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olwon Snow Dec 15. 2024
아빠와 대화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아빠가 보내준 찬송가를 듣고 있어.
내가 보낸 노래도 들어봐.
참 신기하지? 몸이 아플 때, 나는 곧 죽을 것 같다가도 아빠의 얼굴만 보면 병이 낫곤 했어. 아빠는 정말 신의가 아닐까? 너무 신기하면서도 믿음의 힘이 이렇게 강하구나... 내가 아무리 잘못된 길로 가는 탁구공이어도 아빠라는 보호막 안에서 이리저리 튀다 제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지.
극보수와 극진보의 정치적 성향 따위, 범신론과 유물론과 기독교적 세계관이 좌충우돌할 때도 아빠와 나의 대화는 늘 풍성했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바탕이 되고 있다는 걸 한시도 의심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런데 있잖아... 나만 그랬나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어. 아빠는 서운하지 않았을까? 안타깝지 않았을까?
아빠가 죽을힘을 다해 쳐놓은 보호막을 찢고 나가는 자식들을 보면서 배신감도 들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때로 서글프지 않았을까?
어느 순간 호랑이 같던 아빠는 현실에 순응하기 시작했고 철이 들자 나는 그런 아빠에게 많이 미안했어. 그래서 더욱 끝내 나를 놓지 못했나 봐. 실패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 봐.
아빠, 나는 아직도 사랑을 믿고 진실을 믿어요.
아주 확고히 선을 믿고 아름다움을 믿어요.
그것이 언젠가 아빠의 자랑이 되기를...
사랑하는 아빠, 단잠 주무시길.
내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