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다시피 다닌 회사생활이 어느새 13년차다.
그 사이 결혼을 했고, 첫째 임신과 출산, 육아휴직.
둘째 임신과 출산, 두 번째 휴직까지 마친 후 다시 복직을 했다. 첫 임신부터 두 번째 복직까지 꼬박 6년.
그 지난한 시간을 회사와 함께 버텨왔다는 게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묘하게 감사하다. 여태껏 내 이름이 걸린 책상이 존재했다는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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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입사 후 취뽀의 기쁨도 잠시,
나는 퇴사를 꿈꿨던 것 같다.
직장생활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지루했고,
의미 없었고, 시간이 그냥 소모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연히 10년 전 블로그에 썼던 글을 읽었다.
《인생학교 — 일》이라는 책을 보고 쓴 글이었다.
책의 부제는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방법'이었다.
충만함이라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으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책장을 넘겼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즐거운 일을 하며 살 수는 없는 걸까. 그 질문들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마주한 순간이었다.
책은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는데, 나는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하고 싶은 분야에 슬그머니 문을 두드려보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금융치료에 패배했다. 퇴사를 결심할 결정적인 순간을 만나지 못했고
매월 주어지는 월급, 그 편안함에 취한 채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그렇게 퇴사의 꿈은 슬그머니 한 발 후퇴한 '육아휴직'으로 모양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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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가졌을 때 새 생명에 대한 기쁨과 함께 나를 기쁘게 한 사실은
누군가는 일하러 가는 게 훨씬 낫다며 육아 헬을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아니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대낮에 사계절과 온도의 변화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좋았다.
그러나 결국 시간은 흘렀고 나는 복직을 했다. 좋은 보수, 좋은 워라밸, 좋은 동료들. 친정과 시댁이 모두 가까워 육아를 도와주는 환경까지. 나를 둘러싼 모든 조건이 조용히 속삭였다. "배부른 소리 말고 그냥 계속 다녀."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겠다는 다짐은 그렇게 조금씩 흐릿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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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번째 휴직과 복직을 앞두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두 번이나 애 낳고 휴직까지 썼는데, 이 정도면 다닐 만큼 다닌 거 아닐까. 앞으로 1~2년 뒤면 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쉽지 않은 아이 곁에 누군가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자꾸 한쪽을 눌렀다.
누군가는 말한다. 애들 크는 건 잠깐이니 그 잠깐을 버티고 경력을 지키라고. 맞는 말이다.그런데 나는 자꾸 반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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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기운다. 그런데 자신은 없다. 솔직히 돈보다 더 두려운 건 따로 있다.
직장인으로서의 나, 그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
그렇게 힘들다고 했으면서 막상 그만두는 건 왜 이리 주저하게 되는 걸까. 나오면 전혀 다른 삶의 모습으로 채워갈 수도 있을 텐데, 13년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온 나는 좀처럼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주저만 하고 있다.
아이들 곁에 있어주되, 나만의 일도 하고 싶다. 둘 다 잘하고 싶다는 게 욕심일까. 엄마로도, 나로도 살고 싶은 마음. 정말 오래된 고민이었고, 끝내지 못한 숙제였는데. 과연 이번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저와 같은 질문을 안고 사시는 분 있으신가요?
혹은 저보다 앞서 길을 걸어가신분이 있다면
조언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