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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

린다 개스크의 '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를 읽고

by 박지설
"지독한 딜레마였다.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내 삶의 통제권을 계속 손에 쥘 것인가―그 결과 결국 삶 자체가 아예 사라질지라도. 내가 전에 그녀의 눈빛에서 읽었던 바로 그 고뇌였다."

린다 개스크, 『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 51p


작가가 진실로 담겨있는 책은 힘이 있다. 그런 책을 읽었다.


우울을 움켜쥐고 드러내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잠잠히 들을 땐, 괜찮아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지곤 한다. 그럴 법도 하다. 먼저 자신의 우울을 말해본 적이 없기에. 삶을 견디게 해준 ‘누구도 나를 도울 수 없다.’라는 믿음이 있기에. 취약함을 보이는 것이 손해인 사회 속에 있기에. 그리고 나도 다르지 않기에 그렇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견디기 어려운 결여를 맞닥뜨리며(순전히 우연이기도 한) 지독한 딜레마를 겪는다. 저자는 우울을 이야기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여는 데 주저함이 없는 모습으로 독자를 설득한다. 좋은 책을 만났다.


나는 정신과 의사이고, 오랜 우울증을 앓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누구도 그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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