회스 부부와 같진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말이다. 회스 부인은 집을 찾은 엄마에게 아우슈비츠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행복한 듯 줄줄 늘어놓는다. 하지만 엄마는 곧 수용소의 진실을 알고 난 뒤 견딜 수 없다는 듯 그 집을 떠난다. 매일 밤마다 동네 주민인 한 소녀는 배고픔에 힘들 유대인을 위해 사과를 숨겨 놓는다. 어둠 속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이 모습은 화면까지 색채 반전 된 듯 느껴져 큰 인상을 남긴다.


회스 마저 대조를 겪는다. 본인의 이름이 붙은 일명 회스 작전을 앞두고 인정받은 듯한 기분과 함께 모든 것이 잘 풀려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그 순간 회스는 갑자기 구역질을 하고 화면이 전환 된다. 현재 박물관이 된 장소에 일상처럼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신발들이 그 날의 일들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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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간마다 나오는 빈 화면과 큰 사운드는 스크린을 넘고 회스 집의 담장을 넘어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비 되는 장면들은 그 상상력을 극대화 시킨다. 아마 상상한 모습은 각자가 알고 있는 악의 최대치가 아닐까. 그래서 한 관람객은 해당 영화를 무서운 장면 없는 가장 무서운 영화로 평가하기도 했다.


보통의 영화는 시각과 청각으로 감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서 오감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엔딩크레딧을 미처 다 보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나조차 구역질이 날듯해서. 보는 것을 넘어 깨닫게 만드는 표현력에 감탄한 영화다. 인간이기에 보지 않아도 볼 수 있고 말하지 않아도 말 할 수 있다. 영화 후반의 회스의 구토는 마지막으로 남은 양심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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