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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love Sep 30. 2015

#8 페티예는 보트 투어로 통한다.

터키의 매력은 무궁무진

10월에 지중해에서 수영하기




10월 15일 아침


14일에는 도형오빠와 수영을 하러 욜루데니즈로 갔다. 수영을 하다가 수경언니랑 정민오빠를 만났다. 수경언니는 카파도키아 숙소에서 만났었는데 페티예가 아닌 안탈리아로 간다고 했다. 같이 페티예로 가면 좋을 텐데.. 헤어짐이 아쉬워 내가 안탈리아가 재미없어지면 바로 페티예로 넘어오라고 했더니 의리 좋은 언니는 안탈리아를 간 다음날 페티예로 넘어왔다. 우리가 없어 안탈리아가 지루했다는 기분 좋은 소리도 함께.


그리고 우리는 욜루데니즈에 와서 꼭 하고 싶었던 보트 투어를 예약했다. 내일 몇 명이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는 회사로 들어가 픽업과 보트 투어를 신청했다. 물론 우리는 흥정도 잘~ 했다. 1인당 30리라! 픽업을 빼면 20리라에도 해주겠다고 하는 회사들이 많았는데 페티예에서 욜루데니즈로 오려면 왕복 14리라가 들었기 때문에 픽업까지 넣는 것이 이득이었다. 30리라 안에는 보트 투어(아침부터 저녁까지), 점심, 픽업비용이 모두 포함이었다. 30리라로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예약을 할  때부터 신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대망의 15일. 8명의 멤버가 모였다.

태수오빠, 도형오빠, 처음 만난 말로만 듣던 플로리스트 용기오빠, 수경언니, 수경언니 동행인 정민오빠, 그리고 라면오빠와 남석오빠, 그리고 막내  나.

신기하다. 카파도키아에서 만났던 인연들이 정말 다 모였다. "같이 가서 놀아요!"라고 했을 뿐인데.. 언니 오빠들이 다 와주었다. 너무 신났었고 행복했다. 라면오빠는 야간 버스를 타고 아침에 도착해서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흔쾌히 우리의 보트 투어에 동참했다.



-인물정보-

태수오빠: 세계여행을 하는 웃는 게 잘생긴 유부남 오라버니, 특징 착함

용기오빠: 세계여행을 하는 까칠하지만 잘생긴 오라버니, 특징 엄청 까칠함

도형오빠: 세계여행을 하는 착하고 못난 오빠, 이번 여행의 3분의 1을  함께해준 고마운 사람

라면오빠: 라면회사에 다녀서 붙은 애칭, 카파도키아 숙소에서 마지막 날 만난 내 이상형

남석오빠: 순둥순둥한 오빠, 누구에게나 다 친절한 오빠, 카파도키아 숙소에서 만남

수경언니: 예쁜데다 수영도 잘 하는 신여성, 매력 터지는 부산언니야

정민오빠: 어려 보이는 동안 오빠, 안 지 얼마 안돼서 정보가 없음



보트타러 가는 길 신남신남


점점 배로 모여들기 시작하는 사람들 몇 명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배에 올랐다. 우리가 제일 먼저 탔고 그 뒤로 외국인들이 어마 무지하게 탔다. 다들 들어오자마자 선탠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이 때 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들이 햇빛에 앉는지. 나중에 수영을 하고 올라왔을 때 그늘은 너무 추웠다. 우리만 그늘이야! 라며 좋아했는데 전혀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이 날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나오지 않아서 필름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이 날의 모든 사진들은 수경언니의 카메라와 용기오빠의 고프로 작품.


10월 중순인데도 모두들 벗고 있다. 빛이 저만큼 강렬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들어있는 터키의 10월, 이 매력 넘치는 터키를 떠날 수 있을까?


보트의 첫 정박지. 물이 맑다 못해 투명하다. 언니, 오빠들의 연속 다이빙. 대단하다.. 여기 사진으로는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데 체감상으로는 엄청 높게 느껴진다.

중학교 때 시골에 살면서 방학만 되면 친구들이랑 학교 옆 냇가에서 다이빙도 하고 그랬는데  그때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목숨이 2개는 되었나 보다. 어릴 때는 멋모르고 뛰었지만 지금은 목숨이 하나라서 뛰는 건 못하겠더라.. 그래서 다이빙보다 더 신나게 첨벙첨벙 수영을 했다. 지중해는 수영을 못해도 괜찮다. 파도가 잠잠해서 그런지 정말 잘 뜬다. 생각해보니 여기는 파도가 거의 없었다. 냇가에서 수영을 하는 것 마냥 이리저리 누비고 다녔다.


숯불 냄새와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



여기서부터 점심을 먹을 때 까지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배에서 들어올 때 직원이 '치킨? 피쉬?' 이러면서 물었는데 그게 점심 메뉴였나 보다. 숯불냄새가 우리를 배 안으로 끌어들였다. 출발한다는 소리가 울리고 배는 출발했다. 다음 섬으로 가는 동안 우리는 점심을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신나게 수영을 하고 놀다가 먹는 밥은 꿀맛이었다.

지중해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숯불에 구운 치킨이라니.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일이다.

내가 페티예를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한 건 바로 이 보트 투어 때문이니까.






우리가 탔던 배에는 워터 슬라이드가 있었다. 배 갑판에서 타고 내려오면 배 옆쪽의 구멍으로 나와서 지중해 바다로 떨어진다. 인기 워터 슬라이는 줄을 서서 탈 수 있는데.. 사실 정말 타기 무서웠다. 워터파크에 가면 제일 좋아하는 놀이기구지만 여기는 지중해 한 가운데 떨어지는 워터 슬라이드니까.. 지중해 바다 한 가운데는 사진에 보는 것처럼 정말 물이 파랗다. 파란 바다에 떨어지는 공포감이 커질  때쯤 수경언니가 밀어서 얼떨결에 탔다.

꺄아아악언니밀지마요오오악아아아악 흡.. 소리도 못 지를 만큼 무서웠다...... 그런데 떨어지고 나니 너무 재밌어서 많이 타지 못한 걸 후회했다. 겁내는 내 모습이 너무나 웃겼다.



중간에 수경언니랑 나랑 스피드보트도 탔는데 마지막에 뒤집고 빠트리고.. 죽을  뻔했다. 엄청 소리를 지르면서 타서 재밌긴 했는데 죽긴 싫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이 보트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펼쳐졌다.

이 보트에는 자칭 귀요미 한 명이 살고 있는데 이 아저씨는 정말 만능이다. 춤도 요리도 수영도 다이빙도 못하는 게 없다. 그 귀요미가 앞쪽으로 나가서 흥을 돋우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보트 위의 모든 사람들이 마카레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헤이 마카레나~ 아, 이신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이건 겪어봐야 한다. 터키, 페티예에 가서 보트 투어를 하고 섬을 돌다가 돌아갈  때쯤 마카레나를 추면 당신도 마냥 웃고 즐길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터키에 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럽다. 이 모든 행복을 고스란히 느끼고 올 것이 분명하니까.


돌아오는 길, 아쉬움을 가득 담아 사진을 찍었다. 

라면오빠는 첫 정박지에서만 놀고 그 뒤로 물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저녁도 못 먹고 야간 버스를 탔고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우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바로 보트 투어를 하러 왔던 것이다. 티도 안 내고 있어서 몰랐는데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였다. 하루 종일 보트에서 자더니..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끼리 너무 신나게 놀았다. 나중에 알고서는 너무 미안했다. 라이프가드 자격증까지 있는, 물에  최적화되어 있는 사람이 놀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배 위에서 잠만 잤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해 질 녘, 우리는 육지를 밟을 수 있었다. 행복했던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무는 구나..




10시부터 6시까지 보트에 있다가 돌아온 우리는 힘들기도 하고 배도 너무 고프고 해서 호스텔에서 밥을 먹었다. 호스텔 저녁은 메인 메뉴를 고르면 사이드 메뉴를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데 진짜 맛있었다. 가격은 15~20리라 정도, 근데 정말 맛있었다. 수영을 한 날은 뭐든 다 맛있나 보다.

라면오빠는 나에게 자기 스테이크를 먹으라며 잘라주고 먹다가 너무 몸이 안 좋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오라고 했는데... 너무 미안했던 나는 도형오빠의 도라지청을 뺐었다... 도형오빠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던 약 중에 약사인 수경언니가 추천하는 약을 골라서 도라지차와 함께 라면오빠에게 가져다 줬다. 그랬더니 도형오빠가 한마디 했다. 

"야 술애 너 내가 아파도 이렇게 할 거냐?"


음, 미안

내 이상형 라면오빠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우리의 15일은 막을 내렸다. 


터키에서 또 하나의 행복한 기억을 만들었다. 하나의 나라라고는 믿기지 않는 각 도시의 매력. 터키에 와보면 알겠지만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페티예 등 도시마다 분위기가 다 다르다.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터키, 이 매력에 나는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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