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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 Jun 21. 2024

아르렁 아르렁

아르렁 아르렁


기나긴 밤에 지친 새들이 새벽이 오자마자 재잘거린다 참새는 쪽쪽 뻐꾸기를 깨우고 뻐꾸기는 꾹꾹 해를 깨운다 해는 하루를 빚는다 유난히 짧았던 잠자리였다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하고 입고 있던 어제를 한 꺼풀 벗어 놓고는 가까운 편의점에 요깃거리를 사러 간다 거스름돈을 받으면 그걸로는 꿈을 사야겠다


꿈이란 이름의 아이를 집에다 데려다 놓았다 꿈을 사러 가는 길에 내리는 비를 맞으며 떨고 있던 아이였다 한겨울에도 틀지 않던 온수를 틀어 아이를 씻기고 오래간만에 냉장고를 열어 이것저것 꺼내다가 뜨뜻미지근한 밥상을 차려주었다 아이는 맛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쥐고 있던 숟가락으로 정수리를 때려주었다


잘 먹이고 잘 씻긴 꿈을 내다 버렸다 실랑이를 하다가 엄마의 꿈과 아빠의 꿈까지 쥐어 주었다 빈손에 홀가분함을 가득 쥐고 집으로 돌아와 냉수를 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적셨다 물기를 닦고 싶지 않아 온몸이 젖은 채 거실 바닥을 뒹굴었다 천장은 허무하게 내려다보았고 바닥은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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