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을 감상하는 소박한 방법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

by 뮤즈노트

아내의 최종면접이 있어서, 다시 찾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이번엔 면접을 끝낸 아내와 함께 미술전시회를 관람했다.


마이클 크래이그 마틴전인데, 브레송 전시가 3층인데 반해 이곳은 1층이었다. 작가는 아일랜드 태생으로 주로 개념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현대미술 작가다.


오브제는 공이나 탁구채, 잡다한 학용품 등의 공산품이 주가 되고 알루미늄 판에 아크릴을 칠하고 검은 테이프로 마킹하듯 만든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오브제가 레디메이드 공산품이란 측면은 팝아트적인 면모를 드러낸다면, 선과 단순한 색의 배치, 최소화된 오브제 표현은 미니멀리즘의 영향이 느껴진다.


레디메이드 오브제와 단색과 선으로 단순화하여 표현한 작품. 미니멀하며 팝아트적인 요소가 보인다.


사진과 영상 렌즈의 기법인 프레임 아웃이 적용된 작품들. 렌즈를 벗어난 피사체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참나무'도 있었는데 사진 촬영이 불가라고 되어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어쨌든, 물이 담긴 컵이 한 잔 올려져 있는데 작품명이 '참나무'이다. 작품 옆에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선문답과 같은 인터뷰 내용이 인쇄되어 있었다.


사실 이런 류의 유희(?)는 개념미술의 기본적인 태도를 잘 보여준다. 과거의 미술이 구체적인 사물을 모사하는 매체로서의 지위를 누려왔기에 예술성은 언제나 원본성에 가까운 묘사 혹은 이야기의 재현성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을 똑같이 복제해내는 영상과 사진 매체가 나오면서, 매체적으로 열등해져 버린 미술은 스스로 '과연 미술이란 무엇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지점에서 '묻는다'는 행위는 곧 개념에 대한 탐구로 나아가게 되고, 개념을 알기 위해 미술을 이루는 '점, 선, 면(차원성: 회화는 2차원을 기본으로 한다) 색'에 대한 환원적 물음을 지속하면서 미니멀리즘, 팝아트 같은 개념 미술이 꽃을 피우게 된다. 즉 이제 현대 미술은 원본을 흉내 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철학이 된다. 그것이 개념 미술이란 용어의 의미다.


예컨대, '물이 담긴 컵'을 '참나무'라 부르는 것은 대단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기표(언어적 표현)가 기의(언어가 지시하는 대상 사물)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소쉬르 언어철학의 흔한 예시를 보여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작품에서 예술적 미학성을 발견할 수 없다고 불평하는 건, 소쉬르에게 당신의 언어학은 아무런 감동도 없다고 불평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대 미술은 개념을 탐구하는 철학이니까라고 해버리면 될테니 말이다.



문제는 이런 현대미술이 관객으로부터 유리된다는 점이다. 잭슨 폴락으로 대표되는, 평론가와 미술가가 짝을 이뤄 의미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생각해 보자. 작가는 작품을 화두처럼 던지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평론가가 따로 존재한다. 제조자와 마케터가 있는 산업적이고 상업화된 분업과 다를 바 없다. 관객은 이해가 어려운 현대미술을 감상해내야 한다. 속물적인 관람객이 되거나, 경제적 가치를 위한 작품 수집가 정도의 선택밖에 남지 않게 된다.


좀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 보면, '이미 언어철학처럼 충분히 개념적으로 완숙한 철학을 이미지화하여 표현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이다. 미술이 기존 인문학보다 선취된 개념을 내놓지 못하는 한, 그것은 철학잡지에 실린 삽화 이상,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러한 당위적인 성격의 질문조차 어쩌면 포스트 모던한 자본주의 사회와는 엇나간 것일지 모르겠다. 순수예술을 지키겠다는 모더니스트의 유행은 백 년 전에 끝났고, 당시의 모더니즘 역시 교조적 선민주의, 예술지상주의의 덫에 빠져 버렸으니 더 낫고 말고 할 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여 아내와 오래간만에 현대미술을 보면서, '나중에 아트월을 장식한다면 이런 액자들을 걸어두면 괜찮지 않겠어?'라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준 것만으로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그것이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유용하며 소박한관람 태도라 생각한다.


액자에 들어가는 그림은 직접 그려봐야지 하면서 인테리어를 떠올리는 것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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