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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의 전환 : 개인 중심 → 기관 중심

암호는 인간의 본성이다.

by 암호해독가


블록체인의 패러다임 전환 : 개인 중심에서 기관 중심으로 이동하는 암호화폐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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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초기 비트코인이 추구했던 탈중앙화 이념과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은 점차 기관 중심의 생태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초기 블록체인의 설계 철학과 현실의 괴리

비트코인 백서에서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시한 "trustless system"과 "peer-to-peer electronic cash"라는 개념은 중앙화된 금융기관에 대한 근본적 대안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을 살펴보면, 오히려 전통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시장의 성숙이 아닌, 기술적 복잡성과 규제 환경의 변화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암호학 기술의 고도화가 가져온 진입장벽들..


1. 개인 사용자에게는 너무 복잡한 기술들

최근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주목받는 기술들을 살펴보면, 개인이 직접 이해하고 구현하기에는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s):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조건을 만족함을 증명하는 기술로, 프라이버시 보호와 확장성 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수학적 복잡성이 매우 높습니다.

-멀티파티 연산(MPC): 여러 당사자가 각자의 입력값을 비밀로 유지하면서 공동으로 연산을 수행하는 기술로, 기관 간 협업에 필수적이지만 구현이 까다롭습니다.

-임계값 서명(Threshold Signatures): 여러 참여자 중 일정 수 이상이 동의해야만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기술로, 기관의 보안 요구사항을 만족시키지만 일반 사용자에게는 과도한 기술입니다.


2. 기관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

이러한 고도화된 암호학 기술들을 안전하게 구현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합니다. 개인 투자자나 소규모 프로젝트가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 것입니다.


3. 용어 자체가 만들어낸 기관 배제적 분위기

블록체인 업계에서 사용하는 핵심 용어들을 살펴보면, 기존 금융기관과 규제당국에게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표현들이 많습니다.

- Decentralization(탈중앙화): 중앙집권적 구조의 해체를 의미하며, 기존 금융기관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 Censorship Resistance(검열 저항): 어떤 권력기관도 거래를 막을 수 없다는 의미로, 규제당국에게는 통제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인식됩니다.

- Permissionless(허가 불요):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기존 금융 시스템의 KYC(고객 확인) 및 AML(자금세탁방지) 원칙과 상충됩니다.


이러한 철학적 대립 구조는 초기 블록체인 생태계가 기관친화적이지 못한 환경을 조성하는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나타나는 기관화 현상


1. 전통 금융기관의 적극적 참여

2024년을 기점으로 BlackRock, Fidelity, Grayscale 등 세계적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시장 참여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투자 상품 출시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전통 금융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2.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 가속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를 시작으로, 유럽중앙은행의 디지털 유로, 미국 연준의 디지털 달러 연구까지, 각국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화폐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3.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기관화

USDT, USDC, BUSD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이 전통 금융기관의 감사와 규제를 받으며 투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Circle의 USDC는 완전한 달러 준비금 뒷받침과 정기 감사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규제 환경의 변화와 컴플라이언스 요구


1. 글로벌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

미국의 비트코인 ETF 승인, 유럽연합의 MiCA(Markets in Crypto Assets) 규제, 일본의 암호화폐 법제화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2. 기관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요구

이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KYC/AML, 데이터 보호, 자본 요구사항 등 전통 금융과 동일한 수준의 컴플라이언스를 충족해야 합니다. 이는 개인이나 소규모 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법적, 기술적 요구사항입니다.


암호학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역할


1. 기관 친화적 솔루션 설계

암호학 전문가들은 이제 기술적 우수성과 규제 준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솔루션을 설계해야 합니다. 단순히 탈중앙화와 프라이버시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기관의 리스크 관리 요구사항과 규제당국의 투명성 요구를 충족시키는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2. 프라이버시와 투명성의 조화

선택적 공개(Selective Disclosure) 기술 등을 통해 필요한 정보는 규제당국에 제공하면서도,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는 보호하는 시스템 설계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래 전망 : 기관 중심 생태계의 완성


1. 하이브리드 모델의 등장

완전한 탈중앙화도, 완전한 중앙화도 아닌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핵심 인프라는 기관이 관리하되, 사용자는 여전히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2. 기관 간 협업 플랫폼

서로 다른 기관들이 블록체인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인터체인(Interchain) 플랫폼들이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더 이상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 아닌, 기존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만드는 도구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의 성숙과 시장의 현실적 요구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암호학 종사자인 저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입니다. 기술적 혁신과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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