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olwon Snow Dec 15. 2024
사랑하는 아빠,
이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야.
암이라는 무서운 병이 아빠에게 오리라고는 우리 가족 모두, 심지어 아빠도 생각조차 못했었지.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고, 기정사실이 되자 너무나 무서웠고, 왜 더 빨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죄책감이 들었고, 몸도 마음도 급작스럽게 약해지는 아빠가 너무 가여워서 마음이 아팠어.
하나님이 내게 치유의 능력을 주시기를 기도하면서 아빠의 배를 만지고, 그 손을 타고 고통이 내게로 옮겨오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
독한 항암으로 매일 수척해지고 음식 넘기기를 괴로워하는 아빠에게 음식을 내밀어야 할 때,
피곤에 지쳐 잠들었다가도 20분을 넘기지 못하고 잠이 깨는 아빠를 바라봐야만 할 때,
싫다는 이불을 자꾸 덮어줘야 할 때,
자주 오지 말라며 힘든 발걸음으로 배웅을 나오는 아빠와 헤어져야 할 때마다 나는 왜 이리 미안하지? 아니, 평생을 왜 미안한 딸로 살았을까?
아빠, 지금 누구보다 강하게 잘 견디고 있는 거 알아. 역시 우리 아빠야! 너무 고마워요.
많이 아프고 힘들고...
몸이 마음을 안 따라줘 괴롭고...
지치고 울적해질 때도 많겠지만,
우리 같이 견뎌내요.
지금은 조금 약해 보여도 괜찮아. 치료 중이잖아.
아빤 혼자가 아니라는 거,
아빠가 그동안 굳건하게 지켜온 가족의 사랑이
늘 함께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조금만 더 힘내.
아빠,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지금도 난 아빠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내일이면 털고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하고, 예쁜 새벽 풍경 사진이나 좋은 글귀를 내게 보낼 거라고 믿으면서 잠이 들어.
하나님은 우릴 아주 많이 사랑하시니까 꼭 기도를 들어주실 거야. 아빠도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은 털어버리고 기도해.
오늘밤 편안한 잠 주시기를...
내일 봐요.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