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설 Nov 15. 2023

자살에 대한 오해(3)

자살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것은 자살할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다

자살에 관한 질문은 자살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실제로는 자살 생각을 억제하고 정신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누군가 걱정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에게 직접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길 바란다. 이런 질문은 이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게 할 수도 있고,  어쩌면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또한 자살 관련 이야기는 당사자에게 자살 외 선택지를 고려하도록 돕고, 생을 끝내겠다는 결심을 재고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로리 오코너,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3장 자살에 대한 속설과 오해, 80p


자살시도자의 보호자를 만나다 보면, 자살시도자가 자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고 짐작했지만 자극이 될까 봐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도리어 숨겼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어떤 분들은 유서를 발견하거나 자살시도자가 직접적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음에도 자살시도자에 대한 걱정과 혼란스러움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자살에 대해서 묻지 못하고 회피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자살'은 우리나라에서 금기시되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살생존자인 저도 자살로 떠나보낸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심적인 부담을 느끼며, 제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자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자살에 대해 묻고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자살에 대한 바른 이해의 부재는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을 더 고립시키고 죄책감을 느끼게 하며 아무도 자신의 편이 없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일례로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그리워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등학생을 두고 한덕수 총리는 "좀 더 굳건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았으면"라고 공식석상에서 말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이처럼 저는 자살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아할 길이 아직 멀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조금씩 자살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고, 자살로 사망한 이들의 이야기를 주목하고, 공감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자살시도자의 보호자를 만나면, 자살시도자에게 자살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것은 이들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자살을 예방하고 이들을 돕는 일에 가깝다는 사실을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자살시도자에게 자살에 대해 사려 깊게 물어봐주시기를 요청드리지요.


주위에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사려 깊게 자살에 대해 물어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염려되고 혼란스러운 물음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이러한 노력들이 자살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우리는 이미 잃어버린 이들을 되찾을 수는 없겠지만, 아직 남은 이들에게 우리의 연민을 전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 수 있기를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