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야기:디자인 협상을 하라(6)

- 제6화: 새로운 국면 -

by 이성대

협상이야기는 협상을 주제로 한 비지니스 협상 가상 스토리 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협상이야기: 디자인 협상을 하라 (1) 제1화 혼란 속으로" 부터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6. 새로운 국면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


다란의 한 호텔에서 출발 한 차는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오후 4시경, 창밖은 눈부신 햇살로 차 안이 냉방이 되고 있었지만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전해 지는 것 같다.


다들 눈을 감으며 지난 한 주 동안 열심히 노력한 시간을 회상하는 듯하다. 뭔가 잘 되어 가는 듯하다가도 막히고, 풀리는 듯하다가도 얽히고 협상이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다들 생각하는 듯하다.


상대의 숨은 이해관계도 이해를 해야 하고, 상대에게 만족할 만한 옵션도 만들어야 하고, 더구나 제안의 내용이나 숫자도 적절히 잘 조절해야 하고, 상대에게 제시하는 첫 번째 제안이나 두 번째 제안의 간격도 조절을 해야 하고, 더구나 협상 장에서 감정 조절도 해야 하고 협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제대로 해야 할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김태산 부장은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 같기도 해서 미안한 감정과,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자신의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는 감정 그리고, 협상이라는 게 헛된 거 아닌가 하는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솔라 웍스가 원하는 대로 하자는 대로 할 걸 그랬나?’


버스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오직 냉방기에서 나오는 ‘슈 슈’ 하는 소리 만이 들려왔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20여 분간 흐르는 버스 안에 약한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징 징징’

‘징 징징 징’


차 안의 누군가의 핸드폰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전의 회의실에 진동 모드로 해 두었던 것이 전화가 오자 그대로 진동으로 작동했다.

다들 자기 전화기에서 나는 진동이 아닌 것을 알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전화기는 안성일 PM의 것이었다.

안성일 PM은 전화를 받지 않으려다 전화를 받았다.


아마드이다.


“아 아마드 씨, 우리 지금 공항으로 가고 있습니다.”


안성일 차장은 사무적인 목소리로 약간은 냉정하게 전화를 받았다.

좀 전의 감정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


“네? 뭐라고요? 지금요? 네잘 알겠습니다!!”

안성일 차장은 전화를 끊고 김태산 부장을 비롯하여 차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소리치면서 전달했다.


“지금 아마드가 다시 호텔 회의실로 돌아오면 안 되냐고 합니다!!!”

“안 차장 뭐라고 아마드가?”


“네 부장님, 지금 바로 돌아와 달라고 하는군요. 비행기 일정은 자신이 여행사를 통해 다시 예약하겠다고 하는군요!”


“안 부장 무슨 말이지 이게?”

“아마드는 우선 돌아오면 얘기를 하겠다고 합니다.”


안성일 부장은 바로 차를 돌리게 해서 다시 그 호텔로 향했다. 약 30분 정도 달려왔는데, 호텔로 향할 때는 더 속력을 높였다.


김태산 부장은 호텔을 아직 떠나고 있지 않았던 존에게도 연락을 했다.

존도 미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호텔


전 속력으로 달려온 차가 5시가 못되어 호텔 로비에 도착하자, 아마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태산 부장과 일행을 보자 반가운 얼굴로 맞이 했다.


마치 돌아오지 않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표정이다. 아마드가 저렇게 반가운 얼굴로 맞이 한 건 사실 처음이다.

“부장님, 아까는 제가 좀 심했군요. 일단 회의실로 가시지요.”


회의실 테이블에는 시원한 물 한잔씩 놓여 있었다.

김태산 부장은 한잔을 거의 단숨에 들이켜고 아마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모두들 다시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코니스의 김태산 부장님께서 제시하신 BAFO를 본사 경영진으로부터 승인을 받았습니다. 본사에는 코니스가 그 정도의 성의를 보이고 열의가 있는데 협의가 깨지면 안 된다는 설명을 드렸고, 본사의 경영진도 승낙을 했습니다.”


“와-아-“


최수진 대리는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 것을 옆에 앉아 있던 이명식 차장이 겨우 진정시켰다. 캐서린 변호사, 크리스 차장, 안성일 차장 모두 놀라는 눈빛으로 아마드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마드는 협상팀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이 보여 준 성의나, 열의를 보면 우리 솔라 웍스가 계속 함께 일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이익일 거라는 걸 저도 느끼게 되었고, 경영진도 똑같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진지한 모습에 사실 감동받았습니다.”


김태산 부장은 아마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믿기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극적으로 반전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이런 게 협상이구나. 존이 말한 협상 디자인.’


김태산 부장은 말이 잘 안 떨어지면서도 침착하게 아마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마드 씨 감사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최종적인 제안을 받아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태산 부장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정중히 인사를 했다. 아마드 씨도 함께 일어나 김태산 부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부장님, 앞으로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덕분에 저도 경영진의 신뢰를 더 공고하게 받게 되었습니다. 이게 다 코니스의 덕분입니다.”


“아마드 씨 별말씀을요. 우리 모두 잘 해보다는 뜻이 통한 거군요.”

“네, 김 부장님께서 단호하게 BAFO를 제시하면서 저나 경영진이 그 제안에 더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만일 코니스가 우리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오히려 신뢰가 떨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아마드와 김태산 부장 그리도 협상팀 구성원 모두는 통쾌하게 웃었다.

오늘 하루만 하더라도 시시 각각으로 변했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이다.


최수진 대리는 가슴 뿌듯하게 웃으면서도 협상이란 게 어떤 것인지 감이 잡힌다는 표정이다.

‘그래 이런 게 협상이었어. 우린 그동안 상대에 맞춰 주고, 양보하고 그런 일만 했던 거지.’


“아마드 씨 그럼 우리 이제 홍삼 절편을 함께 더 많이 먹을 수 있겠군요.”

“부장님, 정말입니다. 이번 성공에 홍삼 절편도 한몫했겠군요.”


“김 부장님, 그리고 이번에 코니스에서 패널 과열 시 효율 향상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다른 기술적 문제를 향상 시켜 주신다면 더 많은 태양광 발전소 건설 사업을 맡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김태산 부장은 놀라면서도 잔금 지급 문제보다 더 큰 얻어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마드 씨, 감사합니다.”

“그리고, 잔금 지급은 12월 1일 시행하기로 본사 재무팀의 확인을 받았습니다. 저희 솔라 웍스 사장님께서 재무팀장께 전화를 하셨다고 합니다.”


“아 아 감사드립니다”

“부장님, 이제 저희 쪽에서 문제들을 해결해 드렸으니, 이젠 부장님께서 패널 문제를 해결하실 차례입니다. 하하.”


때마침 양사의 변호사가 참석해 있기 때문에 이 협상 건에 대한 간단한 합의서를 작성하기로 하고 라마드와김태산 부장은 다음 일정을 약속한 후 자리를 정리하였다.


호텔 회의실 – 오후 6시


김태산 부장과 협상팀 구성원들 모두는 아마드의 말에 진정성과 향후에 생길 더 큰 기회에 모두들 놀라는 눈치이다. 존이 기다리고 있는 회의실로 와서 존에게 환한 얼굴로 맞이 했다.

존도 기쁜 표정이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울상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던 사람들이 이제 너무나 환한 얼굴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존 정말 고마워요. 존 덕분에 협상이 무엇이란 걸 이전에 제대로 알게 되었군요.”

김태산 부장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감사의 표정을 지었다.


존은 김태산 부장의 손의 꼭 잡았다.


“부장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협상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 잘 해 내셨습니다. 경륜의 힘이 정말 대단하군요.”


“존 부장님 이하나 하나 알려주신 덕분입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제대로 이해도 못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회의실에 모인 협상팀 각자는 별도로 존에게 인사를 건넸다. 조금 전까지 존이 알려준 협상의 체계와 원칙 그리고 방법론 들을 의심한 것이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특히, 최수진 대리는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꾸벅했다.


“존 부장님, 저는 이번에 정말 많이 배웠다고요.”

최수진 대리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존도 크게 웃었다.


“최 대리가 앞으로 장래 이 회사를 또 이끌어 가야 하는데, 잘 배우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히히”


최수진 대리는 지난번 사우디를 떠나면서 눈물이 글썽거렸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정말 행운을 경험한 것 같다.


김태산 부장이 어딘가로 전화 한 뒤 다시 팀원들에게 큰 목소리로 전달했다.

“방금 강무한 상무님과 통화를 하였습니다. 상무님은 사장님께 바로 보고를 드렸습니다. 아마드와 합의한 내용들과 그리고 앞으로 우리 회사가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거 모두 다. 사장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시면서 우리 팀이 한 이틀 더 머무르고 정리를 한 후 귀국하라는군요.”


“하하하, 좀 쉬었다고 오라는 군요. 솔라 웍스와 더 친분도 쌓고…”


크리스 차장이 눈치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크리스도 회의실 밖으로 가서 박재화 상무에게 보고를 하였고, 연말에 닥칠 뻔한 큰 위기를 넘긴 사실에 박재화 상무도 크게 기뻐하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존은 사람들의 흥분이 가라앉자 좋은 소식을 기다리느라 피곤했는지 소파에 털썩 앉는다.

“저도 아마 내일 새벽 비행기로 싱가포르에 갈 것 같습니다. 오늘 밤은 여러분과 함께 저녁을 함께 하고 싶군요.”

“하하, 존 부장님 대환영입니다.”


잠시 뒤, 캐서린 변호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상대방 측 변호사와 방금 이번 협상안의 합의내용에 서로 문구상의 문제가 없도록 확인을 했다는 말을 전했다.


캐서린 변호사의 얼굴도 만족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이번 일이잘 못되어 법적 절차를 밟게 되면 자신이 해야 할 일들과 부정적인 결과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협상으로 풀 수 있는 일이 내부적인 역량 부족으로 풀리지 않았다는 점은 자신에게도 부정적인 평판으로 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캐서린 변호사는 존을 따로 구석으로 오게 해서 감사의 말을 전한다.

“존 정말 고마워. 이렇게 도와줘서. 그리고 정말 대단한데?”

“캐서린 무슨 말이야. 앞으로 자주 보자고. 하하.”


마치 두 사람은 같이 공부하던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 일정과 호텔은 아마드의 도움과 한국 현지 트래벌 팀의 도움으로 정리되었다. 존이 내일 새벽 비행기로 가게 되면서 모처럼 협상팀과 존은 기분 좋은 저녁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호텔의 레스토랑


저녁 7시가 훨씬 지나 각자 호텔 방에서 간단히 휴식을 취하거나, 샤워를 끝내고 하나둘씩 호텔의 예약된 레스토랑에 모였다.


최수진 대리는 존 바로 옆에 앉아 이런저런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게 되었다.


“존 부장님, 저기 이번 협상이 이렇게 잘 끝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솔직히 말해 보세요.”

최수진 대리는 재미있다는 듯이 묻는다.


“최 대리님, 뭐 세상일을 다 예상할 수는 없지만 체계와 원칙에 따라 협상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게 되죠. 물론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존 부장님, 그런 맞아요. 이번에 저는 너무 많이 배웠어요.”


“최 대리님은, 남들보다 협상에 대해 소질도 있고 하니 협상에 관심 가지면 더 빨리 배우실 수 있을 거예요.”


“호호 감사해요 존 부장님.”


“네 중요한 건 계속 배운 내용을 연습하면서 자기 몸에 맞게 체화시키는 거죠. 약속해요 그러겠다고.”

존이 최수진 대리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면서 약속하자고 했다.


“존 부장님, 물론이죠. 약속합니다.”


최수진 대리는 최근의 직장 생활 중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그래 내가 이런 것도 경험 못하고 퇴사할 뻔했군.’


존 부장은 최수진 대리를 보면서 예전 로스쿨 때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최 대리는 내 젊은 때의 모습을 많이 닮았군. 나도 저렇게 협상을 배웠는데. 후후’

존은 최수진 대리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무엇인가가 최 대리에게 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한 20년 지나 최 대리를 만나면 어떻게 변해 있을까...'


제6화 끝.


다음


-제7화: 소중한 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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