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느 유치원 다녔니?"
"..."
나는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다. 엄마에게 처음부터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단다(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대신 요일별로 미술, 피아노, 주산학원을 다녔고 나머지 시간에는 언니들과 놀았다. 그땐 다들 나처럼 사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야 대다수의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녔다는 것을 알았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반 친구들끼리 유치원에 대해 얘기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유치원 출신을 물으며 친구들끼리 공통점을 찾았던 그 순간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유치원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던 아이들을 빤히 바라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추억할만한 유치원이 없다는 것이 나에겐 작은 상처로 남았다. 시간이 흘러 내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었다. 되돌아보니 아이의 유치원에 대해 집착할 정도로 정보를 찾고 골똘히 공부한 것은 어릴 적 아픔을 치유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유치원은 우리나라 의무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 3~5세라면 국가에서 정한 누리과정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교육받고 유아학비와 보육료를 지원받는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누리과정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같은 주제를 배운다. 교사의 재량으로 교구나 교육방법이 달라질 수는 있다.
엄마가 생각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가장 큰 차이는 낮잠인 것 같다. 유치원의 정규 교육과정 시간은 어린이집에 비해 짧다. 오전에 교육 프로그램이 끝난다. 방과 후 과정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 점심식사 후 하원을 한다.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달리 아이들에게 낮잠을 재우지 않기 때문이다. 낮잠이 필요한 아이와 아닌 아이, 어떤 엄마들은 그 이유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사이에서 결정을 짓기도 한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것은 필수가 된 시대이다. 보육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기본 인성과 학습적인 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엄마들이 유치원에 기대하는 바도 커진 것 같다.
'유치원에서 사귄 친구들은 초등학교로 이어진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한글은 떼야한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 영어를 시작하면 너무 늦는다.'
유치원을 고를 때 엄마들이 말하는 통념들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이의 유치원 하나 결정하는 것뿐인데 엄마의 책임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유치원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일유'로 줄여 부르는 일반 유치원(이하 일유)과 '영유'로 불리는 영어유치원(이하 영유)이 그것이다. 일유와 영유의 큰 차이는 '처음학교로'라는 사이트에 등록되어 있는가이다. 11월이 되면 일유는 일괄적으로 '처음학교로'를 통해 입학 신청을 받는다. 반면 영유의 입학절차는 원마다 다르다. 때문에 엄마들이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게 된다.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얻는 세상이다. 나는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인터넷 방송을 틀어놓는다. '유치원 선택하는 법'과 관련된 영상도 있었다. 현직 교사, 학부모, 각종 교육전문가들이 좋은 유치원 고르는 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공통된 점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유치원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직접 유치원을 방문해서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발품을 팔아서 직접 현장에 가기로 했다.
가까운 곳부터 시작했다. 집 근처 있는 영유부터 알아봤다. 간단하게 전화로 상담이 가능했고 대체적으로 10월 이후로 설명회가 마련될 예정이라고 했다. 아이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가급적 많은 곳을 알아봐 두기로 했다. 아이는 오늘 어린이집을 신이 나서 가더라도 내일은 안 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할 수 있는 다양한 기관을 알아보고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