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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닷새 Mar 05. 2024

그래요, 나 성격 좋은 사람이에요

나의 장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지금의 직장에서 만 2년, 그리고 1년의 인턴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은 전부 내 성격과 관련된 것이었다. 대부분 '예의가 바르다' 혹은 ' 성격이 좋다', '00 씨 싫어하는 사람 없다'였는데 어제도 역시나 좋은 말을 자주 해주시는 차장님께서 칭찬을 해주셨다.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라는 게 요점이었다.




 한때는 나도 내 성격을 장점이라 생각하고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딱 인턴 생활까지였다. 악의 없는 마음으로 모든 사람에게 밝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의 회사에서는 그저 고치고만 싶은 성격이었다. 성격이 좋다는 둥, 어딜 가도 잘 지낼 것이라는 둥의 칭찬이 별로 와닿지 않았다. 있는 대로 이용해 먹고 하기 싫은 일은 모두 떠넘길 수 있는 잉여직원 1이 된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게 내 성격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저런 칭찬을 들을 때면 "아니에요."라며 부정하거나 "저는 이런 성격을 고치고 싶어요." 등의 대답을 하곤 했다.


 인턴이었을 시에는 정말 어린 나이 24살(만 22살)로, 모두 그저 귀여워해주고 부둥부둥해줘서 가능했던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직원 분들도 나에게 무리한 부탁이나 요구를 하지 않았고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내면 다 같이 그 누군가를 욕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사회생활을 하면 다 잘될 것이라 판단한 내 잘못이 아닌가 싶다.


 일단 내 원칙은 이렇다. '짜증 나고 화나더라도 눈앞에 서있는 사람이 원인제공자가 아니면 인상 쓰지 말자.' 막내로서 필수적인 원칙일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잘 지켜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개인주의와 정치질이 만연한 사회의 차가운 맛을 많이 보았고 소설, 드라마에서 보던 지치고 공허한 직장인의 마음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물렁하고 유약한 성격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어제의 차장님 칭찬에도 내 대답은 어김없었다. 일단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기 바빴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 한참을 생각했다. 관점을 바꿔보자 싶었다. 장점을 장점이라 받아들이며 '그래 나 성격 좋아!'라고 인정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무른 성격 때문에 피해를 보았고, 볼지라도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동하고 또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게 행복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칭찬을 칭찬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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