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_ week 23

오, 슬픈 나의 꿈이여......

by Snoopyholic

난 참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뭐든 참 많이 해봤고 한번 시작한 것은 지속성 있게 이어나가는 편이다.

뭐 그 지속성이라는 것이 빈도수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만......쿨럭;;;;;;;;

나쁘게 보면 찔끔거리는 것이고 좋게 보면 많은 것을 두루 경험하는 인간이랄지.

어찌 보면 그림도 그런 것 중에 하나였다. 언젠가도 말한 적 있지만 나의 고딩 이후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는 바로 시작되어 스케치북도 사고 막 그랬지만.....

막상 쭉 그리지는 않았던 것.

그 사이 나는 사진의 세계에 풍덩 빠져 무진장 허우적거렸다.

밥도 굶으며 필름 사고 인화하러 충무로와 종로 바닥을 쓸고 다녔더랬지.

그건 꽤 수년 간 지속된 열정이었는데 불행이도 세상에는 나보다 월등한 장비로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받는 근사한 사진을 찍어대는 작가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하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중학교 때 소설을 써서 친구들이 마구 돌려 읽고 그랬던 나름의 인기(?) 작가) 글쓰기에의 열정을 마구 키워 막 책도 내고 그랬지.

물론 글보다 사진이 낫다, 소설가 하고 싶다는데 그럴려면 진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등등 수많은 야유를 받았지만 뭐 그런 당신은 책 낼 수 있남? 이런 태도로 일관하며.....

각종 신춘문예와 공모전에 각양각색의 작품을 가지고 문을 두드렸지만.....

낙 to the 방.

그래도 천신만고 끝에 두 번째 책도 내고 세 번째 책도 현재 진행 중에 있지만.....

늘 나의 마음은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있어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뭔가 생각이 바뀌었다. 우선 소설을 써서 절대 현재 나의 생활고를 극복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이 가장 큰 작용을 했다.

내 인생의 지각에 큰 변동이 있었고 이젠 더 이상 될 지 안 될지 심지어 되어도 내 인생의 경제적 측면에 반짝 그 이상은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소설가라는 타이틀에 그간 쏟아 부었던 열정과 시간을 들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책 계약이 성사되어 그거라도 도움이 될까 열심히 써서 원고를 넘겼지만 출판사도 사정이 있는 법.....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나에게 일정량의 돈을 지급하는 프로젝트의 구성원이 됐다. 거의 인턴의 느낌.

사실 그림이야 그냥 재미로 올해 들어서 꾸준히 그려보겠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의외로 소설 창작의 열정이 이쪽으로 옮겨갔는지 꽤 지속적으로 열심히 그리게 됐고.

그나마도 프로젝트가 바쁘니 그림도 그릴 시간이 없는 지경에 이르고 그랬더랬다. 후우.....

그러니까 결론은 소설을 못 쓰는 나의 슬픔을 그림이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더라고.

그림은 그냥 재미로 그리는 거니까 간절함 이런 것이 훨씬 덜 들어가고 실제로 과열된 머리를 식히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근데 나 뭔 소리 하려고 이렇게 주절거린 거지? ㅡ_-;;;;;;;;;;;;;;;;;;;;;;

지금 내일 중요한 미팅을 두고 극도의 불안과 긴장에 사로잡혀 있어서 이런 만행을.....;;;;

아무튼 반가운 소식은 5개를 무탈히 그렸다는 것. 아무리 힘들어도 그리고 싶으면 그리고 잤다.

20~30분이면 완성되는 그림 그리기의 매력이란.....언젠가는 소설도 다시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어떻게라도.....모르겠다. 현재 내 상태로는 무리.

슬픈 소설가의 꿈......은 잠시 잊기로 하고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살펴보러.....


#102 Colours

물감과 팔레트를 선물받았다.

:)

넘나 고마운 마음....

물론 내가 사용중인 10색 고체 물감에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걸로도 난 뭐든 그리기만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다양한 색이 생긴다는 건 그림을 그릴 때 훨씬 더 많은 기회의 장이 열리는 거란 걸 알게 됐다. 뭐 알게 된 건 나중의 일이고 저걸 해볼 당시엔 뭘 몰랐지. ㅎㅎㅎ

다들 발색표 그런 걸 만드는 것 같아서 나도 한번 흉내내봄.


#103 Flamingo

요즘 어딜 가도 홍학을 모티브로 한 물건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런 김에 그럼 나도 함 그려볼까 싶어서 선물받은 물감을 사용해서 그려봤음.

전부터 생각은 좀 해왔지만 세필붓이 너무 갖고 싶다.

지금은 전에 있던 10색 물감에 딸려 있던 붓 오직 하나로 사용 중.

근데....

이걸 그리면서 확실히 느꼈다.

물감 색이 많은 건 참 좋은 거구나...!


#104 Palm Leaf

여름이니 시원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시도해봤다.

장난처럼 막 10분도 안 걸려 그렸는데 반응은 공 엄청 들인 홍학보다 훨씬 좋다.

역시 대중의 취향이란 정말 가늠할 수 없는 것......


#105 Unexpectedly

10색 고체 물감을 좀 험하게 썼더니 넘나 지저분해 보여서 깨끗하게 닦기 위해서 별 생각 없이 동그라미를 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흰 틈새를 금색으로 칠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됐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2시 반 정도부터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끝내고 나니 3시 반.

역시 노가다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것.

그런데 그리면서는 엄청 행복했다. 사진에선 잘 안 보이지만 금색의 반짝거림이 그림을 채우면 채울수록 내 마음도 흐뭇해졌다는.

젊었을 땐 차갑고 시크한 느낌의 은색이 좋더니 이제 나이가 드는지 고급스럽게 반짝이는 금색이 좋다.


#106 SEASHELLS

바닷가 마을에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바다에 관련된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내가 참 좋아하는 것이 조개껍데기인데 어렸을 때부터 대체 무슨 생각인지 조개껍데기, 소라껍데기, 조약돌을 참 많이도 주워다 모았다.

(이건 우리 모친께는 비밀인데 1987년 처음으로 갔던 제주도에서 주어온 조개껍데기도 간직하고 있다)

늘 예쁘다 예쁘다 했으니 이번에는 함 그려볼까 싶어서 도저언!!!!!!

흠. 근데 쉽지 않더라고.

나에게 세필이 없어 그렇다면서 괜히 연장탓을 해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글을 쓰는 동안 내일 미팅이 연기됐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후우.......

오늘 나머지 시간은 조금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겠구나.

뭐하지?

그림이나 그리지 뭐~~~~~

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