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근이개
"여보, 괜찮데. 배에 있는 근육이 장을 받쳐줄 힘이 없어서 위가 튀어나온 거래. 일단 집으로 갈게."
병원을 나서면서 먼저 집에서 걱정하고 있을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병원에서 들은 대로 좀 더 자세히 상태를 설명해주고는 "나 이렇게 계속 배 나온 여자로 살긴 싫은데....."라고 징징거렸다.
더한 일에 대해 걱정하던걸 까맣게 잊은 채로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출국시간은 점점 다가왔고, 가져가야 할 짐들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초과 수화물 비용을 낼 각오로 꼭꼭 눌러 담은 짐들을 싣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고, 다섯 시간의 비행을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완수하고 다시 돌아왔다. 내 집이 있는 라오스로.
그러고는 한동안 내 배에 있는 근육(복직근)은 생각할 틈도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유난히 긴 이곳 방학이 아직이었기에 집에서 둥이들과 복닥복닥 지지고 볶느라 하루가 금방 갔다.
그렇게 긴 방학을 끝내고 나니 또 한동안은 등원시키느라 혼이 빠졌다.
고작 3주간의 짧은 서머스쿨을 다니다 적응할 때 즈음 방학을 맞이했으니 다시 도돌이표였다.
집에서 신나게 원복도 입고 노래 부르고 괜찮다가도 막상 유치원에 도착해서는 눈물샘이 폭발하는 둥이들을 떼어놓고 돌아서야 했기에 하루 종일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은 흘러갔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집안일로 달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울지 않고 "엄마 안녕, 이따가 봐요."라고 인사하고는, 돌아서서 뛰어갔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낮잠도 자고 오기 시작했다.
"야호!"
웃으며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온전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책도 읽고, 필요한 공부도 하고, 낮잠도 자고, 그러다 문득 잊고 있었던 내 '복직근'이 생각났다.
“아!! 복직근이개. 찾아봐야겠다.”
조금만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겪는 출산 후유증 중 하나이고, 특히 다태아 임신부들에게는 꽤 알려져 있는(튼살보다는 아니지만) 출산 후유증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걸 왜 난 여태 몰랐던 건지...) 인터넷에는 부끄러워서 쉽게 보여줄 수 없었던 내 배와 같은 모양새를 한 사진들이 어찌나 많던지...
또 호흡운동부터 해야 한다는 얘기도, 수술만이 답이라는 얘기도, 수술해도 재발이 많다는 얘기도, 계속 교정해주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후유증에 대한 얘기도 수많은 글들이 있었다.
마음 같아선 전문의를 찾아가 제대로 진료부터 받아보고 싶지만 여기선 그럴 수도 없으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찾기로 했다.
일단은 세 개의 손가락이 들어가는 복직근 간격을 줄여야 하니 호흡운동부터 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응?, 운동?, 숨쉬기 운동은 늘 하지.’라고 농담을 해대는 전형적인 운동과는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 ‘진짜’ 호흡운동도 꾸준히 하려면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마음을 굳게 다져본다.
둥이들이 준 훈장이 진짜 훈장으로 남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