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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균 Jun 24. 2020

저, 오늘부터 마술합니다.

마술을 취미로 하는 방법 1.

    제가 처음으로 마술을 시작했던 건 2014년 1월, 성인이 된 첫번째 해였습니다. 벌써 6년이 흐른 지금,지금의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그 때,마술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내가 미리 알고 있었으면 어땠을까요? 이번 기회에 새로운 취미로 마술을 선택한 사람들, 또는 마술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물어보고 싶은 점이 잔뜩 있으신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마술을 취미로 하는 방법] 시리즈입니다.


    여러분은 방금 마술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부터 마술을 배워서 TV에 나오는 마술사들처럼 멋있고 신기한 마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막막합니다. 어떻게 시작해야할까요? 뭘 사야하지? 어디서 배워야하지? 어떻게 연습해야하지?


    우선 여러분들이 어떤 장르의 마술을 하고 싶은지 결정해야합니다. 마술은 흔히 무대의 크기와 관중의 규모에 따라 두 종류로 구분됩니다. 스테이지 마술(=무대stage)과 클로즈업 마술(close-up)이죠. 먼저 스테이지 마술은 말 그대로 학교 축제에서 무대 위에 올라 보여주는 마술입니다. 무대가 크고, 관객도 상당히 많죠. 관객과 마술사 사이의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관객이 마술의 진행과정에 직접 관여하기 힘든 장르죠. 하지만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만큼 관객을 속이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클로즈업 마술은 카페에서 반대편에 앉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마술입니다. 영단어 'close'가 '가까운' 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겠네요. 클로즈업 마술은 무대와 관중석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고, 소수의 관객들을 대상으로 보여주는 마술입니다. 관객과 마술사 사이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서, 관객이 직접 마술 현상을 체험하고 목격할 수 있다는 굉장히 큰 장점이 있죠. 하지만 거리가 가까운 만큼 관객을 제대로 속이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덧)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마술의 장르는 엄격하게 구분된 개념이 아닙니다. 스테이지 마술이지만 가까이서도 보여 줄 수 있는 마술이 있고, 클로즈업 마술이지만 무대 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마술이 있죠. 실제로 스테이지 규모와 클로즈업 규모의 중간 정도 되는, 팔러 마술(parlor)을 따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이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상황에서 마술을 보여줄 것인가? 만약 여러분이 마술 동호회의 일원으로 무대 위에 올라 마술 공연을 해야한다면 스테이지 마술을 연습하세요. 사람을 자르고 붙이는 '일루젼(Illusion)' 이나 손 끝에서 무수히 많은 카드를 만들어내는 '매니퓰레이션(manipulation)'도 있네요. 다만 고려하셔야 할 점은, 독학으로 스테이지 마술을 할 경우에는 무대에서 마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적습니다. 마술 도구를 사는데 돈도 많이 들어가겠죠. 그래서 스테이지 마술은 동호회에서 여럿이 모여 공연을 직접 만들어가는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클로즈업 마술은 상대적으로 독학에 적합합니다. 굳이 공연이 아니더라도 마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카페에 앉아서 잡담을 나누다가 카드 마술을 보여줄 수도 있고, 친구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간단한 동전 마술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굳이 비싼 도구를 살 필요도 없고, 연습할 때도 큰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죠. 그래서 아마추어 마술사들의 상당수가 마술을 시작할 때, 클로즈업 마술부터 공부합니다.


    결정하셨나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마술을 하세요. 마술은 RPG 게임이 아니라서 중간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무대 마술을 해보니 나는 클로스업에서 사람들과 가까이 소통하고 싶어.” “클로스업을 해봤는데, 나는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고싶어!” 스테이지 마술과 클로즈업 마술은 깊이 파고들면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한 쪽을 선택한다고 다른 쪽을 완전히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저는 클로즈업, 그 중에서도 카드 마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도 역시 클로즈업 마술일 테니, 앞으로의 제 글에서는 클로즈업 마술을 주로 다룰 예정입니다.




<마술을 방금 막 시작한 당신에게>


    당신이 가장 처음으로 본 마술은 무엇인가요? 그 때 그 마술사는 어떤 마술을 했던가요? 그 마술을 보았을 때의 그 마음, 그 신기함을 기억하시나요? 그 신기함은 마술이 주는 일종의 선물이랍니다. 이제 선물을 받았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러 가야겠네요.


    당신의 마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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