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듣는 음악
플레이리스트에는 분위기에 따라 듣고 싶은 음악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령 출근길에는 저보다 먼저 기합이 들어가 있는 음악을, 퇴근 길에는 다정한 친구가 옆에서 재잘대는 것 같은 음악을. 집중을 해야할 적에는 피아노나 재즈 바에 있는 것만 같은 가사 없는 경음악(instrumental)을 듣습니다.
빈 시간을 채우는 플레이리스트도 있습니다. 멍하니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과일을 깎을 때나, 옅은 기분으로 잔잔히 잠겨 있고 싶을 때요. 이럴때는 기분에 맞는 적절한 음악을 찾는 것이 노력일 정도로 힘겹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이 밴드의 음악을 찾게됩니다. 밴드의 이름은 시가렛츠 애프터 섹스(Cigarettes After Sex) 입니다.
나른하고, 몽롱한 담배 연기와 관계 이후 남겨진 자아. 왠지 모르게 반쯤 빈 감정이 가사가 되어 터져나올 때, 그것이 음악으로 남는다면 이 밴드의 음악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드보컬인 필립 튜브스(Phillip Tubbs)의 중성적인 목소리와 베이스의 안정감, 드러밍의 토닥거림, 그리고 색다른 사운드로 전체 리듬을 이끌어가는 키보드까지. 네 사람의 기예가 하나의 주제로 모일 때, 감상하는 사람은 그들이 이끄는 대로, 영혼이 끌리는 대로 부유하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속절없는 곡을 찾을 때, 로맨틱한 사운드를 듣고 싶을 때, 시가렛츠 애프터 섹스의 밴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