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웃지요.
일곱 살 때였나,
다녔던 속셈학원에서 물놀이를 갔다.
여러 레크리에이션을 했었는데,
수영모로 미꾸라지도 잡고,
동요도 부르고 캠프파이어도 하는 자리였다.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무대에 섰다.
다음은 동물 퀴즈 시간이란다.
일곱 살 평생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봐왔던 나다.
나는 있는 힘껏 귀를 쫑긋 세웠다.
잊고 지냈던 태초에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한 집중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문제이자, 마지막 문제가 출제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가 큰 동물은 무엇일까요?"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코! 끼! 리! 요!"
그 순간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정확히 나를 직시하고
다시 한번 되묻는 것이었다.
"뭐라고요~?"
필살의 확신이 담긴 대답이었건만,
이어지는 반문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해야 했다.
"코↘끼↘리↘요↘"
그제야 레크리에이션 강사는 방긋 웃으며,
정답을 외쳤다.
나는 신이 나서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평생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짜릿함이 전신에서 샘솟는 듯했다.
이어지는 말을 듣기 전까지 말이다.
"자 그럼 모두 다 같이 토끼 친구를 불러볼까요?"
잠시 뒤,
토끼 인형 탈을 쓴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 나왔고
주변에서는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세상에는,
원인 모를 호응에 신이 난 토끼 인형 아르바이트와
부끄러움을 오롯이 짊어진 나만이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