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를 먹고 화분을 산 날
아들이 말한 식당은 일산 애니골에 있다. 한우 구이를 하는 집이지만, 점심에는 손님들이 청국장 정식과 불고기를 주로 먹는다. 밑반찬이 정갈하고 직원들이 친절하다. 교외로 빠져나와 차를 달리다 보면 기분이 좋아져 종종 들르곤 한다.
같은 집에 살면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걸 식구(食口)라고 한다. 외식이 별로 없던 나의 어린 시절, 부모님과 들렀던 식당들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가족은 혈연임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한 식구'란 말에는 정서적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온 가족이 한 상에 둘러 밥을 먹는 것, 그러면서 정을 쌓는 것, 나중에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 아들도 나처럼 이런 순간들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공부를 하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 베란다를 공부방으로 꾸미고, 화단에는 식물을 가져다 뒀었다. 작년 겨울, 코로나에 걸려 세심히 화분을 돌보지 못하는 사이, 화단이 텅 비어버렸다. 어느 날 몇 개 남은 화분에 물을 주려 가보니 아내가 대파를 무심하게 툭 꽂아 놓았다. '허전해 보여서 꽂아 놓은 걸까?' '갑작스럽게 자신의 뿌리 곁에 꽂힌 대파에 식물들이 당황하지 않았을까?' 등등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돌아올 때 화원에 들러 꽃나무와 화초를 몇 개 사 와서 분갈이를 해줬다. 대파도 빈 화분에 흙을 채우고 심어주었다. 베란다가 한층 화사해진 느낌이다. 아들이 고른 노란색 물조리개 덕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