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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road Jan 25. 2023

가장 균형 잡힌 만년필

몽블랑의 시작이자 끝은?

1980년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146이다.


146은 만년필史에서 가장 밸런스가 좋은 펜 중의 하나로 꼽히는 펜인데 149가 크기 때문에 실사용에서 조금 부담스러운 점이 있는 데 반해(물론 149의 큼직함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무게나 그립감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균형이 가장 잘 잡혀 있어 실사용으로 적당한 펜이다.


구형 146의 경우는 닙이 현대 146과는 달리 원톤닙으로 되어 있다. 70년대의 146이 상당한 유연함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서는 조금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탄성이 있어서 필압에 따라 제법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현대 146은 EF닙의 경우에도 상당히 굵게 나오는데 반해 구형 146은 제법 얇게 글을 쓸 수 있다. 소위 빈티지 몽블랑이 동호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한데 내 성향에도 요즘의 닙보다는 오래된 닙이 잘 맞는다.


현대 몽블랑의 경우는 세련미를 강조한 차가운 도시적인 느낌을 주는데 반해 구형 몽블랑의 경우는 조금은 따뜻한 분위기의 전원 느낌이랄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도구인 펜이 주는 느낌에 따라 필체가 달라지곤 하기 때문에 나와 잘 어울리는 펜을 찾는 과정도 만만치 않게 시간이 걸린다.


펜촉이 처음 종이에 닿아 글자의 모양이 만들어질 때의 느낌에 따라 글의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요즘처럼 타이핑으로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해진 시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아쉬운 것은 몽블랑의 가장 큰 장점인 풍성한 잉크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두줄 에보나이트 피드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어차피 굵은 글씨를 쓸 것은 아니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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