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화: 소중한 레슨-
협상이야기는 협상을 주제로 한 비지니스 협상 가상 스토리 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협상이야기: 디자인 협상을 하라 (1) 제1화 혼란 속으로" 부터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7. 소중한 레슨
코니스 사
12월 중순이 되면서 코니스는 또 다른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솔라 웍스에서 잔금 3,100억 원이 지급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간 패널 과열로 인해 생기는 효율 저하에 대한 기술적 개선도 큰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연말 분위기와 어울려 더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코니스는 이미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최수진 대리는 연말 특별 인사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은 아니지만 자료를 정리하고, 협상팀을 지원한 것이 인정을 받게 되었고 다른 업무 영역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역량들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캐서린 변호사 사무실
최수진 과장은 여느 때처럼 오후 3시쯤 커피 한 잔이 생각날 때가 되자 캐서린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캐서린 변호사님 커피 한잔?”
캐서린 변호사도 커피 중독자라고 할 만큼 커피를 즐기지만 오후 3시 무렵에 최수진 과장이 찾아와서 나누는 잠깐의 대화도 언제나 즐거웠기 때문에 중요한 미팅이 없다면 3시 무렵에 최수진 과장과 잠깐의 티타임을 가진다.
최수진 과장은 근처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캐리어에 넣어서 들어왔다.
“어 어서 와. 이제 과장이 되더니 더 멋져 보이는데?”
“네 감사해요. 호호. 여기 커피 드세요”
캐서린 변호사는 최수진 과장이 사 온 커피를 마시면서 최근 최수진 과장이 새로 담당한 ESS 전력 저장 장치 시스템 Energy Storage System 도입건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최 과장, 그 ESS 도입에 대해서 그쪽 팀의 레오스가 좀 반대를 한다면서 어때?”
“네, 지금 그 레오스의 숨은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에요. ESS 도입 이원가를 상쇄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정말 그게 진짜 이유 같지 않아요. 그래서, 레오스와 레오스가 속한 부서의 이해관계가 뭔지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그래? 최 과장, 레오스 측에서 계속 반대하면서 협의가 잘 안되면 어떡하지?”
“아니, 제가 보기에 레오스 측에서도 배트나 BATNA가 그리 강하지 않아요. ESS 외에는 그다지 다른 방안이 없어 보이거든요? 우리 쪽에서 레오스 측의 이해관계를 만족할 만한 옵션까지 준비하면 아마도 협상이 잘 끝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 과장은 이제 협상가가 다 되었네. 호호.”
캐서린 변호사는 최수진 과장이 업무에 자신감이 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협상을 제대로 배운 것 같아 뿌듯했다.
지난번 존이 떠나면서 캐서린 변호사에게 최수진 과장이 협상에 대해서는 특출한 소질이 있으니 잘 좀 봐주라는 얘기까지 하니, 최수진 과장이 더 달라 보였다.
“캐서린 변호사님, 저는 협상을 사전에 미리 디자인해 본다는 것이 참 신기해요. 이때까지 저는 협상은 일단 가서 상대방 얘기를 들어보고 그때마다 대응을 하면 되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존 부장님이 떠나면서 해 준 얘기가 너무 충격적이에요.”
캐서린 변호사는 궁금해서 눈을 크게 뜨면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게, 협상은 누구 든 상대를 처음 만나기 전부터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일 단 일이 시작되고 나면 협상으로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여지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만나기 전부터 상대가 우리를 생각하는 방식이나 관점을 만들어 두면 계속 어떤 협상을 하더라도 훨씬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
최수진 과장은 존의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상대의 인식이나 관점까지 디자인 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이를테면 첫인상이 나쁘면 서로 좋은 관계를 가져가지 못하는 것과 같죠. 만일 우리가 아마드에게 처음 부터코니스에 대한 관점을 잘 설정해 두었다면 협상이 필요 없었을 수도 있게더라구요.”
캐서린 변호사는 최수진 과장의 발전 속도가 놀랍다고 생각한다.
“최 과장은 점점 존을 닮아 가는 거 같아. 호호.”
“그래요, 아 감사합니다.”
김태산 부장은 이번 협상의 결과로 코니스가 사우디에서의 태양광 발전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우디 태양광사업 본부장으로 내년 초에 발령이 나게 되었다. 태양광 사업 본부장이 되면서 내년에 상무로 진급한다. 김태산 부장은 자신의 업무 영역과 더 큰 책임이 주어진 것에 대해 한편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한편 또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다.
김태산 부장은 향후 솔라 웍스와의 협상에서 이 리드 네고시에이터 역할을 이명식 차장에게 넘겨주기로 하고 이명식 차장을 불렀다.
김태산 부장 사무실
“이 차장, 어서 와요.”
“부장님, 요즘 바쁘시죠? 이제 태양광 상무님으로 통하시겠어요. 축하드립니다.”
“이 차장도 내년에 꼭 부장이 되세요. 아마 내년 말경에는 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을 겁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부장님. 아니 상무님!”
“허 아직 아닐세. 그건 그렇고. 앞으로 솔라 웍스와 협상할 일이 많이 있을 텐데 리드 네고시에이터는 계속 필요하니, 자네가 좀 맡아주게. 우리가 이제 체계적인 협상을 하게 되었으니 내가 쉽게 자리를 넘겨주어도 될 것 같아.”
“아 넵. 부장님 잘 알겠습니다. 부장님 뒤를 이어 멋지게 한번 해 보겠습니다. 아직 배울게 많은데 그나저나 존 부장님은 언제 오시지요?”
“존은 아마 내년 초에 다시 와서 더 필요한 협상 방법론과 우리 팀이 알아야 할 좀 중요한 얘기들을 할 걸세. 우리는 아주 긴급하게 도움을 받은 건데 존 부장이 아마도 좀 더 세세하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준다고 하네. 아마 다른 사업 부서와 프로젝트 관리 부서 모두 다 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할 걸세. 이 차장도 다시 한번 체계적으로 교육받게”
“부장님 당연하죠.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다음 해 10월
지난해 솔라 웍스와의 일은 잘 진행되고 있었고, 코니스를 당시 연말에 입금되었던 잔금으로 현금 흐름에도 적잖이 도움이 되었다.
김태산 부장은 상무로 승진하면서 태양광 발전 사업 본부장이 되어 더 많은 사업 기회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명식 차장도 2달 앞당겨 부장으로 승진했다. 솔라 웍스와의 크고 작은 협상을 리드하고 있다.
캐서린 변호사는 작년 솔라 웍스와의 협상 이후, 서류를 통한 계약이나 법률 검토보다는 직접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여 많은 문제들을 직접 해결해 주고 있다.
최수진 과장은 사업부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면서 코니스의 에이스가 되어 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인사팀으로부터 한 통이 전화를 받았다.
“최 과장님이시죠? 인사팀 전성식 대리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신입사원들 교육이 필요한데요, 최 과장님께서 국제 협상에 대해서 좀 강의 가능할까요?”
“네 강의라고요? 제가 어떻게…”
최 과장은 내심 좋으면서도 아직 준비가 될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네 그럼 제가 준비해서 한번 열심히 강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날짜는 언제 인가요?”
최 과장은 일이 많으면서도, 이번 강의 준비를 하는 것이 신났다. 입사해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교육을 해 주는 것이다.
‘아, 이번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은 얼마나 행운인가? 입사 하자마자 협상 방법론들을 배우다니… 정말 운 좋은 놈들이야.’
최 과장은 고생부터 한 자기가 억울하기도 하면서도, 새로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을 볼 생각을 하니 내심 기대가 되었다.
코니스 신입사원 교육장
최수진 과장은 자기 시간이 되자 좀 긴장도 되었다. 당찬 최수진 과장이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협상에 대하여 강의를 하자니 떨리는 것이 사실이다.
강의가 시작되자 최수진 과장은 자기소개를 하면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올렸다. 그때 뒤에서 좀 샤프하기도 하고 건방져 보이는 어느 신입사원이 질문을 하려는지 손을 들었다.
“저 최 과장님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네 하십시오. 너무 어려운 걸 말고요. 호호.”
“다름이 아니라, 협상이란 건 경험을 하는 거 아닌가요? 일단 가서 들어 보면서 상대를 대응하는 게 협상 같은데요? 도대체 협상의 체계나 원칙 이런 게 있기는 한 건가요?”
최수진 과장은 미소를 띠우며 차분히 그리고 또박또박 협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체계와 원칙 그리고 방법론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질문한 신입사원뿐 아니라 대다수의 신입사원들은 놀라움의 눈빛으로 경청하면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문 밖에서 두 사람이 이런 광경을 지켜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운다.
“이봐 존, 당신 젊은 때 모습을 빼닮았는데. 후후”
“캐서린 저 친구 대단한데. 나를 닮았나? 하하.”
최 과장은 강의를 이어 갔다.
"여러분은 협상을 디자인하고 있나요?"
제7화 끝.
제1화부터 제7화 까지 협상 이야기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떻게 협상을 하고 있나요?
대부분의 회사들은 각 개인들의 경험에 의존하는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다녀 보면 매우 중요하고 금액이 큰 협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임직원이 협상의 체계를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임직원이 협상을 배운 적은 없지만 중요한 협상들을 하루하루 이어나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협상의 결과가 나쁘면, 자신이 협상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라기 보다는 운이 나쁟다던가
상대가 협조적이지 않다던가, 혹은 상황상 상대가 갑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협상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전혀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빙벽을 타고 올라야 하는 사람이 빙벽을 오를 장비와 훈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감 만으로 오르는 셈이지요.
저는 중요한 협상을 앞둔 회사, 조직 혹은 개인들이 좀 더 나은 준비를 하고 협상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협상 준비를 위한 투자 비용은 적을지 모르나, 그 결과에 대한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이성대 SNRLab 소장/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