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뭘 힘들어. 우리가 힘들지.
열네 살 열한 살 아이들의 말이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생활하며 세 번의 계절을 맞았다. 사실 어른들의 삶이란 동네 주민 몇몇이나 한국 동료들과 만나는 것이라 크게 다를 게 없다. 어디서나 먹고 자고 살아가는 패턴은 비슷하니. 아마도 가장 다르게 살아가는 건 초딩과 중딩인 아이들일 것이다. 출발 전 이들은 큰 고민 없이 여행 가는 기분처럼 보였다. 오자마자 학교 현장에 투입(?)되어 듣고 말하고 안녕하며 매일을 살아가는 그들은 맑았다 흐렸다 한다. 같이 학교를 다니진 못하지만 옆에서 지켜본 호주 학교를 말해보려 한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교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20년 가까이 중학교 국어교사로 생활하며 학교가 내 삶이라 여기고 살았다.
비슷하면서 다르고 부러우면서도 아쉬운, 호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마치, 있잖아 수학쌤 거기는 수업시간에 계산기 쓰더라고. 저기 정보부장님 아주 온라인 시스템이 이런 식이에요. 실장님 학비랑 회계가요 이렇게 보내요- 동료 선생님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더불어 A부터 Z까지 메일 주고 받고 번역기 돌리며 부딪치고 있는 한 엄마의 체험기가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란다. 호주에 오기 전에도 그리고 여기 와서 살면서도 나는 물어볼 한국인 친구가 없는 혈혈단신 학부형이기 때문이다.
호주 면적은 남한의 78배, 인구는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이다. 호주는 워낙 땅이 넓기에 지역별 날씨도 시간도 다르다. 그러므로 교육도 지역별 특색이 다를 것인데 역시나 다른 현안들과 같이 주별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므로 내가 보고 소개하는 초등과 중등학교란 호주에서도 동부인 퀸즐랜드, 그중에서도 브리즈번의 교육활동이 될 것이다. 실제 호주 학교에서 배우는 제2외국어만 해도 시드니나 멜번에서는 한국어를 선정하여 운영하는 학교가 있지만 브리즈번의 경우는 현재 없다.(한 곳 있다고 들어서 학교 쪽에 알아봤으나 현재 운영하지 않는다고 함) 그렇게 호주 학교의 교육활동이란 4학기로 운영, 모자를 중시, 대학은 선택 등등과 같이 큰 틀은 같겠지만 주별로 세부적인 운영방식은 다를 것이다.
호주에 오기 전, 여러 학교 홈페이지들에 들어가 구경할 때 가장 신기했던 것은 모자였다. 크고 널따란 모자를 홈페이지 내의 초딩 중딩 고딩 모두들 쓰고 있었다. "엄마, 이렇게 웃기는 모자를 어떻게 쓰고 다녀?" 지금 잘들 쓰고 다닌다. 안 쓰면 안 되니까. 모두들 쓰고 가니 말이다. 땀 나면 들고라도 간다. 햇빛이 호주 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부암의 발생률이 높은 나라, 20년 전 호주에 왔을 때에도 겉으로는 별 문제없어 보였던 홈스테이 할아버지는 햇빛에 의한 피부병으로 고생하고 계셨다. 내가 어디든 나가려고만 하면 모자 챙기고 썬 크림 발랐는지 물어보셨으니. 20년 후에도 별 다름이 없다. 학교는 어떤 활동을 하든 선크림 바르고 모자 챙겨라가 기본 중의 기본 안내다. 처음에 이렇게 챙이 넓은 모자라니! 했는데 아침 등굣길과 오후 하굣길의 초중고딩이 온 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면 안 쓴 내가 이상하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학교의 등굣길에서 오늘의 미세먼지 정도를 신호등으로 나타내듯, 오늘의 햇빛 위험도를 신호등으로 세워둔 안내판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들에게는 건강과 관련한 실질적인 문제이다. 그러므로
1. 호주 학교에서 모자 착용은 중요하다.
2. 1년의 교육과정이 4학기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 싹 바뀐 쇼핑몰의 신학기 준비 안내판우리와 계절이 반대이니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은 현재 여름이며 12월 초부터의 길고 긴 방학이 진행 중이다. 이 방학을 마치는 1월 말에는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어제로 박싱데이를 마친 쇼핑몰들은 오늘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을 내리고 백투스쿨 배너를 걸고 있다. 할로윈-크리스마스-새 학기로 이어지는 시작의 흐름은 계절이 반대라 해도 뉴이어New Year에 맞추어 준비되고 진행된다. 12-1월의 긴 방학 이후 시작될 새 학년의 4학기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호주 학교의 1년 학사일정 운영>
1텀: 1월말-3월말 / 방학 2주
2텀: 4월 중순-6월 말 / 방학 2주
3텀: 7월 초-9월 중순 / 방학 2주
4텀: 9월말-12월 초 / 방학 6주
학교별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략 한 학기당 9주 정도 진행되어 1년 36주이고 학년말 방학이 조금 더 길어 전체 방학은 12주 정도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과정을 짜는 큰 틀 안에서 학교별 수업일수와 방학 등을 맞추게 되지만 역시 주 단위 큰 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학기 3~7월에 4주 정도 방학, 2학기 8~12월에 8주 정도 방학. 중간에 명절과 공휴일 연휴가 끼워져 있어 조금씩 쉬게 되는 걸 제외해도 우리나라도 역시 1년 36주 수업 진행 방학 총 12주 정도로 호주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이 진행되는 것은 우리와 동일하나, 가장 최근 뉴스를 보면 주 4일제 수업을 시범 시작하고 있어서 앞으로 금요일은 쉬는 날이 될 가망성이 높아 보인다. 학교가 그렇다면 세계에서 시급이 높은 편이라는 호주의 직장들도 주 4일제로 점차 변화되는, 듣기만 하던 일이 현실화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모자에 이어 새삼스럽게 눈에 띄었던 것은 아이들이 모두 신고 있는 검은 신발이었다. 처음에 교복을 구입하러 가니 신발은 이런 걸 사라고 유인물을 주는데 가죽이든 아니든 구두든 운동화든 모두 검정이었다. 흰 운동화 중심으로 신고 사주었던 내게는 어색하게 보였다. 그러나 신발가게에도 대형 쇼핑몰에도 아이 코너 청소년 코너에는 다름없이 모두 검은색 스쿨슈즈가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둘다 흰 운동화를 신고 왔었는데 체육 있는 날 한번 신고 가더니 자기만 흰색 신었다며 검은 운동화를 찾아 신고 갔다. 물론 담임선생님께 문의했을 때에도 괜찮다고 하셨고 체육하는 날은 흰 운동화도 크게 무리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안그래도 동양인이 적어 눈에 띄기 싫다는 두 아이들은 검정신발을 열심히 신고 가고 있다. 호주 학교 스쿨슈즈는 검정임을 기억하자.
가방이 무척 크다. 도시락을 넣어야 하니 그런가보다 했다. 가방만 보면 두 아이의 것이 비슷한 스타일이다. 가방의 입이 크고 넓직하다. 모자 자켓 치마 블라우스는 물론 뱃지나 체육모자 학년별 타이 정해진 색의 신발과 머리끈까지도 교복에 맞추어 팔고 있으며 양말까지도 학교 양말을 신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워낙 다양한 인종도 많지만 몇 개월 단위 연간 단위로 전학 오고 가는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세컨핸드-중고물품도 교복점에서 자연스럽게 판다.
학교 생활을 위한 준비물의 경우 그러므로, 잠시 거주인 경우 교복점에서 세컨핸드가 있는지 구입시 문의하면 될 것이며 신발의 경우는 지역 쇼핑몰에 가면 종류별로 검은 신발이 많으니 적절하게 아이 취향에 맞추어 고르면 된다. 도시락과 도시락 가방의 경우도 기본은 물병에 샌드위치 정도 넣는 도시락통과 간식통과 보온도시락 정도가 기본이 될 것이다. 저학년 고학년 취향이 현저히 다르므로 이 또한 호주에 와서 현지 쇼핑몰에서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된다. 아무래도 무상급식으로 학교에서 주는 밥 먹던 한국과 달리 여기는 도시락도 도시락 가방도 학생은 물론 어른들도 많이 싸가지고 다녀서 그 제품과 종류가 다양하다.
초등학교의 경우 프렙prep이라 불리는 예비초부터 6학년까지 함께 다니며 우리 아이의 경우 1-2 3-4 5-6으로 묶어 학년을 운영했다. 다시 말하면 5-6학년을 묶어서 A반 B반처럼 나누어 작년에 운영했는데 새 학년의 경우는 6학년이 많은지 6학년 A반 B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매년 재학 중인 학생들의 인원수와 나잇대를 고려하여 학급을 구성하고 담임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처럼 담임선생님이 학급 아이들을 관리하고 가르치며 음악, 미술, 체육 등의 예체능 중심 수업에서 해당 교과 선생님 교실로 이동해 수업한다. 우리 나라와 유사하다.
중학교의 경우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하이스쿨이 아닌 컬리지college로 되어 있어서 처음에 매우 헷갈렸다. 우리가 아는 컬리지는 대학에서나 보던 것이니 말이다. 우리도 사용하는 '중학교' 곧 미들스쿨은 없고 하이 스쿨이라고 하거나 처음 만들어질 때의 뜻에 따라 컬리지라고 이름 붙여진 곳들도 있다고 들었다.
실제 이 학교는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계속 이어서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중학교 3년 후 고등학교 3년이 같은 재단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마치 다른 학교처럼 별개로 운영한다면, 이 학교는 1명의 교장 아래 대표 교감 외 업무별 교감이나 학년별 담당주임교사 등으로 구성되어 큰 궤를 함께 한다. 학교의 주요 행사도 함께 운영되지만 학년별 특색에 맞게 업무별 교감이나 학년 담당 주임(아마도 우리나라 학년부장처럼)이 담임들과 중심이 되어 해당 학년을 운용한다. 비슷한 재킷의 교복을 입은 여섯 학년의 아이들이 모여있는 학교의 모습은 정말 하나의 대학같다. 중딩인 우리집 십대는 이 분위기 속에서 마치 고등학생으로 부쩍 커버린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음 편에서는 호주에 오기 전 호주 학교 편입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에서 주고 받은 편지들과 준비한 서류들, 미리 했으면 좋았을 것들 등등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길고 긴 방학이다. 어디서나 엄마아빠들은 돌밥의 시간. 내일은 또 세 끼 무엇을 해서 먹느냐- 이것은 지구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동일한 고민. 한국의 급식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