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눈으로 읽어낸 '나라는 세계'

마흔 앞에서, 10년치 기록을 AI에 넣어보았다

by Snowin


곧 마흔이 다되가는데도

여전히 나는 나에 대해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떤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로가야하는지 늘 헷갈리고 궁금하다.

퇴사를 고민하며 이 질문은 더 깊어졌던거 같다.

회사를 나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회사가 그토록 내게 맞지 않는 옷을 걸친거 같아서 힘들었다면 진짜 내 옷같은 일은 무엇일까?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한 고민 중 유튜브 한 쇼츠 영상이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그동안에 썼던 일기, 기록들을 모두 AI에 넣어 나란 사람의 논문을 한편 만들어 보세요!"


오.. 이거 재밌겠는데.. 단순히 재미를 넘어, 진짜 내가 찾던 고민에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나의 기록을 모으기 시작했다.


스무 살부터 이어온 블로그 728건 중 책 서평 78개와 육아 이후의 일상 글들,

결혼부터 육아까지의 일기 299건

그리고 ChatGPT와 나눈 고민 대화까지.

꽤 많은 양이었지만 전부 넣고 돌렸다.

질문은 단순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떨 때 행복한가. 뭘 하고 살아야 잘 맞을까.


그렇게 발견한 나의 인생 지도



분석 결과가 꽤 흥미로웠다.

AI는 나를 이렇게 정의했다.

"성찰적 기록가이자 의지적 성장인"

단순히 일상을 나열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상을 해석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 아이의 등원 거부나 복직 후의 혼란을 감정적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

13년 차 직장인으로서의 체계성(직업병 아닌지요..^_ㅠ)과 심리학적 관점이 결합되어 있다.

또 하나, 나에게 '감사'나 '행복'은 저절로 주어지는 감정이 아니라 선택하는 의지. "감사를 선택하기로 한 한 주"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끌어올리는 회복탄력성이 있다고. 그리고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아의 영토를 넓혀가는 성장 지향형 인간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연결과 위로를 나눌 때 충만함을 얻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어느 정도 나를 꿰뚫어본 분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기록에 대한 부분이 그랬다. 나는 복잡한 생각을 글로 정리하며 질서를 세울 때 평온을 느끼는 사람이고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거나 위로가 될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간의 기록들이 그 사실을 다시 한번 또렷하게 확인해줬다.


그리고 뼈 때리는 단점도,


너무 좋은 말만 늘어놓는 것 같아서 단점도 꼬집어 달라는 추가 요청을 했다.

(와.. 시키니까 또 단점 주르륵 쓰는 거 뭐야...?)


지나친 책임감과 과도한 부채감,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려는 에너지 분산, 퇴사 준비에서의 구체적 실행 부재.

다 맞는 말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 대목이 뼈를 때렸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낮은 수용성. 문제 상황이 생기면 빠르게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모습은 불안을 회피하려는 기제일 수 있다. 엉망진창인 상태를 견디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는 빠르게 해결책을 찾는 걸 능력이라고 생각했고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효능감 뒤에 숨겨진 게 불안이었다는 것을. 엉망진창인 상태를 못 견디는 조급함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바로 거기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퇴사 준비에 앞선 구체적인 노력 흔적의 부재도 정확히 내 상황을 꼬집고 있었다. 이상적인 낭만주의자처럼 글 쓰고 고민만 하지 말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함을 도전 받은 느낌이었다.




사실 AI가 내 인생의 뭘 알겠는가.

재미로 시작했고, 참고하는 정도로 봐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름의 인사이트는 분명히 있었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 기록, 그것을 나누는 데서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이다.

또 배우며 성장하는 데서 기쁨을 찾는 사람이다.

그리고 마흔이 되는 이 시점에, 지나친 자책과 빠른 문제 해결 습관은 조금 내려놓고, 엉망진창인 상태를 견뎌내는 힘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내 기록이, 나에게 말해준 것들과 다짐들이, 누군가에게도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저와 같은 고민을 갖고 계신분이 있다면 나의 기록이 말해주는 뼈때리는 ‘나’ 에 대한 이야기 한번 시도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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