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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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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Boy Oct 17. 2024

경주 여행2

여행 일기




6시 교동집밥 도착.



친구를 보자마자 한 번 안아줬다. 오랜만에 본 친구가 여전해서, 사실 조금 바뀐 부분을 무시하고 싶어서.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은 표현하고 싶어서.


너 장어 좋아하지? 여기 장어도 있더라.


나는 맥적구이 정식, 친구는 장어덮밥. 서로 하나씩 교환했는데, 친구가 내 거가 더 맛있다며 아쉬워했다. 괜히 추천했나 생각이 잠깐 스쳤다. 근데 파절임이 진짜 맛있긴 하더라.




동궁과 월지로 이동 중.



친구의 직진본능을 오랜만에 보고 서로 웃었다. 길치끼리 지도를 찾아봤다. 옛날 얘기를 하다 아무 말이나 하다 다

시 옛날 얘기를 했다. 내내 웃었다. 기분 좋았다.


서로 떠들며 걷다 어느덧 동궁과 월지의 반대편으로 걷고 있었다. 마침 월정교가 있었다. 이거대로 좋다며 그곳을 들르기로 결정했다.


월정교는 야경이 예뻤으나 사진으로 전부 담지 못해 아쉬웠다. 계속 폰카를 켜둔 채 잘 나올 장소를 찾았다. 친구가 유령처럼 나온 사진도 찍었고, 친구도 날 찍어줬다. 한참, 46장씩이나 찍었으나 전부 아쉬운 사진들 뿐.


나는 내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 내 미소가 예쁘지 않다. 최대한 예쁘게 웃지만, 어딘가 불행을 담은 미소가 보인다.


못생긴 게.




다시 동궁과 월지로 이동.



첨성대가 보였다. 밤에도 잘 보이도록 붉은 등으로 비추고 있어 멀리서도 잘 보였다.


감성을 모르네.


첨성대를 지나치고, 석빙고도 안 본다고 하니 친구가 그리 말했다.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실제로 유적, 문화재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아는 것도 없고, 내가 살던, 그래서 겪은 감정이 없는데.


난 나만의 감성이 있거든. 메롱하고 웃었다.


동궁과 월지 도착하고 매표소에 갔다. 두 아주머니가 각각 계산을 해주고 있었다. 나는 입장권 2천 원을 내며 그분들에게 장난스레 중학생이라고 했다. 진짜 믿을 줄 몰랐는데. 농담이라 하니 요금 2배라고 받아치셨다. 눈이 이쁘대서 기분 좋았다.


야경이 참 예뻐서 걸어가며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아쉬운 건 여전히 빛이 번져서 사진이 예쁘게 안 나온다는 것. 참 아쉽다.




롯뽄기, 꼬치구이를 먹으면서.



난 에비스라는 맥주, 친구는 잭콕. 처음 보는 맥주라 마셔봤는데, 음. 맥주네. 친구도 마셔보곤 응, 맥주네. 그러고는 서로 웃었다. 이후 테라 시키고 아무 말을 시작했다. 서로 웃기만 할 수 있는 얘기들과 삼촌 욕 두 스푼. 기억나는 건 없다.


친구와 진지한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가볍기만 한 만남은 이제 지겨우니까. 그리고 솔직 담백한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으니까. 오래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여러 생각들을. 하지만 말하진 않는다. 그는 이미 지금 상황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까. 그러니 아직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려고 한다. 아무 말을 해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으로. 일단 그것에 만족하자.


다 먹고 호텔 가는 길이 멀어 택시를 불렀다. 4천 원. 그게 신경 쓰였다.




밤 10시. 덴바스타 호텔.



편의점에서 친구의 추천으로 구매한 와인, 1865. 떨떠름하지도 않고, 부드럽고, 적당히 포도향 나는, 적당한 맛이었다. 친구가 넷플릭스로 잔잔한 영화를 틀었고, 조용히 와인을 마시다 핸드폰에 불이 들어왔다. 어머니의 목소리, 톤. 술을 마신 듯하다.


미안, 갔다 올게.


밖에서 전화를 하다 들려온 소식. 방에 들어가기 전, 담배를 내리 태운다. 얼마를 폈더라.


말해주지 마. 그게 좋아.


방에서 그리 말하는 친구 앞에서 나는 묵묵히 알겠다고 했다.


불행이 싫어 듣지 않는 친구와

불행이 싫어 말하지 않는 나.


그래서 우리가 친구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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