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교복 입은 애들이 겁도 없이 운전이라니 호주 무섭네 무서워.
운전자의 얼굴이 너무 앳되다 했더니 교복을 입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비행 청소년이여. 그런데 잠시 후 다른 차도 교복 입은 학생이다. 세상에 주차장에 갔더니 전부가 다 교복 운전자 천지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것이 호주 운전 당황 1번이다.
아니 저 차는 P를 달고 있네. 이 차는 L을 붙이고 있고. 나도 뭘 붙여야 하나. 저걸 붙여야 허가를 받았다는 뜻 같은데. 이 주차장 대부분의 차들이 L 아니면 P잖아. 아 그러면 나는 허가가 안 되었으니 주차 못하겠다.
이것이 호주 운전 당황 2번이다.
두 장면의 공통점은 주차장에 가득한 차들의 운전자가 교복을 입고 있으며 L이나 P를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마터면 교복 사 입고 L과 P중에 더 예쁜 스티커를 사서 붙일 뻔했다. 주차를 하기 위해서.
정답은 아래와 같다.
> 호주는 만 16세부터 학습면허(Learner licence) 필기 딸 수 있음. 노란색 L자판을 차에 붙이고 다녀야 함.
> 학습면허 1년 이상 소지 후 최소 120시간 주행하여 경력을 쌓으면 만 17세부터 임시면허 시험 가능.
> 임시면허(Provisional Licence) P1 P2는 순차적으로 응시, 주로 도로 주행 및 위기 대처 실기 시험
> 정식면허(Full licence)는 P2를 24개월 이상 소지하고 역시 마지막 위험대처능력 시험 테스트를 봄
* 위 내용이 기본인데 주마다 기준이나 시간 등이 다를 수 있으니 필요시 해당 주 사이트 참고
그러니까 러너 Learner 면허는 면허 있는 동승자가 필요하지만 16살부터 교복 입고 운전을 할 수 있고 고등학교 졸업 전에 운전하는 학생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면허가 저렇게 단계별로 있으니 다른 차들을 위해 러너이다 L이나 아직 P면허야 표시를 붙이고 다니는 것이었음.
수영장 주차장이 학교 옆에 있으니 그 주차장이야 말로 차 있는 온갖 학생들이 주차하고 등교하는 학생 운전자의 장이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주차 허가 표시로 L이랑 P랑 뭐가 더 좋은지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어볼 뻔!
호주 중학교 이야기인데 운전이야기부터라니 필요한 이유가 있었다. 호주는 프라이머리 스쿨-하이스쿨-유니버시티다. 고로 중학교 없고 초등-고등-대학이라 할 수 있다. 초등처럼 하이 스쿨은 6개 학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중딩이 언니 오빠들과 한 캠퍼스를 쓰면서 마치 그네들의 눈높이로 커버린 듯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우리 하이스쿨이거든요 미들스쿨 아니거든의 표정들이랄까.
교과 선생님들과 만나는 면담의 날하이스쿨(High school)은 컬리지(college)로 불리기도 한다. 보통은 하이스쿨이지만 설립 당시 불리기에 따라(몇몇 호주인들에게 물어도 뭐 만들 때부터 그런 거지. 특별한 이유가 없어라고들) 컬리지라고 붙인 학교들이 있다. 그런 학교들은 보통 사립학교인 경우가 많고 컬리지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내의 단과대학을 말하게 되는데 이것은 호주의 대학에서도 유사하다.
6개년의 중고등 과정이 좋은 점이란. 일단 초등학교 졸업반 아이들의 표정이 다부지다. 하이 스쿨로 간다는 것은 운전하는 언니오빠들과 함께 다니는 것처럼 좀 더 애들이 큰 단계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중1처럼 아직은 작고 앳되지만 하이 스쿨 캠퍼스 내의 7학년(중1)들은 왠지 좀 더 의젓해 보인다. 보통 6개 학년의 교복이 유사하거나 같고 학년별 단계별로 타이나 블라우스 등으로 조금씩 차이를 둔다.
7-8학년은 초등과는 다른 학업에 집중하고 탐구하는 시기라면, 9학년부터는 좀 더 진학을 위한 상위 학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학생도 있고 취직을 하기 위한 마음을 먹는 학생도 있다. 10학년까지 이런 것들을 어느 정도 정하기 때문인지 길거리의 개인교습학원들도 수학 등의 시험 준비 9학년부터를 많이 내걸어 두었다. 11-12학년은 주별로 전송되는 뉴스레터를 보아도 다양한 직업체험을 보내거나 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이 필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호주의 좋은 점을 말하라고 하면 직업의 귀천이 안 느껴진다고들 한다. 실제 대학은 필요하거나 원하는 학생들만 가는 분위기란다. 내가 다니는 스포츠센터의 직원들도 대학 안 가고 취업하는 것을 당연해하고 만족하는 느낌이다. 몇 살인데요 물었는데 21살이요-라고 답할 때 나도 모르게 대학은 졸업하고 취직했겠지-라고 생각했었던 스스로에게 아차-했다. 대학 필요가 없어요-라는데 맞아 맞아-하면서.
실제 호주에서 기술직(배관공 정비사 전기공 등)은 매우 중시되고 선호되며 부르면 비싸다. 바꿔 말하면 임금이 매우 높음. 언젠가 배관공 남편이 의사 부인 퇴근할 시간이라고 빨리 가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와 배관공의 결혼, 이상할 것이 없는데 우리나라라면 자연스러운 것일까? 기술을 배울 사람은 12학년에 이미 기술을 익혀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하이스쿨에서 집중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여 진학하고. 그것이 맞는 것인데 우리의 교육은 어디서부터 과열을 식혀야 할까.
아이들은 등교하여 먼저 홈룸 시간을 갖는다. 담임선생님과 만나 출석 확인 및 주요 일정 확인하고 모두 자기 수업의 교실로 흩어진다. 유사할 수도 있지만 개별적으로 선택한 과목에 따라 시간표와 이동이 달라진다. 홈룸 앞에 사물함이 있어서 개별 짐과 교재는 거기 두고 자기 수업과 이동 교실에 따라 매일 매 시간 이동한다. 선생님들도 교과실을 가지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 교실을 맡아 아이들에게 공지하고 그리로 오라고 한다. 아이는 자기가 선택한 과목에 따라 무리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헤어지기도 하면서 여러 수업에 참여한다. 한창 우리나라 중고 모두의 관심을 받았고 또한 받고 있을 '고교학점제'가 떠올랐다.
올해 중3인 학생들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미 작년과 그 전년 고등학교들은 조금씩 또는 전면적으로 고교학점제에 대비하며 또는 세팅을 끝내두며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계실 것이다. 아이들이 자기 과목을 선택하고 자기의 시간을 운용해 가는 것, 좋은 취지이다. 그것이 처음의 의도를 살려 아이들 개개인의 발전을 위해 잘 운용되기를,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 억지로 의미 없이 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유학기제가 시작될 때, 그 의도에 박수를 보냈으나 우려가 많았다. 학교는 수많은 지유학기 수업을 준비하고 개설하며 바쁘게 지냈으나 시험이 없어 불안하다는 다수의 마음들로 아이들은 더 많이 더 빨리 학원으로 갔다. 걀국 자유학기제는 자유학년제로 나아갔다가 다시 한 학기 운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좋은 취지와 제도도 우리나라의 현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호주의 중학생들은 고등학생들과 함께 한 캠퍼스에서 생활한다. 6개년으로 과정을 길게 보고 학업에 좀 더 집중하면서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시야를 좀 더 빨리 크게 넓힐 수 있다. 그만큼 아직 어린 중딩들에게는 초반에 이 수업 저 수업 여러 과제들에 헉헉거리며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초등은 즐거워요- 행복한 어린이가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과목별 과제도 많고 스스로 챙겨서 제출하고 수행할 것들도 많다. 부모가 챙겨주는 나이가 아님을 분명히 알고 가야 할 것이다. 어른이의 연습, 그것이 청소년 아니었던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호주 중학교의 평가는 우리나라와 같은 전면적 평가, 말하자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두 모여서 일제히 시험 본다가 아니다. 수행평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 과목별 평가가 그 과목의 특성에 맞게 다양하고 실기시험이나 최종 평가 등도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학기 중 몇 번의 단원 평가를 실시하되 시험 전 몇 번의 모의 평가를 보면서 학생들에게 개별 피드백을 주었다. 계속적으로 평가에 대한 공지와 범위를 알려주며 학생들의 학습을 이끌어간다.(실제 최종 성적표를 보면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낮은 편인데 이 때문에 수학교사는 그러한 공지를 제일 많이 하는 것 같다. 초등처럼 수학 학습 단계는 우리나라가 좀 더 빠름)
과학이나 기술 등도 실험이나 보고서 참여도 결과물 제출내용 등으로 여러 번에 걸쳐 평가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과정중심의 평가와 유사하다. 실제 우리 교사들은 과정평가를 하기 위해 겨울방학 내내 수행과제와 단계별 평가방법 등을 머리를 맞대고 짜며 고민하는데, 이것이 효과적으로 운용되어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감을 없애고 획일화된 지필평가가 아니어도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를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게 하는 '평가'의 의미를 찾게 되길 바란다.(사실 과정평가 채점을 위해서는 학기 중 몇 번이나 며칠 밤을 새워야 했다. 그런 노력들이 있으니 우리 교육의 평가도 날로 힘을 더해가겠지)
제2 외국어는 초등처럼 일본어였다. 브리즈번에 한국어를 배우는 정규학교가 없어서(알아본 바로는, 현재 멜번이나 시드니 쪽은 있음) 국어교사로 아쉬움이 컸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두 아이가 일본어를 굳이 안 배운 엄마 앞에서 일단 평가라며 다짜고짜 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교가 늘어나려면 어찌해야 할지 좀 더 생각해 볼 일이다.(뉴스에서는 북한 기사만 나올 뿐)
9학년이 되는 아이는 이번 방학 전 여러 과목을 수강신청했고 아이들별로 선택한 결과에 따라 개별 시간표를 부여받았다. 주요 교과목은 국어인 영어 수학 과학 역사(사회) 체육(학기별 종목 선택 테니스 럭비 등)이 주요 과목이며 드라마(연기)나 예체능 및 기술 프로그래밍 등의 과목들을 선택할 수 있다.
9-10학년이 학업에 좀 더 집중하며 진로를 선택 인터뷰를 앞두게 되는 때라면, 11-12학년은 미래 진로의 준비다. 과목만 보아도 호텔경영수료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수료 비즈니스 수료 등의 학교에서 학생이 수료할 수 있게 준비해 둔 과목들이 있다. 취업할 학생들은 이러한 과목을 듣고 실제 학기 중에 수습생으로 파견되어 직업현장을 체험하게 된다.
제자들이 물으면, 대학이 다가 아니지만 일단 취업을 하더라도 기회가 되면 진학해서 학위도 받아보렴이라고 했었다. 특성화고에 진학하여 은행원이든 간호사든 졸업 후 바로 취업에 성공한 아이들도 선생님 일단 야간이라도 대학은 가야겠어요 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은 자기가 돈 벌어 대학교에 다니니 괜찮다고 했지만 결국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호주에 오니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한 번에 다 바꿀 수야 없겠지만, 어떤 직업이든 소중하여 귀천이 없으며 좋아하고 꿈꾸는 것을 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뿌듯하게 채워나가는 것- 우리 아이들의 그런 삶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