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화: 상대의 반격
협상이야기는 협상을 주제로 한 비지니스 협상 가상 스토리 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협상이야기: 디자인 협상을 하라 (1) 제1화 혼란 속으로" 부터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5. 상대의 반격
호텔 - 코니스 회의실
아마드는 목요일 쉬고 금요일 만나자고 했지만, 사실 김태산 부장과 협상팀은 목요일 내내 금요일 있을 협상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자 우선 내일 있을 협상에서 우리가 얼마를 제시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아마드가 얼마에 만족할지 사실 알기 힘들어요.”
“아마드는 아마 120억 정도를 생각하지 않을까요?” 재무팀의 스티브 차장이 제시한다.
“아 저의 생각은 틀립니다. 아마도 아마드는 200억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안성일 PM은 평소의 아마드를 생각하면 아마드가 아마 더 큰 금액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ZOPA를 150억까지 생각했는데 그 범위를 벗어나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성일 PM이 200억을 말하자, 이명식 차장은 덜컥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태산 부장은 다음번 협상 안을 제시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존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설명을 했다.
“자여러분, 의견들을 많이 제시해 주셨는데, 두 번째 제안은 첫 번째 제안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는 두 번째 제안으로 앞으로 어떻게 마무리될지를 예측하니까요.”
최수진 대리가 바로 질문을 했다.
“존 부장님, 그건 왜 그런가요?”
“네, 첫 번째 제안과 두 번째 제안의 간격이 바로 세 번째 제안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대하여 예측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상대방의 협상 문화와도 직결됩니다.
상대가 여러 번의 제안을 통해 협상을 타결 짓는 것을 좋아한다면 첫 번째, 두 번째 제안의 간격은 좁아야 하겠지요.
반면에 몇 번의 주고받는 제안 정도로 바로 협상 타결을 짓는 것을 좋아한다면 간격을 그렇게 좁히면 곤란하겠지요.”
“존 부장님, 그렇다면 우리는 아마드의 협상 특성도 고려해야겠군요.”
“네, 맞습니다. 아주 정확하지는 못하더라도 대략의 협상 패턴이 있으니까 그것을 고려해야 하겠지요.”
첫 번째 제안과 두 번째 제안 사이의 간격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는 이를 통해 세 번째 제안을 예측할 수 있다.
상대의 협상 문화를 고려해서 두 번째 제안을 하라.
김태산 부장은 아마드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협상 특성을 모두 고려해 보았다. 너무 간격을 좁게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협상은 사실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아마드 또한 빠른 시간 내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 번 째 제안은 100억 원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호텔 - 협상을 위한 별도 회의실
금요일 아마드는 지난번 변호사와 함께 왔고, 한국에서 온 협상팀은 존을 제외하고는 모두 회의실에 왔다. 함께 온 캐서린 변호사가 컨디션이 좋지 않기는 했지만 캐서린 변호사는 이번 건을 통해 자신의 상대방과의 협상이나 교섭 능력을 확실히 배워 보겠다는 의지로 타이레놀을 먹으면서 까지 참석했다.
오전에 회의가 시작되면서, 김태산 부장과 아마드는 잠깐 수요일에 함께 나눠 먹었던 홍삼 절편 얘기를 하면서 서로 분위기를 풀어 가다가 마침내 본 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마드도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키면서 김태산 부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드 씨 우리가 다 같이 고민해 보았는데, 이번에 우리가 초기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100억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김태산 부장은 이렇게 제시하면서 아마드를 슬쩍 보았다. 아마드의 표정이 궁금했다. 아마드의 미간은 약간 찌푸려지는 것 같았다. 아마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생각을 깊이 하는 눈치이다. 순간 김태산 부장의 눈빛도 흔들렸다. 이런 순간을 아마드는 놓치지 않았다. 아마드는 김태산 부장이 뭔가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김태산 부장 쪽은 훨씬 높은 금액까지 제시할 수 있겠군. 지금 100억을 제시하고 혹시나 하면서 불안해하잖아. 그렇다고 최종적인 안을 제시한 것도 아닌 표정이군. 내가 아무래도 한번 얼마까지 가능할지 테스트해야겠군’
아마드는 잠깐 생각하는 듯하면서 미소를 띠더니 바로 김 부장에게 다른 제시를 하였다.
“부장님, 새롭게 제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아니 저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솔라 웍스의 생각입니다.”
김태산 부장도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아마드의 제안을 들었다.
“부장님, 저는 250억을 초기 투자금액으로 하셨으면 합니다. 이유는, 그 정도는 되어야 충분한 대비책이 나올 것이고 또한 패널 가격 하락으로 얻은 코니스의 이익 그보다는 훨씬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태산 250억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되물었다.
“아니 250억이라고 하셨나요?”
“네 부장님, 그리고 250억을 지금 확답하지 못하시면 이번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패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잔금 지급도 코니스가 계약을 정확히 지켰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내 지급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마드 아니 그 말은 250억을 투자할 것을 바로 확인하거나, 아니면 잔금 지급이 연내에 어려울 수 있다는…”
“네 맞습니다.”
아마드는 그런 엄청난 말들을 또박또박 정확히 얘기하고 있었다.
“아마드 씨, 입장을 이해하지만 좀 너무 과한 듯합니다.”
이 말에 아마드는 발끈하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발끈하는 표정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자신도 250억이 최종적인 액수가 아니기 때문에 김태산 부장과 협상을 통해 금액의 간격을 줄이려는 것뿐이다.
아마드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되었다.
“아니 그럼 우리가 김태산 부장님께 액수를 가지고 장난이라도 친다는 건가요?”
“아마드 씨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거 아닌 거 아시지 않나요?”
순간 서로 간의 언쟁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태산 부장은 침착하게 냉정함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발끝에서 올라오는 화를 억제하기 힘들기 시작했다.
“아마드 씨 좀 실망스럽군요.”
아마드는 이 말에 더 발끈해졌다.
‘아니 내가 심한 건가 이 정도 협상도 못하는 건가? 이 사람들 도대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가기 시작하자, 이명식 차장은 존 부장이 별도로 한 얘기가 생각이 났다.
존과 이명식 차장 – 호텔 라운지 오전 8시
존은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친 후 이명식 차장에게 따로 커피 한잔 하자면서 라운지로 향했다. 아침이라 비즈니스를 위해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군데군데 앉아 있었다.
“이명식 차장님, 이건 일단 만약의 순간에 이 차장님이 역할을 해 주셔야 하는 게 있습니다.”
이명식 차장은 존이 자기에게 뭔가 따로 얘기한다는 것에 좀 신이 나기도 하고 궁금했다.
“김태산 부장님 성격을 잘 아시겠지만, 한번 화가 나거나 흥분을 하게 되면 좀처럼 가라앉히기 힘든 것 아시죠?”
“아 네 좀 그런 면이 있지요.”
이명식 차장은 잠깐 사이에 존이 김태산 부장의 성격을 잘 파악하는 것이 놀라웠다.
“그래서 말인데요. 말인 협상 도중에 김태산 부장님이 화가 나게 되거나 흥분을 하게 되면 이 차장님이 일단 회의를 중단하고 휴식 시간을 가지도록 역할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원래 화가 나거나 흥분하게 되는 사람은 자신이 그런 상태로 가고 있다는 걸 잘 모르거든요.”
“존 부장님 잘 알겠습니다.”
“이 차장님, 이번 협상이 끝나면 윌리엄 유리 William Ury라는 분이 쓴 ‘Getting Past No’라는 책을 김태산 부장님께 한번 선물하고 싶군요. 그 책에 서로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부딪히게 되면 상항을 억지로 가라앉히려 노력하기보다는 서로 휴식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고 되어 있지요. 그런 걸 상징적으로 ‘Go to the Balcony’라고 합니다. 왜 잘 아시지만 발코니는 주로 쉬는 장소이지 않습니까?”
“존 부장님 그럼 발코니 같은 곳에서 좀 쉬면서 화를 가라 앉히라는 것이군요.”
“네 맞습니다.”
“김 부장님이나 아마드 씨가 만일 화가 나게 되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하면 ‘Go to the Balcony’ 아시겠죠?”
서로 화가 나거나 감정적으로 격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반드시 Go to the Balcony 하라.
감정적으로 격해질 때는 상대를 설득하려 하는 것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이명식 차장은 지금 아마드와 김태산 부장의 오가는 말을 듣고 있자니 존 부장이 당부한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래 지금은 서로 Go to the Balcony를 해야 해’
이명식 차장은 노란색 포스트잇에 작은 글씨로 김태산 부장에게 메모를 전달했다.
‘부장님, 잠깐 쉬었다 하시지요. – 이명식-‘
김태산 부장은 그 메모를 보자 자신과 아마드가 지금 어떤 상태로 가고 있는지 정신이 들면서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김태산 부장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처음보다는 가라앉은 톤으로 아마드에게 회의 진행과 관련하여 제안을 했다.
“아마드 씨, 지금 서로 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군요. 지금 11시부터 점심시간을 지나 3시에 다시 회의를 하면 어떨까요.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일정을 잡기도 힘드니 이번에 서로 확인을 하였으면 합니다. 괜찮으실까요?”
아마드는 고개를 끄떡이며 아마드 자신도 불안한 모습을 어쩔 수 없이 내비쳤다.
“자그럼 모두들 오전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시고 오후에 다시 시작하도록 하시지요.”
호텔 - 코니스 회의실
존은 또 다른 회의실에서 협상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나 예상대로 진행 되지 않아서 협상팀이 흥분하거나 아니면 너무 좌절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존이 있는 방으로 협상팀이 우르르 들어왔다. 마치 일러바치기라도 하듯이 아마드가 전한 내용을 마구 쏟아 내었다. 존은 뭔가 잘못 일이 벌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김태산 부장에게 정리를 해 달라고 하였다.
“존, 우리가 그렇게 준비했건만 아마드는 우리와 협상할 생각이 없는지도 몰라요. 터무니없는 금액을 불렀다니까요. 그러고 나서 뭐라는 지 아세요. 250억을 확정 지어주지 않으면 잔금 지급도 없을 거라는 군요.”
김태산 부장은 협상 테이블에서의 안정된 모습과는 달리, 존을 만나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마구 불만을 쏟아 내었다. 그리고, 이명식 차장을 바라보았다.
“이 차장, 아까는 메모를 전해 주어 고마워요. 하마터면 서로 더 감정이 격해질 뻔했군요.”
이명식 차장은 존을 잠깐 바라보면서 눈을 찡긋했다. 존은 이명식 차장을 바라보며 예견이라도 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존은 김태산 부장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정리된 말투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를 Take or Leave 전략이라고 합니다. 영어 그대로 받아들이던지 떠나던지 라는 말이지요. 상대를 심리적으로 강하게 압박할 때 쓰는 일종의 협상의 수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다지 신사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지요.”
“아니 Take or Leave 라구요. 아마드가 그런…”
김태산 부장과 협상팀 모두는 흥분을 더 하기 시작한다. 존은 사람들을 안정시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아마드는 아마도 우리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면서 우리 생각이나 ZOPA의 최대치를 아마 알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감정적이거나 흥분해서 대응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협상을 잘 준비해 왔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다시 디자인을 하면 됩니다.”
상대는 심리적 압박을 가해서 상대에게 잘못된 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 Takeor Leave 전략도 그중 하나이다.
상대의 심리적 압박에는 준비한 협상의 맥락에 이어서 대응해야 한다.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다.
존은 이런 경우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 본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제가 예상하기에 아마드도 지금 우리의 대응을 초조하게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기로 하죠.”
존은 새로운 개념을 다시 소개한다. 상대 쪽에서 심리적 압박을 가했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는 그에 대응해서 좀 더 냉정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BAFO- Best And Final Offer를 소개한다.
“우리는 BAFO 방법을 쓰기로 하죠. BAFO는 서로 길어질 수 있거나, 상대가 뭔가 계속 더 요구할 것 같을 때 단호하게 대응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125억을 제시하고 이 제안이 우리의 BAFO 즉 가장 최선이면서 최종적인 제안으로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금액은 잔금 지급을 연내에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고 해야지요.”
김태산 부장은 이런 얘기를 듣고 있자니 마치 무림의 고수들끼리의 칼싸움 같기도 하고 자기는 한 번도 이런 협상의 수를 모르고 살아서 인지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김태산 부장은 갑자기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서 존에게 쏘아붙이듯이 질문했다.
“아니 존. 만일 이게 먹히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그냥 협상이고 뭐고 다 엉망이 될 수 있다고요! 난 가슴 떨려서 이거야 원.”
캐서린 변호사도 불안했는지 존에게 걱정스러운 듯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존, 이건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요? 그냥 본사 사장님과 통화해서 250억에 승인을 받으면 어떨까요?”
스티브는 걱정하는 표정으로 캐서린 변호사에게 말했다.
“250억 은 무리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 있을 텐데요.”
존은 다시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아마 이런 경우 불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불안하다고 해서 상대방 요구를 다 들어주기 시작하면, 코니스는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해야 할 겁니다. 왜냐하면 상대는 심리적으로 압박하면 코니스 사람들은 다 들어준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김태산 부장을 고개를 잠시 떨구더니 잠깐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하면서 한쪽 끝에 놓인 소파에 털썩 앉았다.
‘어떡한다.’
김태산 부장은 10분 정도 그렇게 소파에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사람들 앞에 서서 결정을 하기로 한다.
“좋습니다. 그렇게 해 보기로 하죠. 지난번 존 부장님이 설명한 배트나 BATNA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드도 솔라 웍스도 이번 협상이 결렬되면 결코 유리한 입장에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인 것을 다시 상기했습니다. 아마드는 우리 제안을 쉽게 뿌리 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협상팀과 존은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1시가 다 되어서야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다들 마치 큰 경기를 앞둔 선수들처럼 비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담당한 표정이다. 지난번처럼 흥분하거나 허둥 대거나 하지는 않았다. 모든 준비를 끝내 놓고 결전의 순간을 기다리는 선수들 같았다.
호텔 - 협상을 위한 별도 회의실
오후 3시가 되자 모두 오전의 같은 회의실에 모였다. 아마드도 생각을 많이 했던 탓인지 피곤해 보인다. 다소 초초해 보이기도 한다.
아마드와 김태산 부장은 서로 마주 앉았다. 아마드가 마지막 제안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김태산 부장이 제안을 해야 할 차례이다.
“아마드 씨, 우리가 이번 사항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고민을 한 끝에 BAFO를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김태산 부장은 자기도 모르게 BAFO라는 용어를 써 버렸다.
‘제길 긴장하니까 말이 막 나오나?’
김태산 부장은 말하면서도 후회가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마드가 BAFO라는 용어를 알아듣는 것이다.
최수진 대리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마드는 협상 방법론을 다 알고 있었어…그런 사람과 우리가 순진하게 협상을 했다니 창피해…’
“아마드 씨, 우리의 BAFO는 투자 금액을 125억으로 하고자 합니다. 물론 솔라 웍스는 현재 지연되는 잔금 지급을 12월 10일까지 완료하는 것을 조건으로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BAFO입니다. 말씀하신 조건을 맞추어 드리지는 못한 것 같으나, 이 조건에 합의해 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현재의 프로젝트에서의 패널 문제를 해결하고 또한 향후 프로젝트에서도 패널 과열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드는 미간이 다소 찌푸려지면서 약간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김태산 부장님이 제시하신 코니스의 BAFO는 잘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실망스럽군요. 그 제안은 지금 생각하기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안녕히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아마드의 목소리로 봐서는 꾹 참으면서 최대한 예의를 표하는 것 같았다.
회의실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다들 가방을 정리해서 적당한 형식적인 인사만 하고 방을 나섰다. 다들 말이 없었다. 안성일 PM은 미리 준비해 둔 차를 대기해서 한국으로 돌아갈 협상팀과 함께 공항으로 떠났다. 존은 싱가포르에 잠깐 일이 있어 다른 비행기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김태산 부장과 가벼운 인사만 하고 호텔에 머물렀다.
김태산 부장은 차에 올라 한숨을 푹 쉬었다.
‘다 틀렸어. BAFO는 먹히지 않았어…’ 그렇게 혼자 속으로 후회를 하면서 공항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그래도 사람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은 잊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 실망한 목소리였다.
‘아이대로 끝나는 건가?’
제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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