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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love Oct 02. 2015

#10 산토리니를 남자 3명과 가다

신혼여행지를 세계 여행자들과 함께

파란 지붕과 하얀 벽돌 집


신혼여행지의 로망 그리스 섬 산토리니, 누구나 파란 지붕과 하얀 벽돌로 지어진 집에 대한 로망과 환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아름다운 산토리니를 사진으로 담고 싶었고 정말 실제로 봐도 예쁜지 확인해  봐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복잡한 루트를 거쳐 이곳에 왔다. 물론.. 세계여행을 하는 36, 34, 28살 남자 3명도 함께.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오빠를 벗어나서 아저씨에 가까운 오빠들이랑 산토리니라니. 웃음이 난다. 엄청나게 신나고 즐거운 일이 기다릴 것!!!!!..... 같진 않지만 신혼여행지에 쓸쓸하게 혼자 인  것보단 넷이 좋다.




어쩌다 보니 오빠들과 나는 숙소가 달랐고 아침부터 나는 오빠들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숙소를 나선지 2시간이 지나서야 오빠들 숙소에 도착했다. 사람들한테 어찌나 많이 물어봤는지 아직도 잊히지 않는 그 이름 빌라마노스. 중심가와 멀리 떨어져있긴 하지만 렌터카만 있다면 가격 대비 엄청 좋았다. 오빠들도 이 비싼 산토리니에서 3명이 35유로에 잤으니 말 다했다.

숙소를 구경하고 있을  때쯤, 태수오빠가 분주해졌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태수오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오잉

코스 섬에서 잃어버린 거 같다고 하는 오빠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산토리니로 오는 배표를 사고 여행사에 잠깐 짐을 맡겨놨었는데 배를 타기 전 여행사에서 짐을 찾아서 나올 때 허겁지겁 나오느라

정신이 없어 놓고 나온  듯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에게는 여행사에서 받은 봉투가 있었고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다. 숙소 주인 아줌마의 도움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그곳에 있다고 한다. 이제 어쩌지?! 오늘은 토요일 아침이고 코스 섬에서 산토리니 오는 배는 이미 다 끊겨서 월요일이나 돼야 온다고 하고 오빠들은 내일 아침 일찍 떠나야 했으며 나도 월요일 아침 일찍 떠나는 상황이라 방법이 없었다. 한 달 뒤 태수오빠가 있을만한 이집트 다합으로 받을까 고민을 하던 중

태수오빠는 복잡한 상황에 진저리가 난 듯 폰을 버리기로 했다. 택배로 받는 값이나 다시 중고폰을 사는 값이나

시간,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비슷할 거 같다고..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며칠 뒤 오빠들은 아테네로 가서 중고폰을 샀다. 집념의 사나이들.. 중고폰 매장을 발견해 폰을 샀다고 연락이 왔다. 이것도 여행의 묘미라면 묘미다.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한 우리는 차를 렌트해서 산토리니를 누비기로 했다.




일단 배고프니까 수블라키를 먹으려고 시내로 나와서 버스터미널 옆 골목길에 주차 중이었는데 익숙한 얼굴이 눈에 보였다. 

"어?! 저기 돌아이 삼총사 중 첫째 오빠 아니야?"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카파도키아에서 태수오빠랑 만났던 돌아이 삼총사 중 첫째 오빠랑 동갑내기 지원이가 산토리니에 있었다. 신기한 우연이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있다더니.. 그래도 어떻게 산토리니에서 주차하다가 만나냐.

일본에서 온 아유미도 함께. 아유미, 첫째오빠, 도형오빠, 용기오빠, 나, 태수오빠, 지원이

그들도 일정일 짜지 않고 계획 없이 돌아다녔는데 정말 같은 시간에 그곳에서 마주치다니 아직도 신기하다. 세상은 좁다. 반가운 마음에 같이 점심으로 수블라키를 먹고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가고 그들은 산토리니의 오후를 즐기기로 하고 헤어졌다.

길 위에서 만난 인연은 길 위에 있을 때 가장 즐겁고 아름답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였던 이번 여행은 유럽이 아닌 사람을 여행하는 기분이었고 그들이 없었다면 나의 여행은 완벽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몽돌해수욕장과 닮은 산토리니 바다. 파도와 조약돌이 내는 소리는 마치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 같았다. 환상적인 하모니를 뿜어내고 있었다. 촤르르르 파도가 밀려왔다가 돌에 부딪혀 빠져나가는 소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청량한 빛깔이었고 평생 가도록 못 잊을 선물이 되었다. 다시 듣고 싶은 바다의 오르간..


어딘지 모를 바닷가. 우리는 저 파라솔로 여기가 페리사비치 인 것 같다며 짐작했다. 아직도 어딘지 잘 모르겠다.

"이제 해도 저무는 거 같으니 우리 이아마을로 가서 일출이나 볼까?"

"가자! 가자!! 가자!!! 내가 산토리니에 온 이유를 보러 가자. 누가 그랬어, 이아마을은 가면 이아~소리가 절로 나온다 해서 이름이 이아마을이래!!!" 오빠들이 정색했다. 정색할 것 까지야.. 웃자고 한 소리야... 설무룩




모두 다 커플인 이아마을


이아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동화 속에 나올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래서 신혼여행지, 신혼여행지 하는구나. 정말 없던 사랑도 샘솟을 것 같은 마을이다. 이 로맨틱한 마을에 있는데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사랑에 빠져야겠.....지 못하겠구나... 나는 이 로맨틱한 곳을 저들과 왔으니 가혹한 운명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이상형 라면오빠를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나를 보고 놀리기나 하고 캬캬캬 웃기만 하는 못난 오빠들. 못 됐다 못 됐어.

동화 속에 들어온 게 아닐까? 정말 착각이 들 정도로 심각하게 예쁘다.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우리에겐 심심한 휴양지 같은 느낌이었지만 예쁜 거 하나는 모두 다 인정했다.


이아마을 상징 파란 지붕, 산토리니에 와서 알게 된 거지만 파란 지붕은 교회라고 한다. 교회만 파랗게 칠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놨다고 한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여행이다.


10월에도 꽃이 아름드리 피어있는 산토리니, 탑원피스를 입어도 더울 정도로 햇빛이 강렬하다. 가을에도 날씨가 이 정도라니.. 여름엔 더워죽는거 아니야?


웨딩촬영을 하고 있던 외국인 언니. 뒷모습이 마치 여신같다.

한참을 헤매다가 찾은 산토리니의 상징, 교회와 종. 그리고 그 앞에서 웨딩촬영을 하고 있던 신랑, 신부.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들이 참 부러웠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 사진을 찍게 해 준 그녀에게 감사를...


이걸 찍고서 해가 질 거 같아서 서둘러서 이아마을 끝으로 갔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산토리니 일몰을 보러! 가는 길에 도형오빠가 또 장난을 쳤고 나는 단단히 삐쳤다. 사실 일부러 더 삐친 척 했다. 내일이면 헤어지는데 계속 장난만 치는 게 너무 밉고 용기오빠랑 도형오빠랑 계속 놀려서 왠지 서러워졌다. 착한 태수오빠가 달래 줬지만 쉽사리 서러운 마음은 풀리지 않았고.. 혼자 필름을 가지러 갔다 온다고 하니까 도형오빠가 따라왔다. 미안한 듯 계속 서성이는 도형오빠의 모습이 짠했지만 못된 나는 계속 도형찡에게 짜증을 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하다. 헤어지기 싫어서 그랬나 보다. 헤어짐은 사람을 참 힘드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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