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며-우리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
모두의 행복
by 와들리 Wadley Jan 27. 2024
연재를 마친다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아직 해야 할 말들을 찾아서 알리고 나눠야 할 것 같다.
내가 보고 말하는 호주 학교는 살짝 들춰보고 부러워한 정도일 거다. 쉽게 보이지만 알면 알수록 다가올 어려움과 괴로움, 아이들의 일탈과 학교의 고민, 호주 교육부의 방향과 호주 사회의 가치관, 생활 패턴 진학과 취업 직업과 생활 등등. 교육은 언제나 교육만의 일이 아니어서 어디에서든 삶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는다.
그 삶을 이야기해야 할 때, 내가 본 단편적인 호주의 학교를 말하는 것이 연재를 마칠 무렵에 조심스러워졌다. 아무리 행복하자 놀자 호주 초등학교-라도 학기말 가져온 노트를 보니 영어도 수학도 연속되는 테스트에 일일이 채점한 선생님의 흔적과 노력. 이제 하이스쿨이니 어른스러워야 해 호주 중학교-라도 이번주 신입생 7학년들은 여전히 어린 얼굴에 긴장 가득. 제가 새 담임입니다-하는 이메일 안내에 응원을 마구 해드리고픈 마음.
삶의 방식은 다르겠지만, 역시나 한국이든 호주든 교육은 중요한 것이어서 사람을 키우는 일에 모두가 마음을 모으는구나 싶다. 그 깊숙한 마음을 혹여나 가벼이 말하진 않았을까 앞으로 펼쳐질 1-2텀도 그런 응원자와 학습자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참여해야겠다 싶다. 그러므로 연재 후 필요한 정보들은 올려볼 예정이다.
호주에서 번역기 돌려가며 이게 맞나 늘 확인한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해보면 표정과 관계까지 번역기와는 다른 무드가 있다. AI가 뭐든 다 가르쳐주고 알려준다고 하지만 '학교'에 가야, 또래와 어른을 만나서 눈을 마주치는 법부터 대화하고 함께 생활하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늘 어깨가 무겁다.
호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 덕에 호주 학교에 대해 한번 정리해 보고 비교해 보자는 것이 이 연재의 취지였다. 교복도 시스템도 규모도 다른 학교에 나도 아이들도 처음에는 신기했고, 점차 겁이 났고, 날로 부러웠다. 연재를 마치지만 더 알아볼 것이 많고, 배워서 우리에게 적용할 것들도 찾아서 가고 싶다.
우리나라가 워낙 교육열이 강하고 호주 애들은 공부 많이 안 한데-라는 말들이 있었다. 그것이 착오였고 오만이었음을 다시금 생각했다. 늘 우물 밖에서 안을 본다고 생각하는데 돌아보면 역시 우물 안이다. 우리 교육의 자신감은 혹여 과열된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라는 우려도 커지기 시작했다.
연재를 하는 중에, 졸업한 제자 몇몇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 명은 처음 교직에 나섰던 15년 전의 제자, 핀란드의 어느 대학에서 이제 박사 논문을 마무리하려고 한단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안부를 전해주기로 했다. 지금 막 학교 언덕 올라가요 선생님-하는 아이는 이제 고등학교 졸업한 아이, 선생님은 지구 반대편이란다 하면서 귀국 후에 보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둘. 헤아려보니 이 길지 않은 시간 나를 잊지 않고 연락해 주는 제자들이 있다는 것이 귀하고 소중하다. 15년이 헛되지 않았으니 도망갈 생각 말고 학교로 잘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학교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학교를 떠올리면 답답함이 컸던 계절이었다. 내가 선 교실, 마음을 다할 수 있는 우리 학교, 고민과 사랑을 모두 안겨주는 아이들. 그것이 15년을 버텨온 힘들이라면 요즘 그런 것들이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서 호주의 학교를 보며 이런 것들이 부러웠을 거다.
원활한 온라인 시스템
교사의 프라이버시 보장
완벽하게 분리된 학부모와 교사
학교 내의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수많은 교직원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이 부러웠다.
초등학교는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성장하게 함
중고등학교는 자신에게 맞게 진학과 취업에 대하여 자유롭게 선택
누군가 호주는 직업의 귀천이 없어요-라고 했다. 그러므로 대학입시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
취업하고 싶으면 하이스쿨 12학년에 취업교육과 인턴 생활을
진학하고 싶으면 하이스쿨 고학년부터 학습에 몰입하여 원하는 대학 학과 진학을
연재 내내 그것이 맞는 것인데 이것을 어찌 바꾸어야 하나 고민하고 기원하고 꿈꿨다.
삶 속에 깊숙한 교육이기에 쉽게 결정이나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호주의 교육 시스템을 살피며 우리도 그와 비슷한 과정 평가 생활 나아가 교육 열정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므로 앞으로 펼쳐질 세상은 또한 바뀌어나가고 더욱 좋아질 것임을 믿는다. 조금 더 큰 눈으로 제도적 그리고 사회적인 것들을 '모두의 행복'을 위해 더 살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물론 나도 그래야 할 것이다.
어제는 호주 개천절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날'이었다. 영국인이 처음 호주 대륙에 온 1788년 이래 호주도 몇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발전을 거듭해 왔듯, 우리의 긴 역사 속에서 자식과 제자를 길러낸 정성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싶다. 특히 전쟁 이후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을 우리에겐, 길지 않은 70여 년 동안 이만큼을 이루고 성장해왔구나 싶은 애잔함 마음도 든다. 그러므로 우리의 교육도 잘 나아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모레, 방학을 마친 우리 8살 9살 호주에 사는 아이들의 한국어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실을 예약하며 Volunteer job이라고 하는데 사서님이 멋지다며 찡끗해주었다. 이 아이들이 호주의 주부생활 와들리에게 수업을 준비하는 긴장감과 가르치는 사람의 뿌듯함을 잊지 않고 일깨워준다. 나는 앞으로 또한 만날 수많은 제자들에게 변함없는 마음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이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아이야, 너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하니?
무엇을 할 때 즐겁고 신이 나고 행복한지, 상담을 해보면 많은 아이들이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시키는 공부에 학원에 스케줄에 잔소리에 치어서 나는 무엇이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실제 가족들이 모이면 요즘은 밥 먹으면서도 각자의 폰을 보거나 막상 함께 무엇을 말하고 할지도 막막할 때가 많다. 아이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면, 같이 이야기하고 놀아주고 나가보고 함께 하며 무언가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질문을 하고 눈을 맞추어주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그런 엄마여야 함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