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근이개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다. 처녀시절 아니 둥이들을 낳기 전까진 그랬다. 뱃살이 뭔가 했다. 술살로 지금보다 10킬로가 더 나간 몸무게를 유지했던 대학시절에도 남다른 허벅지를 고민하긴 했지만 뱃살 고민은 없었다.
소위 말하는 '초딩 몸매'의 소유자이기에 어디 내놓고 자랑할 몸매는 절대 못되었지만 뱃살 고민은 없었다.
그런데 둥이들을 낳고 나니 상황이 달라졌다. 낳고 나면 저절로 들어갈 줄 알았던 배가 들어가지 않는다. 지금 와서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 들어가도 나는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 누구보다도 나와있다. 자글자글 주름이 잡힌 뱃가죽은 비키니만 안 입으면 그만이라지만, 볼록 튀어나온 뱃살은 애써 둥이를 낳고 받은 훈장이라고 위로하기에도 자꾸만 나를 위축시켰다. 예전에 잘만 입던 옷들은 입었다가도 다시 벗어놓게 되고 잘 어울리지도 않는 펑퍼짐한 옷들만 찾게 되었다.
그러던 차 여러 이유로 여름휴가를 한국에서 보내게 되었고,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던 중이었다. 그날은 다시 출국하기 전 친정식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던 터였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디저트로 팥빙수를 먹으러 왔는데, 오빠가 그런다.
"너 아직 배가 많이 나와있네."
'뭘 그런 걸 새삼스럽게'라는 생각을 하며 대답했다.
"응, 배만 안 들어가네. 근데 심지어 출렁이지도 않고 단단해. 한번 만져볼래?"
남편도 아닌 오빠에게 내 뱃살을 만져보라는 게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오빠의 직업이 의사인지라 진찰받는 심정으로 진료를 의뢰했다.
오빠가 조심스래 옷 위로 배를 만져보더니, 진지한 얼굴로 "너 병원 좀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라고 말했고, 나는 아무런 심각함이 없다가 조금은 심각해져서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방문 목적을 묻는 간호사의 질문에 딱히 간단히 설명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구구절절 설명을 하니, 일단 알겠다며 앉아있으라고 한다. 그리고 초음파를 보는데, 자궁 쪽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러고 복부 초음파를 보는데, 뭔가가 보인다고 했다. 촉진에도 무언가가 만져진다며 CT를 찍어보는 게 좋겠다는 얘기와 함께 덜렁 진료의뢰서를 들고 나왔다. 괜히 더 심각해졌다.
다음날 출국이었지만, 다행히 저녁 비행기었기에 무슨 첩보작전처럼 병원을 예약하고 눈을 뜨자마자 CT를 찍으러 갔다. 태연한 듯 걱정 보따리를 한 보따리 안고서. 결과는 복직근이개.
복부에 세로 방향으로 뻗어있는 근육이 임신으로 벌어진 뒤 회복(복구)되지 않고 분리되어 있어 탈장의 위험이 있는 상태였다. 볼록 나온 배도 복근이 지탱해줘야 할 장을 지탱해주지 못해서였다.
진료실을 나오면서 더 큰 일(?)이 아님에 안도와 함께 내 몸에 좀 더 관심 두지 않았던 일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