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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Sep 25. 2020

압도적 몰입감, 글씨를 그리다.

캘리그래피 독학 모임 '마음을 새기는 시간'이 내게 주는 즐거움.

각자의 이야기를 지니고 모여 글씨를 그린다. 어떤 이는 캘리그래피 작가를 꿈꾸며, 누군가는 종이에 번져가는 색을 보며 미소 짓는다. 마음을 건드린 한 줄의 글. 그 문자를 내 손끝으로 그리며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본다.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수백 개의 선을 긋는다. 그러다 보면 일순 순백의 마음을 얻는다. 시작의 순간, 그 점에는 개인들의 이유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함께 하는 시간은 뭉클한 감동을 선물한다. 으싸으싸! 칭찬 요정은 또 다른 요정을 낳는다. 꼬리에 잇는 긍정의 힘을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들과 같이 붓끝을 마주하고 입꼬리를 올리고 있음이 기쁘다.


가볍게 움직이는 손목의 스냅. 검은 먹이 가지는 음영이 그려내는 속도감은 고등학생 시절로 나를 데리고 간다. 입에 신내가 날정도로 그렸던 데생 선 연습이 떠오른다. 전지에 구멍이 나게 그어댓던 선들. 불평불만으로 삐죽거리던 입들이 나도 모르게 가지런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재미없는 일에 한순간  빠져든다. 그때는 몰랐다. '몰입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기계처럼 움직이던 어깨와 팔, 손목을 통과해 손끝으로 뜨거움이 흐른다. 에너지가 신경과 핏줄을 타고 근육에 실린다. 지휘자가 무아지경에 빠져 춤추듯 지휘봉을 움직이듯, 내가 그렇게 움직였다.


 “몰입은 의식이 경험으로 꽉 차 있는 상태이다. 이때 각각의 경험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다.”
Mihaly Csikszentmihalyi


직선과 곡선이 가진 힘과 매력. 선들이 건네는 소리를 눈으로 읽는다. 그 의미를 그리며 내 것으로 정의 내리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란! 붓펜을 들면 한 시간 순삭은 기본이다. 시간이 가는 게 아쉽기만 했었는데, 이 시간은 아깝지 않다. 정녕 즐겁다. 온전한 유희로서의 몰입.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달콤함을 가졌다. 내게 이런 시간을 선사해준 '마음을 새기는 시간'의 칭찬 요정님들을 애정 한다. 부족함이 많은 마당쇠지만 그들에게 받은 마음의 절반이라도 돌려주고 싶은 것이 작은 바람이다.


유명 교제들을 따라 그리고 있다. 붓끝이 내 맘과 다르게 움직여 속상한 순간도 꽤 된다. 그러나 몰입감이 주는 기쁨을 쫒아 꾸준함을 지켜보련다. 작가들의 글씨를 그대로 그리며 연습하지만 비교는 금물이다. 연습장을 앞뒤로 넘기며 어제의 나와 견준다. 그래도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는 날들이 늘어간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나, '화몽'이니까. 이 시간이 진심 행복하다. 이 세상 그 무엇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마음을 새기는 시간>  6 

 6 모집합니다. 같이 캘리 해요!!!
-10/4(일)까지 모집
모임 기간
-10/5(월) ~ 10/30(금), 주말 제외

https://bit.ly/3dXk2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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