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수행 지필 성적표

생각을 펼치는 일

by 와들리 Wadley
이렇게 많은 평가가 있었니?


그동안 지켜본 평가의 과정 외에 좀 더 면밀한 내용을 정리해 보려 오늘 이것저것 심문하듯 물었다. 세상에 이렇게 뭐가 많았던 거였구나. 외국의 리얼 학교로 던져진 아이에게 영어 말고도 그 수많은 과정들을 2 텀이나 견뎌냈음에 박수를 먼저 보낸다. 그래, 부모는 이미 다 커서 지켜보고 응원할 뿐. 그 내용들은 아래와 같다.

호주 학교 성적표의 예

먼저 '성적표'부터 말해야겠다. 위와 같이 개별 과목, 해당 선생님에 따라 성적을 제시한다. 학생의 노력과 행동 등도 성적으로 제시하여 가정에서도 아이의 수업 참여도를 살펴 함께 아이를 서포트할 수 있게 한다 싶다. 집에서 혼내게 되는 것이 아닌. 물론 위의 과정 평가만이 아닌 우리네의 점수화된 결과물도 있다.

과목별 학생 성취 비율

수학 성적 분포도이다. 아이가 받은 지표가 학급에서 어느 정도인지 헤아려볼 수 있다.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A 비율도 낮지만 다른 과목에서 드문 E가 있다. 워낙 수학 또는 과학은 한국이 진도가 더 빠르고 능력도 뛰어나 해당 시간에 앞서 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중딩이 아니어도 초딩 또한 우리나라 수학 진도가 조금 더 빨라 해당 시간은 한국에서보다 아이들이 좀 더 안심하고 참여하는 듯하다.


과목 교사는 해당 과목 성취 분포도를 제시하고 아이가 받은 결과를 자신의 이름과 함께 제시해 둔다. 내가 이 수업과 평가에 대해 책임진다는 인상을 준다. 다음으로 담임선생님의 코멘트가 있고 마지막에 교장님의 서명이다. 우리네 성적입력과 코멘트 나이스 입력 후 출력하여 담임 도장 찍어 가정에 보내는 것과 유사하다. 다만


온라인으로 안내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학기 마치기 전 미리 성적표(Semester Student Report) 열람 및 다운 가능 기간에 대한 공지가 있었다.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모두가 원활한 호주교육의 온라인 시스템이라 이런 안내도 성적표도 온라인으로 제공된다. 반년을 다녔기에 성적표라는 것이 나온다는 것에 약간의 걱정과 기대가 되었다. 우리 집 중딩의 경우 외국학교에 온 한국 아이들처럼 수학과학의 결과가 좋은 편이다.


우리네 학교의 경우 보통 성적산출이란, 수행평가와 지필평가가 합산되어 산출된다. 여기서 '수행평가'란 학기의 수업을 진행하는 중 실시되는 수행과정의 평가라 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보통 중3의 경우 아래와 같이 과정중심의 수행평가와 학기 중 지필평가를 구성하여 성적을 산출했다.

중3 1학기 평가계획의 예

지필평가는 소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학년 전체가 일제히 함께 치르는 시험이다. 객관식인 선택형 문제와 주관식인 서논술형 문제가 섞여 있는 것으로 단어 중심의 단답형 답안이 아닌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여 문장으로 기술하는 서술형의 문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물론 채점의 시간은 날로 길어져 고사 후 과목교사끼리 합숙하듯 밤을 새워 채점 그리고 바꿔서 2차 3차 채점을 한다.


수행평가는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대한 평가를 말한다. 가령 위의 '심미적 인식과 표현'은 문학을 통해 심미라는 개념을 배우며 시를 스스로 감상하고 배우고 익혀 시를 낭송해 보고 시 비평까지 써보는 일련의 기나긴 과정이다. 학생들도 매 시간 집중하여 준비하고 참여하며 제출하지만 교사도 활동마다 기입하고 메모하여 개개인의 활동을 평가한다. 최종 평가 전 개개인이 쓴 글에 피드백을 해주며 성장해 나갈 수 있게 한다.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우리의 평가도 날로 과정을 중시하고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펼치며 표현해 나가도록 발전해 왔고 또한 발전하고 있다. 물론 학생들은 과목별로 매사의 최선을 위해 바쁘다고, 교사들은 수업 준비는 물론 개별 피드백 및 평가에 에너지가 많이 든다고, 양쪽 다 쉽지 않다고 하지만 단순히 외우고 제출하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이다.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한 시대다.


호주에서도 위와 같은 수행평가가 있다. 과목별로 이것이 많고 다양하다. 학기말 뉴스레터에 교과별 평가기간에 대한 언급이 있기도 했지만 학기말 여러 시험이 다발적으로 진행된다. 실험 실습에 참여하며 해당 리포트를 제출하고 준비해 간 자료를 모두의 앞에서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도,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주제에 대한 글을 쓰는 쓰기 평가도 단원을 마치고 보는 단원평가도 있다. 다양하다.


그러나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이 따로 없다. 물론 학기말 주간에 여러 교과가 몰려서 진행되기도 하지만 각 시간에 수업이 운영되는 기간 내에 여러 활동의 평가들이 계속해서 진행된다. 해당 교과목의 담당 교사의 재량과 운영이 중시되는 것이다.


학년 전체가 보는 시험은 없네? 그러면 문제가 다른 반 학생에게 노출되잖아?


우리네 학교가 수행평가를 날로 확대했지만 지필평가를 일제히 보는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나의 질문에 대한 아이의 답은>> 학급별로 담당 교과 선생님이 달라서 같은 평가를 수업에서 치를 수 없다-이다. 그러므로 평가에 대한 교사의 재량권과 결과에 대한 책임감은 물론 신뢰도가 높게 느껴진다. 물론 우리네 수행평가와 같은 과정의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학생 성취 수준과 수업참여도를 과목 교사가 관찰하고 기록하여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수학은 전부 서술형이야. 과정 없이 정답만 맞으면 0점이야. 과정이 맞으면 정답이 틀려도 감점은 되겠으나 점수를 부여해 준다고. 무언가 생각하게 하는 것이 많아.


과학의 경우도 그렇다고 한다. 에너지 단원을 배우고 관련 실험을 하며 보고서도 제출한다. 단원 평가 같이 시험도 보는데 개념 암기와 적기가 아닌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가령 에너지에 대해 공부하고 이런 문제를 낸다는 것이다.


"왜 저녁에 에너지 소비량이 높을까? 그 이유에 대해 생활 속 예를 들어 서술하세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사고력이 중심이라는 말이 아이 입에서 나왔다. 우리도 그런 노력을 하는데 싶었지만 교사의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교사도 학교도 이것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실 겨울방학은 신학기 평가계획을 세우고 고민하고 논의하며 해당 활동지도 만들어보는 등 밤샘의 연속이었다. 지난 15년 나의 교직을 돌아봐도 우리의 평가도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다.


호주는 모두 대학을 가야 하니 성적 1점이 너무 중요해-가 아니다. 점수도 없고 등급도 없다. 적응기인 7-8학년에서 학습기인 9-10학년을 지나면 진로를 고민해 취직을 할 것인지 학업을 위해 대학에 갈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모두 대학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러므로 '대학'을 무겁게 등에 이고 있는 우리나라 중고등 학생들에겐 그 일련의 평가들이 '성장 발전'의 의미보다는 '내 점수 등급 대학'에 불을 켜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호주학교 플래너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9학년(중3) 권장 공부시간 1.5시간


엄마 진짜 우리나라랑 많이 차이 나지? 하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많이 놀고 머리도 식히고 책도 읽고 생각에 잠기고 몸과 머리를 키워가야 할 청소년기에 우리의 아이들은 '대학'이라는 말이 발목에 달려서 잘 걷지도 뛰지도 못하고 어깨가 축 쳐진 것 같다. 어디서부터 바뀌어야 할까.


중학생이 막 된 아이가 특성화고가 뭐야라고 묻길래 대학 아니어도 제자들 중에 얼마나 취업해서 잘 살아가는지 적성에 맞는 진로에 대해 열심히 말했었다. 그런데 오늘 아이가 한참 호주 학교 이야기를 나누더니 여기는 11-12학년 때 기술 배우고 취직 준비하는 거 자연스러운데. 우리나라에서는 특성화고 가면 대학 안 가서 좀 그럴까-라는데. 예전 같으면 아는 정보지식 다 발휘하여 멋진 케이스들을 늘어놓았을 거다. 그런데 오늘은 뭐라 말을 못 했다. 기술이 중시되고 자신의 적성에 맞게 취업을 하는 것이, 적성에 맞게 대학에 가는 것과 같은 여기 호주를 우리는 잘 알기 때문이다. 내다보면 늘 막막하지만, 시간이 걸려도 바뀌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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