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번주는 미친 양말의 날이라고!
미친 양말이라니. Crazy Sock Day 크레이지 삭 데이니까 맞긴 맞다만. 교복 양말 말고는 한국에서 흰 양말 2-3개 가져온 네게 그토록 미쳐버릴 것 같은 색의 양말이 어디 있단 말이냐-
호주에 오기 전 누군가에게 애들 뭘 준비해야 하나 물으면,
초딩은 그냥 놀아- 놀면서 잘 지내니 걱정 말라
했다. 그렇다. 초5는 여기 와서 신나게 매일 아주 잘 놀고 있다. 호주 초등학교의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인터뷰
도착하고 바로 오피스로 인터뷰 간 우리 가족은 헬로우-를 활기차게 외치는 교장님에게 학교 건물을 소개받았다. 대략 여기가 오피스와 메인 건물, 도서관, 이 넓은 공터에 아이들이 아침에 모이고 전체 조회도 한다.
실제 그 널따란 공터 같은 곳은 왼쪽과 오른쪽 건물을 이어주는 위의 지붕을 중심으로 작은 운동장의 개념이었다. 아이들이 모이기도 점심을 먹기도 놀이하고 등하굣길 누군가를 기다리는, 다용도 공간이다.
햇빛이 강한 호주라 그런지 건물과 건물 사이 또는 운동하는 공간 위엔 그와 같은 높은 천장이 있다.
[첫 대면]
아 저기 선생님이 오니 인사하자. 체육교사 같은 운동복에 고글 차림의 남자 선생님이 하이 파이브를 하며 다가온다. 담임선생님이었다. 교장님보다 더 업된 표정과 말투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는 선생님-
교실을 소개해주신단다. 평일 오전 교실 안에는 이 십여 명의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들어와서 인사하겠냐며 열린 문 안으로, 우리 가족은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본인의 교실이 될 초딩은 긴장 그 자체. 한국인 친구가 1명 있어서 소개받았고 그 친구가 생활 초반에 아이 옆에서 많이 알려주었다.
[학급 구성]
한 교실에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25명 정도의 학생들이 한 학급원으로 생활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덩치가 제법 차이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만 나이로 생활하고 성장하는 이들은 만 5세면 1학년 전인 프렙 Prep에 등록할 수 있다. 실제 아이 학교에도 프렙부터 6학년까지 모두 있다.
매년 아이들이 해당 생일별 나이별 그 학급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5-6학년 3개 반 중 하나에 속했고, 새해엔 6학년만 있는 2개 반 중 하나에 속하게 된다. 그러므로 처음 학교에 온 때에는 6학년 언니오빠들도 한 반으로 함께 생활했던 것.
교과 노트들. 맞으면 우리처럼 O표시가 아니라 V라서 늘 다 틀린 줄.[배우는 것]
학년도 섞여 있는데 무엇을 배우나 싶었다. 담임선생님과는 영어 수학 테크놀로지 등의 주요 과목을 배우고, 체육 음악 미술 종교 일본어는 교과선생님과 역사, 과학 등은 학년 내 선생님들이 과목을 맡아 바꾸어 가르치는 방식이다. 학교별 차이가 있겠지만 교과교사가 따로 있고 나머지 과목을 가르치며 학급원을 맡아 가르치는 방식은 우리네 초등학교와 유사해 보인다.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아이가 처음 배우는 일본어를 신기해했다.
[학습과 과제]
초반에는 집에 와서 공부를 안 하길래 숙제 없니? 하면 늘 없다고만 했다. 아니 도대체 얘가 뭘 알아듣고 학습하고는 있는 걸까. 학년 후반부로 갈수록 발표자료를 만들거나 집에서도 해야 할 읽기 과제 등이 조금씩 보였다. 무엇보다 수학은 한 학년 정도 우리나라가 앞서 있어서 그렇게 수학 싫어하던 아이가 여기 와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찾고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의 수업은 기기를 통해 진행된다. 아이 학교는 서피스고를 사용하고 있고 MS 프로그램을 수업과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령 담임선생님이 원노트에 과제를 과목별로 올려서 아이들이 독서나 쓰기를 진행할 수 있게 하며 마감일이 설정되어 있어 기한 내에 수행하도록 이끈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 내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에 집에서는 맨날 할 거 없다고만 했던 것.
무엇보다 아이가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고 여러 이벤트로 신나게 학교 생활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모두가 행복한 아이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호주 초등학교에서 본 모습이다.
[이벤트들]
*파자마의 날: 파자마를 입고 등교한다 정말. 예전에 미국학교와 온라인 수업을 할 때 그 학교 아이들이 다들 여러 동물모양 파자마를 입고 앉아 있길래 어찌 등교했는지 궁금했는데. 정말 파자마들 입고 등교한다. 호주는 대부분 초중교가 모두 교복을 입기에 이런 이벤트 날이다 자유복 데이를 즐기는 분위기.
*독서주간: 정기적으로 주제를 부여하고 이벤트 실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캐릭터로 꾸미고 학교에 해당 의상을 입고 가는 날이다. 대부분 비슷한 시기 이런 주간을 갖기에 마트에 가면 해리포터와 여러 공주들의 의상들이 즐비하다. 저학년은 그런 캐릭터들을 좋아한다면 우리 집 초5는 고민이 깊었다.
*할로윈 파티: 서양의 할로윈을 체험할 수 있겠구나 했는데 동네는 생각보다 즐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셔서 그런지 조용했는데 그래도 밤에는 분장한 십 대들이 조금 오가고 있어서 우리 아이도 동네 어느 분께 인사하고 초콜릿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방과후에 대대적인 분장댄스파티를 했다.
*예술발표주간: 우리의 동아리 발표회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한껏 화려한 전시물을 올리느라 바빴는데 여기선 이거 전시해도 되나 할 만큼 그냥 아이들이 수업 때 만든 것을 그대로 전시한다. 노래도 마찬가지. 우리네 합창대회나 노래 발표는 딱딱 맞춰서 한껏 힘을 내는 시간이었다면, 여기선 틀리든 말든 아이들이 즐기면서 모두 앞에서 노래한다. 틀리면 좀 어때, 즐기고 있는데-라는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아버지의 날, 그랜페어런츠 주간: 우리의 어버이날이 호주에서는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 이렇게 따로 있다. 아버지의 날이 다가오기 전 호주의 모든 마트는 아빠들이 이런 걸 좋아하지-싶데 남성 중심의 물건 배치가 이루어진다(공구 면도 만들기 등등 우리는 평소 잘 안 보는) 아버지의 날 아이와 함께 등교한 파트너는 오전 행사에 참여했다. 어느 나라든 아빠들은 부끄부끄하며 아이들 뒤에 서 있었다는 후기.
할머니 할아버지 주간에는 그분들에게 감사 편지를 미리 쓰고 전시하며 그분들을 수업에 초대해 행사도 한다. 내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니어도 함께 인사하고 사랑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립다고 많이 이야기한 주간이었다.
*미친 양말 주간: 이것은 자유복의 날이되 양말에 대해 주제를 잡아서 아이들이 한껏 자유롭게 꾸미는 날이다. 또한 양말에 기부금을 담아와서 주변 이웃이나 외국의 어려운 지역에 성금을 보낸다. 모두가 미친 것을 보고 싶어요-라는 안내문의 문구가 인상적이다. 기부를 좀 재미나게 하겠다는 의지가 기발하다.
*다니엘의 날: 빨간 티셔츠를 입고 안전 주간 행사를 한다며 한 소년의 이름이 있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찾아보았다. 다니엘 모콤은 20년 전쯤 퀸즐랜드 선샤인 코스트에서 납치되어 사망한 안타까운 사연의 소년이다. 범인은 잡혔고 아이를 세상을 떠나 슬프지만 다니엘 모콤 재단이 만들어져 호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실제 그 주간이나 행사날이 아니어도 길을 가다 어떤 학교에 관련 안내 플래카드를 보게 되었다. 모두에게 충격적인 일이었으며 모두가 기억하고 아이들을 지키려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크리스마스 파티: 방과후 파티 이벤트에는 늘 호주인이 좋아하는 바베큐가 열리는데 식빵에 구운 소시지면 다들 기본이라 생각한다. 몇 번 학부모 봉사로 바베큐를 도왔는데 이번은 달랐어야 했다. 빨갛고 초록의 의상을 입었어야 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의상컨셉은 공지되었는데 학부모들도 모두 그렇게 입고 올 줄이야.
바베큐의 기본 소시지이름에 맞게 아이들이 학년별로 캐럴을 부르고 약간의 댄스를 선보이며 전체가 하나 되는 장을 보여주었다.(한국이든 호주든 음악선생님들이 행사에서 늘 애쓰심) 약간의 뮤지컬처럼 노래를 하며 즉흥 연극을 하는데 양이 2마리 필요해요-하면 손을 번쩍 들고 나가서 양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과 그렇게 계속 불러도 계속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함께 즐기는 방법을 알고 편하게 여기는 그 분위기가 좀 부러웠다.
[친구관계]
교문 밖을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은 백인도 많지만 흑인도 인도인도 동양인도 모두 많다. 우리 아이 학교엔 한국인도 몇몇 보이고 아시아 계열도 많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어서 아이들끼리도 그 다양성에 대하여 매우 자연스럽다고 한다. 아이는 영어 단어 외우는 것을 싫어했을 만큼 영어가 쉽지 않은 상태였는데, 무언가 아이들끼리의 친근함이 있는지 무리와 친해져서 아주 행복해하며 다니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다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호주의 국가적인 특성이 이러한 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초등의 경우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기에 스마트폰이 굳이 필요하진 않은가 보다. 아이 친구들은 폰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호주 초등학생은 거의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 들었다) 물론 학교에 가져갈 수 없고 방과후 파티의 경우에도 안내사항에 개인 폰을 가지고 오지 말라고 되어 있다. 파티 역시 부모가 아이를 데려와서 서명하고 데려다주고 서명하고 데려간다. 서명 시에 아이가 못 먹는 음식을 적는 것이 인상적이다.(알러지에 대해 아주 어릴 적부터 주의하고 존중하는 분위기)
소박하나 다정한 상장1주일에 한번 전교생이 모여서 전체조회를 한다. 문득 줄 맞추어 모여 서서 교장선생님 말씀을 듣던 내 어릴 적 아침 조회가 생각났다. 호주의 조회에서는 학급별로 칭찬할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 상장을 준다. 이벤트 주간에는 선생님들이 분장을 하고 노래를 하거나 공연을 보여주며 모두 깔깔 웃고 축하하며 즐기는 시간이라고 한다. 우리네 교육도 조금 힘을 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