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작
허황된 이야기로 읽는 경우가 많지만, 흡혈귀를 중심으로 한 환상문학은 괴테가 쓴 코린토스의 신부를 비롯, 알렉세이 톨스토이, 발자크 등 위대한 문학가들에 의해 다뤄진 주제였어요.
이 주제는 대략 세 가지 줄기를 가져요.
첫째, 발칸반도를 중심으로 한 슬라브 토속신앙
둘째, 실존 인물이었던 트란실바니아의 영주, 블라드 체페슈의 역사적 이야기
마지막으로 환상문학이란 사조가 결합하여 드라큘라란 작품이 탄생했다고 보면 되죠.
이런 점에서 보면, 드라큘라의 캐릭터는 공포 영화 소재로 단순히 다뤄지는 편이지만 꽤 의미심장해요. 토속적 신앙의 세계관이 창조한 원질 신화로서 의미를 부여받았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으로서의 다양한 문화적 층위를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산업혁명을 겪고 놀라운 과학의 발전을 경험한 19세기 문학작품들이 대개 그러하듯, 이 작품에서도 미신과 '어린아이 같은 뇌'를 소유한 욕망에 지배당하는 드라큘라를 내세워요. 그 반대 편에는 뇌과학자와 의학자, 높은 도덕관념과 과학과 합리성을 주장하는 일군의 지성인이 협력하여 맞서는 구조를 갖고 있죠.
즉, 과학과 이성으로 계몽을 주장하던 시기에 본능(자연) vs. 과학과 이성(합리성)의 대결을 그린 작품인 거죠. 참고로 이런 면에서 19세기 쥘 베른의 '해저 이만리'에서 그려지는 네모선장과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과의 구도와도 닮은 점이 많죠.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역대 다른 괴물과 달리 백여 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영생을 누리는 모습은 그의 작품 속에 깃든 이러한 배경과 더불어 대중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 마디로 재밌다는 거죠.
역동감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드라큘라의 마음을 읽어내는 특출한 능력을 갖추게 된 여자 주인공, 짜임새 있는 플롯구성과 끊임없이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구조는 독자가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들어요.
앞서 말했듯 드라큘라는 육체적인 힘이 세고, 교활합니다. 사리 분별없는 욕망을 갖춘 인물로서 아직 계몽되지 못한 전근대적인 안개로 그려지는 존재입니다.
반면, 지식인들은 이 존재의 계몽 혹은 말살을 위해, 이성적이고, 자기희생적이며, 과학의 틀로서 접근하죠.
그들은 성공했을까요?
드라큘라가 마차에서 떨어져 관이 열린 뒤 말뚝이 박히는 최후의 장면에서 그가 온화한 표정을 하고 있음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근대의 괴물은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평온하게 재처럼 사라져 버립니다. 왜일까요?
브램 스토커는 19세기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괴물을 쫓아내고자 했지만, 어쩌면 그 행위는 재처럼 사라져 버릴 시대적 관습의 반복 같은 것이었을지도요. 낡았다고 터부시 하고 쫓아내려던 과거는 도리어 흡혈귀처럼 영원히 살아남아요. 반면 우리는 지적, 도덕적 우월함에 취해 종교적 열정으로 타자화된 대상들에게 말뚝 박는 행위를 반복합니다.
드라큘라의 평온한 표정.
오랜 시간에 걸쳐 내려앉는 먼지처럼 지혜를 쌓은 근대의 유령은, 덧없이 반복되는 과거 혹은 남과 다른 존재에 대한 구축(驅逐) 행위가 얼마나 서글픈 습성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