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소박한 시작
꿈은 때로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보여주어 깊은 생각으로 이끌어준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삶의 방향을 인도하기도 한다. 나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특별히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얼마 전 꿈 덕분에 평범한 문예창작과 학생이 되어 꾸준히 연습하고 배우기로 결심하였고,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꿈의 일부: 우리 합창단에 새로 들어온 아저씨가 그림을 그렸는데, 선이 분명하고 색이 고르고 깨끗하다. 펜으로 여러 가지 무늬를 그린 작품을 내가 칭찬하자 자신은 문예창작과 학생이고 아직 배우는 단계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연습장의 뒷면 표지를 그린 적이 있는 프로 작가였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가 바로 나의 아버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에게 밥을 차려 드리려고 부엌에 갔는데 밥도 반찬도 없어서 일단 밥을 해놓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는 아마추어 합창단의 소프라노 단원이다. 꿈에서 '아저씨' 신입단원이 들어온 것은 새로운 내면의 남성성이 등장한 것이다. 그는 잘생기지도, 화려한 옷을 입은 것도 아닌 평범한 모습의 '아저씨'였다. 오디션에 합격해서 들어왔을 테니 노래를 잘할 것이고, 문예창작과 학생이라고 하니 글도 잘 쓸 것 같았다. 그림도 매우 잘 그렸다. 하지만 본인은 겸손했는데, 여러 면에서 실력이 뛰어나지만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그림 그리는 문예창작과 학생이 바로 아버지였다! 나의 아버지는 나와는 달리 매우 외향적인 분이다. 교회에서 체육대회를 하면 응원단장을 맡아 앞에 나가서 춤을 추시고, 여러 친목회에 나가셨으며 기회만 되면 '오! 솔레 미오!'같은 노래들을 큰 소리로 부르시는 분이다.
나는 예전 꿈에서도 내면의 아버지와 같은 면을 새로이 발견하고, 좀 더 아버지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람들 앞에서 아버지처럼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지는 못하지만, 합창단이라는 공동체에서 내 목소리를 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에는 노래뿐 아니라 그리기와 글쓰기와 같은 면에도 창조적인 능력이 있고, 이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꿈에서 준비된 재료도 없고 밥도 없었지만 우선 '밥만 해놓고' 나가는 것처럼, 완벽하게 준비된 재료나 실력이 없어도 일단 시작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표현하시는 내면의 남성성인 아버지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꿈에 아저씨가 그렸던 그림을 꿈노트에 비슷하게 그려보려 했는데, 하다 보니 손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알 수 없는 형태의 얼굴들, 아메바 같은 모양, 뱀, 해, 새싹, 빗방울이 노트에 수놓아졌다. 그림에서 무의식의 에너지가 꿈틀꿈틀 소용돌이치는 모양이다. 그림 안에 원초적인 생명력과 창조적인 가능성, 무의식의 지혜와 치유, 의식의 빛 등이 담겨 있다. 새로운 창조의 싹이 이미 여기저기 다양한 모양으로 새롭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았다.
훌륭한 교수가 되려고 애쓰기보다, 평범한 학생처럼 조금씩 나의 내면의 언어를 꺼내어 다듬어 가보고, 완벽한 진수성찬을 차리려 하기보다는 밥만 해놓고 나가자. '지금처럼 그려보자, 이렇게 일기 쓰듯 적어보자.'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나의 내면이 인도하는 새로운 세상은 어떤 곳일까 설렌다.
꿈이 한번, 꿈을 그린 그림이 또 한 번, 나에게 용기를 주어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
<소중한 공간을 위한 안내와 부탁 말씀>
1. 글쓴이는 융학파 분석가가 아니며, 이 글은 해석, 진단, 치료 사례가 아닙니다.
2. 인물, 시간, 장소 등 세부적인 내용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재구성하였습니다.
3. 상징 이해 과정은 주관적인 의견이므로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4. 공감과 경험 나눔은 환영합니다. 다만 꿈 해석 조언, 질문, 상담 요청은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