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공유
안녕 얘들아, 내가 너희 담임이야. 반갑다!
화면 속 아이들이 고개를 꾸벅했다. 빈 교실의 나는 혼자 쇼맨이 된 것처럼 손을 흔들고 교실을 보여주고
난리 부르스도 그런 난리 부르스가 없었다. 화면으로 만난 우리는 화면에서 더 익숙해서 만남이 어색했다.
이렇게 만난 아이들이 이번 수능을 마쳤으니 세월도 어느덧 3년이다. 우리 교육의 온라인 수업은 학생도 교사도 차마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00이 접속 안 되니? 전화해보자. 기다려 얘들아. 아이구 인터넷이 끊겼구나. 알겠다.
우리반 일지 시트에 써보자. 등교하면 해보고 싶은 우리반 사업을 부서별로 의논하고 올려보렴!
그랬던 우리는 눈 감고도 접속하고 걸어가면서 회의에 접속하며 온라인에서의 포스트잇이든 작곡이든 모둠이 함께 만드는 협업 프레젠테이션이나 소회의실을 이용한 그룹별 활동 등 모두가 익숙해졌다.
이것은 전면 등교 후에도 이어져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과 환경을 바꿔 놓았다. 교사들은 수업준비물로 더 이상 대형 포스트잇을 사지 않게 되었으며 학생은 시에서 배부한(서울의 경우 디벗-디지털 벗) 수업용 기기를 개인별로 수업에 소지하여 쓰고 메모하고 공유한다. 코로나 전에는 먼 미래라 여겼던 일이다.
우리 교육이 최고인 줄 알았다. 역시 우물 속에서는 우물 벽이 제일 탄탄해 보인다.
호주는 사립이든 공립이든 온라인을 활용한 수업 전달 연락 피드백 등 교육활동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먼저 교사의 경우, 학교 계정 이메일을 가지고 있어 학생들도 학부모 또한 물론 질문이 있으면 해당 이메일로 문의할 수 있다. 더 이상 교사의 개별 폰 번호를 공개하느냐 마냐 톡방에 초대를 하느냐 마느냐는 중요치 않다. 필요한 경우 메일로 답신하고 학교 교육과정이나 업무 관련은 해당 교직원이 연락을 해준다.
실제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의 학생 드랍과 픽업이 필수이므로 필요한 경우 학교를 파하고 데리러 갔을 때 담임 선생님이 간단히 문의 내용에 코멘트해주신다. 나머지 체육 모자가 없으니 행사 봉사자 업무 등등은 해당 교직원이 메일로 바로 답신 준다. 교사는 수업과 아이들 교육에 집중하는 분위기라 느꼈다.
중학교의 경우 학부모가 개별 선생님과 만날 일은 따로 없다. 교과별로 필요한 경우 테스트나 학생 개별 피드백을 보낼 때 학교 등록 시 제출한 이메일 주소로 아이와 부모에게 모두 한꺼번에 메일 공지해 준다. 중학교는 하이스쿨이니 역시나 알아서 자기가 챙기고 학교 다니는 분위기이니 교사와 부모가 만날 일은 없을 수밖에.
다만 일 년에 2번 정도 학부모 면담의 날이 있었다. 해당 행정직원이 학부모에게 이메일을 보내 희망 교과와 시간을 선택하면 가능한 면담을 확정하여 답신을 준다. 가보니 그야말로 학교 교직원 전체가 야근하는 날이다. 전체 진행과 운영을 교직원들이 도맡아 하고, 시간대별로 알람을 치고 자리를 옮겨가며 교과 선생님과 아이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교과 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기회가 되면 담임선생님도 만날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해당 시간이 차서 뵙지 못했다. 각 교과별 아이의 수업 태도와 학습 고민 등을 이야기 나눴다.
그러므로 학부모는 초등이든 중고딩이든 이메일로 많은 연락을 받는다. 오죽하면 호주에 와서 메일함을 학교별로 개설했다. 초등은 이벤트가 무엇이다, 외부체험 동의 서명하라, 4학기 우리 학년의 교육활동은 이렇다, 주별로 이번주는 뭐 했고 다음 주는 뭐 한다, 심지어 요즘 벌레가 많다 위생에 신경 써달라 등등. 중등은 주별 활동은 이렇다, 학년별 소식은 이렇다, 체육활동 대표학생 모집한다, 다음 주 특별 수업 일정을 고르라, 학생 시간표 선택과목 골라라, 역시나 주간 소식 텀의 소식 스튜던트 프리데이 등등. 양교에서 모두 메일로 연락이 오니 메일함 수신 알림을 필수 그 자체다. 나만 그러겠는가. 이미 호주 학부모는 익숙함을 알 수 있다.
우리도 그런 시스템이 있다. 이알리미 00스쿨 등의 돈 내고 쓰는 시스템이나 앱스토어 어플이나 만인의 애증 톡방이나. 그러나 폰번호와 상관없이 학부모에게는(그 나이가 얼마든) 메일로, 학생에게는 메일은 물론 교내 자체 시스템으로 전달하고 알아서들 확인 및 제출하고. 이게 당연한 것이 부러웠다. 폰 번호가 바뀌어서 답신을 확인 안 해서 공지해도 못 받았다고 항의해서 답신이 늘 없어서, 어려운 경우가 우리네 학교에선 참 많았다. 온라인 시스템이 모두에게 자리를 잡은 여기에선, 학부모가 안 궁금할래도 안 볼 수 없게 알려주고 공지하고 뉴스레터를 통해 공유한다.
특히 교직원들이 남다르게 보였다. 그들은 프로다. 등록은 물론 외국 학생도 몇 주 몇 달이든 단기 장기든 오가는 경우가 많아 해외 상담까지 도맡고 있다. 실제 학교 규모가 큰 하이 스쿨의 경우 등록 담당 직원이 따로 있고 교복샵 직원 매점 직원 학비 직원 등등 파트별 세분화되며 전문화된 직원이 각각 있어서 업무가 체계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학교의 교사는 수업에 집중하고 기타 업무적인 것들은 교직원들이 지원 혹은 운용한다는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러니 이건 어떻게 하면 되죠? 하고 담임 메일로 물었을 때 해당 행정직원이 빠르게 답신을 주지 않았던가. 나는 그 시스템이 몹시 부러웠다.
여기서 학교의 교직원은 뒤에서 서포트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간 뉴스레터를 보면 교사가 학년별로 학습과 학년 생활에 대한 안내를 한다면 교직원들도 얼굴과 이름을 내걸고 해당 업무에 대해 안내를 반드시 한다. 우리네 행정실처럼 뒤에서 정말 바쁜데 교육활동을 실은 소식지나 학교 홈페이지에 등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나라 여느 행정실이 다 그렇겠지만 학교의 행정일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그 업무량에 비해 담당직원 수는 참 적어 보인다. 내가 아는 교직원들도 늘 별을 많이 보고 출퇴근을 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작부터 잘 운용했고 평가는 물론이며 안내도 개별 피드백도 아이들의 질문과 응답 및 토론도 너무나 원활해 보이는 호주 학교 교육의 온라인 시스템이 교사로 샘났다. 교직원의 전문성을 더 돋보이게 하고 교사만큼 교직원의 자리를 분명히 찾아주는 존중과 강화가 질투 났다. 눈이 빠지게 일하다 애들 얼굴 보며 수업에 쉬고 온다는 말이 있다. 공문은 쉬지도 않고 오고 업무는 끝이 안 보이는, 공강에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업무를 보는 우리 선생님들의 현실이 눈물겨웠다. 우리가 퍽 자신 있었으니 더 부러운 게 맞다.
학교는 학생 교사 교직원 학부모가 함께 하는 공동체라는 말이 있다. 학생은 선생님을 믿고 따르며, 교사는 학생들을 아끼고 열심히 가르치며, 교직원은 수업과 교육이 잘 운영되도록 튼튼하게 업무를 운용하며, 학부모는 이런 학교의 교육활동을 공유하고 힘껏 응원해 주는 것. 어려운 일일까.
감사의 달 5월을 맞아 '감사'를 주제로 편지 쓰기를 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진행하는 활동은 뻘쭘하기 마련이지만 선생님은 지금 가르치고 있으니 초등학교 은사님을 생각하며 쓰라고 말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물론, 학원 선생님도 귀한 교육의 스승들이시라 생각한다. 다만 왜 학교 선생님들한테 편지를 써요?라는 반응을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
AI가 개별 학습도 돕고 영어 대화도 연습시켜 주는 세상이다. 그러나 학교는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또래끼리의- 어른과의- 관계가 있을 것이다. 조별 비빔밥을 만들 때 왜 나눠 먹냐는 아이에게 그것을 가르쳐주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혼자가 편한 아이들이지만 결국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럴 때 학교는 더 소중하지 않을까.
온라인 교육 비교였는데 업무에 치이고 항의에 치이는 교사들이 생각났다. 시스템도 생각을 하면 또 하나의 업무 같다. 나이스하면 좋은데 답안 유출로 밤새 시험문제를 다시 내기도 했다. 업무적인 것은 행정적인 강화라고 하지만 적은 수에 뒤에서 늘 땀 흘리는 교직원들 얼굴도 아른거린다. 학부모가 되어 보니 학부모 마음도 알겠다. 원활하고 규칙적인 공유와 피드백도 필요하다. 중심에 학생이 있다. 다시 미래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