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 작가님과 글쓰기, 쓰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읽기부터 하라
[정윤 작가님 8강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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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진 작가님의 제부도 소개]
1995년 제1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된 서하진 작가님의 [제부도]이다. 서하진 작가님은 우수상이며, 내가 좋아하는 성석제, 이윤기, 최인석 등 유수한 작가님들이 같이 수상하였다.
[제부도를 읽고]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 섬과 육지가 연결되는 섬이다. 섬과 육지는 원래 바다로 나뉜다. 원래는 그렇다.
그렇게 하루에 두 번 연결되듯,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그렇게 바닷물이 물러서는 시간에 만나게도 된다.
바다가 갈라지며 길이 드러난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잠시 드러나는 길, 그래서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길, 하지만 잠시 후면 또 없어지는 길. 싸리꽃을 닮은 주인공 여자는 그 길을 따라 제부도로 간다.
싸리꽃이라면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특별히 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던 곳이 내가 자라난 곳이었다.
그녀는 꽃이지만 꽃이 아닌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싸리꽃, 그녀의 엄마는 한 사내의 여자이지만 아내는 아닌 첩이다. 아버지는 일 년에 몇 번 찾아오고, 어린 시절 첩의 딸년이라는 놀림을 피해 그녀는 서울로 온다.
서울은 낯설었지만 그 낯섦을 내게 너무도 편한 것이었다.
나는 날아가고 싶었다. 날아가야 했다.
그녀는 엄마를 버리고 서울에서 날아가기 위해 마음의 칼을 갈아 직장을 얻는다. 그곳에서 싸리꽃을 꽃처럼 여겨주는 한 남자를 만난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녀를 두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녀와 제부도로 온다. 그녀는 그가 제부도로 올 때, 무언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그 육지와 섬 사이에서 빠져 죽는다. 그는 선택하지 않았다. 육지도, 섬도. 그는 싸리꽃을 둥근 화환으로 만들어 아름답게 보아주었으므로, 싸리꽃은 그를 위해 피었고 그는 그 싸리꽃을 외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싸리꽃을 택하기에는 다른 꽃들이 너무 아름다웠겠지. 그러니 그는 그 사이에서 물에 빠져 죽고 만다.
육지와 섬 사이의 길이 나오는 짧은 시간 사이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의 최후. 그리고 너무 오래 기다려서 더는 기다릴 수 없었던 엄마의 최후. 그리고 그와 엄마에게로 돌아가야 하는 그녀의 최후.
물에 잠기는 제부도로 가는 길처럼, 그들 모두 잠기고 말았다.
섬에 있는 아기 엄마는 물에 잠기지 않을 것이다.
육지에 있는 그 남자의 아내도 물에 잠기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모른다.
길이 물에 잠길 때까지 망설이는 법을.
삶에 망설임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망설임에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그 망설임이 길어진 자들의 최후는 이 소설과 같을 것이라고, 물속에 있는 듯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도,
그들은 사랑했고, 기다렸고, 살고 싶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