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대학시절부터 시작한 블로그가 벌써 18년째다.
결혼 전 내 블로그는 주로 여행과 일상, 책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다 엄마가 되고 나서 블로그도 달라져야 할 것 같았다. 주변을 보면 육아 블로거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이유식 레시피, 월령별 발달 체크리스트, 유아용품 상품 후기. 조회수도 잘 나오고, 하트도 넘쳐나고, 이웃도 쑥쑥 늘어나는 인플루언서형 육아 블로그들을 보며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저리 부지런할까,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도저히 안 됐다.
몇번 시도해볼까도 고민했지만 인플루언서를 목표로 하는 그런 블로그는 내 옷이 아닌 것 같았다. 억지로 걸쳐봤는데 어깨가 맞지 않는 느낌.
결국 육아하며 내가 쓴 글은 죄다 이런 제목들이었다.
유산 후 임신을 준비하며 쓴 감사일기.
등센서 아기와의 고군분투기.
분유 거부 극복기.
등원 거부 두 달, 그 눈물의 기록. 등등
정보성이 아닌 경험과 감정의 기록.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라기보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쓴 글들이었다. 그리고 그 고생을 잊지 말자며 썼던 기록들이었다. 그냥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 같다.
그리고 그 글들이 누군가에게 닿았을 때 나는 기쁨을 느꼈다.
첫 유산의 아픔을 겪고 용기 내어 쓴 글에 생각치 못하게 댓글이 정말 많이 달렸었다. 같은 경험을 하고 집에 돌아와 눈물 훔치며 블로그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들, 내 글을 보며 위로를 얻었다는 글, 아직도 슬픔이 정리되지 않는다는 글. 그 댓글 하나하나를 읽으며 나도 많이 울었다.
나는 인플루언서가 못 된 그냥 오래된 블로그에 글 쓰는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글을 쓸 용기를 얻은 것 같았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도 그런 거 같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한 번 정리하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됨은 개인적으로 내게 주는 유익이다.
또 그것이 누군가에 닿아 위로와 웃음과 희망을 주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 될거 같다. 앞으로도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인기는 없는 글이 될지라도.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