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숨은 주인은 누구입니까?

'공심재. 신나는 글쓰기 2기' A03_ 지금 생각나는 단어에 대해 쓰기

by 화몽

오늘은 3월 20일이다. 머그컵에 쪼르르 물을 따르며 고개를 들어 시계의 분침이 10시 4분을 지나고 있다. 나는 시간에 매우 둔한 사람이다. 그런 내가 조금씩 변해감이 때론 신기하고 조금은 애달프기도 하다. 모처럼 하늘이 푸름을 찾은 토요일 오전이다. 침대에 파묻혀 해가 밝았는지 모른 채 자고 있는 아이, 소파에 기대 망중한을 즐기는 남편, 창밖에서 들려오는 냥이들의 자유로운 노랫소리, 이 평화로움이 불편한지 오토바이가 부앙 거리며 달려간다. 여느 토요일과 같은 하루의 시작이나 내개는 특별한 날이다. 쉼표 하나를 꾸욱 찍는다. 내게는 길게는 수년 짧게는 몇 달 동안 이어온 여러 습관들이 있다. 작은 의미로 시작한 것들이 하나둘씩 모여 내 삶의 중심에 곧게 서있다. 그중 하나가 간헐적 단식이다. 12시간으로 시작한 단식이 지금은 18시간으로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인데 단식은 굶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시작한 단식에 큰 이정표를 찍는 날이다. 어제 3시 이후로 24시간 동안 먹는 것을 멈추었다. 45년 동안 쉼 없이 움직이던 내 몸에게 휴식을 주려한다.


나를 조금이라도 비워내련다. 들이마시고는 바로 뱉어내는 숨처럼. 오늘 하루 나를 가볍게 해 본다. 발끝으로 몸을 세우나 허리가 곧게 자란다. 그러나 머릿속은 생각만큼 가벼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겹겹이 쌓여만 간다. 후하고 크게 숨을 내쉰다. 떨쳐내자. 나를 누르고 있는 무의미한 고민들을 던져버리자 억누르는 감정들을 벗어버리자 내가 아닌 나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모두를 쏟아낸들 내 몸의 구석구석 남아있을 숨의 찌꺼기들을 토해내 본다.


오늘도 물 흐르듯 나를 움직인다. ‘수리아 나마 스카라’라는 요가 자세로 매일 아침 20분 정도 내면의 나와 만난다. 요가의 기본자세 몇 가지를 이어가는 이 동작은 조금씩 변형시켜 몇 가지로 나뉜다. 기본이 되는 A와 심화된 B의 동작을 각각 20번과 10번 진행한다. 하늘을 향해 나를 길게 늘이고 전굴 동작으로 호흡을 이어 본다. 하늘과 땅을 향했던 손끝을 정면을 향해 바르게 띄운다. 호흡을 가져오며 가볍게 두발을 메트 뒤쪽으로 흘려보낸다. 어깨가 단단해지며 평평하게 된 몸을 바닥에 가까이 내리고 발등을 돌려 지면에 밀어내며 허리를 유연하게 들어 올려 하늘을 향한다. 호흡을 이어가며 꼬리뼈를 하늘을 찍듯 몸을 구부러 밀어내며 열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나를 바닥에 단단히 누르며 선다. 발바닥 전체로 너른 대지에 나를 꼿꼿이 세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나를 조이는 온갖 생각을 털어내듯 가슴을 열고 숨을 이어간다. 들고 나는 숨이 온몸을 조금씩 따뜻하게 한다. 지금 내게 들어오는 공기는 다른 순간의 그것들과 다르다. 공기가 달다. 들이마실 때마다 나의 가슴 안을 가득 채우고 이내 온몸으로 빠르게 움직이다. 마지막 숨을 힘차게 들이마시며 앞을 응시해본다. 1초, 1 분간 모여 한 시간 하루 또는 그 이상일 지 모르는 유한한 나의 남겨진 날들을 바라본다. 기쁨이 차오른다. 두발에 힘을 모아 빠르게 앞으로 두발을 안아오고 허리를 곧게 피었다. 머리를 땅을 향해 툭 떨어트리고 다시 하늘을 향해 두 손끝을 향한다. 내 시선도 그곳을 뒤따른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정도. 째깍거리는 초침이 60번 움직이는 동안 나는 투명한 하늘을 스쳐 따스함을 품고 있는 땅과 모든 것을 나누며 대기를 공유한다. 평소에는 알아채지 못하는 찰나. 길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 호흡에 나를 맡긴다. 숨이란 그냥 쉬어지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의 증거이다. 숨을 쉬기에 살아 있는 것인지 살기 위해서 숨을 쉬는 것인지 아리송하지만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숨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들숨과 날숨의 의미를 바로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순간순간을 만나야 한다.


그렇지만 모든 순간에 감사하며 지낸다는 것이 실은 어렵다. 웃으려 애써보지만 온갖 생각들이 내 입꼬리를 같은 어둠 속으로 잡아당기곤 한다. 그럼에도 웃는다. 미소를 얼굴에 담으려 한다. 때론 생각이 없는 사람 같다며 핀잔을 주지만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이란 게 무엇인지 그 본질도 정확히 모른 채 그런 날을 꿈 꾼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돈, 명예, 건강, 사랑 등등의 것들이 잡힐 듯 달아나는 수많은 것들이 행복의 충족요건 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내게 가장 큰 행복의 충족요건은 다 하나다. 그리운 이와 같은 곳에서 숨 쉬고 싶다는 것.


몸을 마음을 비워내는 오늘 하루가 내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음식과 호흡, 땀과 명상으로 내려놓는다. 그런데 비워내려 하면 할수록 가슴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른다. 정답 없는 이 글을 쉼표를 마친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이어가기를 해보는 수밖에. 지금은 10시 3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