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알 수 없는 밤의 경계를 난다. 그걸 인생이라 부른다.
야간비행.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칠흑같이 어두운 밤, 붉은 등이 들어온 희미한 계기판에 의존해 비행을 해야 하는 운명.
땅과 하늘을 구분하기 어려운 밤을 비행하는 것은 공포와 낭만, 죽음과 삶, 밤의 잔혹함과 아름다움의 공존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지금처럼 악천후를 이겨낼 견고한 기체도 아니고, GPS가 있어 길을 알 수 있을 리도 없다.
밤의 폭풍우를 만난 파비앙은 500마력 단발 엔진에 의존한 채, 길을 잃고 밤의 상공을 표류한다.
뒷자리의 무전사는 공포에 질린 채 그에게 어디쯤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폭풍우에 항로를 잃은 그는 알지 못한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연료는 이제 3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도둑처럼 그의 목숨을 노린다. 그는 기수를 올려 폭풍우를 뚫고 구름 위로 올라온다. 번개와 전기 공전으로 통신조차 어려운 아수라장의 구름 위에는 천국 같은 평화가 펼쳐진다.
'아름답다.'
죽음을 앞두고 맞는 경이로움.
카뮈의 말처럼 세계는 인간에게 무관심하다. 그저 자신의 아름다움을 빛낼 뿐이다.
죽음이란 시간에 쫓기며 공포와 낭만의 틈바구니를 간신히 살아가는 파비앙과 같은 야간비행 조종사들은, 그렇기에 인간의 삶을 대변한다.
소설에서 그의 생사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30분이 지났고 더 이상 비행할 연료가 남아있지 않았으리란 것이 전부다. 혹독하고 가혹한 매니저 리미에르는 그를 동정하면서도, 자신은 허무함과 공포를 이겨내고 비행하는 법을 파일럿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비행기에 이륙 지시를 한다.
그렇게 인간의 세계는 돌아간다.
오늘 사라진 비행기와 파일럿이 있고, 다음 비행기가 떠오른다.
대자연은 그저 아름답고 전율스러운 공포의 두 얼굴을 한 채, 인간에게 무심한 듯 풍경을 제공할 뿐이다.
눈처럼 사라지는 인간 존재의 허무한 아름다움을 노래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처럼
뒤돌아 보니 눈은 사라지고 아무렇지 않게 와 버린 초록의 여름.
아. 맑은 하늘.
그 뒤를 또 다른 인생이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