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남은 게 없는 기분일까

곧 마흔, 그 언저리에 쓰는 첫 글

by Snowin


혹시 이런 사람, 당신 주변에도 있나요?

아니면, 이게 당신 얘기이기도 한가요?



나는 늘 시작은 호기롭게 하는 사람이었다.

스무살, 대학시절의 나는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을

절실히 믿었다. 책 읽기와 글쓰기에 빠져 살았고, 글쓰기 사설 모임에도 나갔다.

그때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필력이 좋으니 출판을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무슨 책을... 말도 안 되지.'

그래서 "저는 그럴 수준이 안 된다"고 하고 모임은 흐지부지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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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두 번째 큰 관심사는 여행이었다.

여행은 내게 관광 이상의 의미였다.

일상에서 떨어져 나를 멀리서 관찰할 수 있는 시간,

새로운 문화와 삶을 만나며 다른 세상을 이해하는 힘.

그래서 여행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조회수도 나오고

댓글 반응도 생기자 신이 나서 열심히 썼다.

그런데 파워블로거 제도가 생기고, 전문 여행가들의 글과 사진을 보니 내 여행기가 너무 작게 느껴졌다.

반년이 지나면 조회도 안 되는 글을 이렇게 시간과 정성을 다해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다시 바쁜 일상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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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결혼 후 임신 준비를 하면서였다. 나는 첫 아이를 초기에 유산했다.

첫 유산의 슬픔을 이겨낼 수 없어서, 다시 글을 붙잡았다. 내가 겪은 감정과 그것을 이겨낸 이야기를 올렸을 때, 같은 경험을 가진 엄마들의 댓글을 읽으며 많이 울었다. 나의 고백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음을 느끼며 깨달았다.

파워블로거가 아니어도, 조회수가 나오지 않아도

누군가 한 사람에게 닿아서 도움이 될 수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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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도 나는 늘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시작했다.

영어, 심리공부, 요가, 필라테스

시작하면 꽤 잘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지점이 오면 나는 어김없이 질려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섰다.


이제 나는 곧 마흔을 바라보는 자리에 서 있다.

돌아보니 열심을 다한 시도의 흔적은 많지만 무언가 이룬 것이 없다는 자책만 남는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전자책 하나 내보지 못했고

영어도, 운동도, 상담심리도 배우다 만 채 엉거주춤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직장 13년차 워킹맘. 그게 나를 설명하는 전부인 것 같아서 가끔 힘들다.

사실 그마저 지금 당장 회사를 나와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놀랍도록 좌절스러운 현실이 힘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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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AI를 배우고 있다. 처음엔 회사에서 등 떠밀려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꽤 흥미롭다.

그래서 또 늘 그랬듯이 에너지를 쏟아 배우는 중이다.

새롭고 놀라운 기술의 세계가 너무 재밌다.

근데 또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러다 또 흐지부지 끝나는 거 아닐까?'


이번엔 다르게 가고 싶다. 작은 마침표라도 찍고 싶다.

AI로 제 2의 인생을 설계해보고도 싶고, 육아에도 접목해보고 싶고 무엇보다 유일하게 놓지 못했던 글쓰기를 이번엔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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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분이 있나요?

잘 시작하는데 끝을 못 내는 것 같은 느낌.

마흔이 다 됐는데 아직도 나를 찾고 있는 느낌.

일도 하고 싶고, 꿈도 꾸고 싶고, 아이도 곁에서 보고 싶은데 그게 욕심인 것 같은 느낌.


저도 아직 답을 모릅니다.

그냥, 같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여정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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