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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 Oct 12. 2024

착각

그저 웃지요.

일곱 살 때였나, 

다녔던 속셈학원에서 물놀이를 갔다.


여러 레크리에이션을 했었는데,

수영모로 미꾸라지도 잡고, 

동요도 부르고 캠프파이어도 하는 자리였다.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무대에 섰다.

다음은 동물 퀴즈 시간이란다.


일곱 살 평생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봐왔던 나다.

나는 있는 힘껏 귀를 쫑긋 세웠다. 

잊고 지냈던 태초에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한 집중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문제이자, 마지막 문제가 출제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가 큰 동물은 무엇일까요?"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코! 끼! 리! 요!"


그 순간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정확히 나를 직시하고 

다시 한번 되묻는 것이었다.


"뭐라고요~?"


필살의 확신이 담긴 대답이었건만, 

이어지는 반문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해야 했다.


"코↘끼↘리↘요↘"


그제야 레크리에이션 강사는 방긋 웃으며,

정답을 외쳤다. 


나는 신이 나서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평생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짜릿함이 전신에서 샘솟는 듯했다.


이어지는 말을 듣기 전까지 말이다.


"자 그럼 모두 다 같이 토끼 친구를 불러볼까요?"


잠시 뒤, 

토끼 인형 탈을 쓴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 나왔고

주변에서는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세상에는, 

원인 모를 호응에 신이 난 토끼 인형 아르바이트와 

부끄러움을 오롯이 짊어진 나만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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