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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대 May 23. 2018

과학자들의 협상 전략

-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협상 특강 

지난주 오창에 있는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KIRD)에서 과학기관의 리더급을 위한 "성과 향상을 위한 Negotiation 전략"이란 제목으로 세 번째 특강을 하고 왔다.



3월, 4월, 5월에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에서 주관하는 각 과학기술 기관들의 리더급을 위한 과정에 협상 분야에도 시간을 배정한 것이다. 


리더급의 경륜과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 협상이라는 주제는 오히려 전달이 더 잘 될 수 있다. 협상 분야의 특성 상 경험이 있지 않으면 협상의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과학 기술 기관의 리더 분들은 일생을 거의 과학 기술과 함께 한 것이어서 생각하는 방법이나 업무 방식에서의 특징이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한 협상 강의는 물론 좀 다르게 진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엔지니어, 과학기술자, 연구자 분들은 고등학교부터 이과로 나누어지면서 과학적인 사고와 어려운 공학적 미해결 과제를 해결하도록 교육과 업무를 해 왔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협상 전략이나, 협상 방법론은 과학적인 접근과 해설을 가미하면 더 잘 이해하신다. 


포항공대에서 대학원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느낀 점이다. (내가 있었던 대학원은 대부분 직장인이 휴직을 하고 왔기 때문에 이공계 교육을 거쳐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거의 일생을 이공계 계통의 교육과 업무를 해 오신 분들에게는 언어로 표현하는 강의보다 표나 그래프 그리고 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전달이 빠르다. 


이공계 계통의 교육과 업무를 해 오신 분들의 이런 특징을 얘기하면 모두 재미있어한다. 모두 같은 분야의 분들이 모여 있으며 그런 점을 잘 느끼기 어렵기 때문일 수 있다. 





 교재와 실습 자료 -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 책은 마지막에 선물용으로 전달한다. 1, 2기수는 미처 책 선물을 전달하지 못해 미안하다. 


1. 강의 시작은  협상 기술과 역량의 중요성부터


요즘처럼 협상 뉴스가 많은 때도 없다. 북핵 문제 협상, GM 군산 협상, 여야 협상 등 모든 문제들에는 항상 협상이 따른다.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뉴스에서는 북미 협상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 협상과 관련하여 각 나라들의 이해관계 등을 설명하면 모두 귀를 기울인다. 이번 강의에서는 시간 관계상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했다.


연구기관에서 오신 분들에게 R&D를 통하여 노력한 성과가 협상 테이블에서 너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는 점을 설명하면 공감한다. 


실제로 R&D를 통해 많은 연구자들이 밤새워 연구를 하지만 실제로 성과로 이어져야 하지 않고, 계약 협상이나 클레임 협상 등에서 모두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임팩트가 너무 크다는 점이 협상 에서의 기회 이자 위기인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점을 나는 "Negotiation Leverage Effect"라고 이름 짓고 있다. 

협상이라는 업무(work)가 실제로 나타나는 효과는 leverage라는 용어를 쓸 만큼 예상보다 매우 크다는 것이다. 



2. 사람과 문제를 구분한다. AI시대 지만 가장 잘 모르는 것이 사람에 대한 부분이다. 


협상의 기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로죠 피셔, 윌리엄 유리 공저의 Getting To Yes 의 원칙화 된 협상법을 설명해야 한다. 


그전에 자신들의 협상 성향을 짧은 서베이로 통계 조사를 한다. 

어느 기관을 가나 유사한 성향이 나타난다. 대부분 자신의 성향에 동감을 하는데, 실제 어느 성향이 협상에 더 좋은 가를 질문하면 자신의 성향과는 다른 대답을 한다. 


강의를 하면서 중간중간에 이러한 짧은 서베이를 추가하면 몰입도가 훨씬 높아진다. 특히, 자신이 예측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면 더 몰입을 하게 된다. 


서베이 결과를 여기서 설명하면 재미없으므로 패스..


사람과 문제를 구분하라. 


이 장은 특히 사람에 대한 탐구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협상이 문제에 대한 충돌에서도 오지만 많은 부분들이 사람 자체의 오류 혹은 특성에서 기인한다. 사람은 세 가지의 문제 혹은 불완전함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인식의 차이, 감정 관리 상의 문제, 커뮤니케이션의 오류이다. 


인식

사람은 누구나 자라온 환경, 지식, 경험 들이 모두 다르고 생각하는 관점 (Perspective)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문제나 사건을 접하더라도 다르게 인식한다. 


나도 실무를 겪는 동안 상대가 나와 인식이 다를 것이라는 점을 통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이 부분을 설명할 때는 선택적 집중 (Selective Attention)이라는 이론을 실제 동영상을 통해 전달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실제 실감하게 된다. 자신도 업무를 하거나 협상 중 자신이 듣고 싶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점을 동의하게 된다. 


감정

인간은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감정에 영향을 주는 다섯 가지는 자율성, 감사, 지위, 역할, 소속감이다. 다니엘 샤피로 교수가 연구를 통해 밝혀낸 부분으로 이 다섯 가지를 포함한 사례와 포함하지 않은 사례를 구분하여 설명해 준다. 


커뮤니케이션

같은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사람들은 말을 주고받을 때 정확하게 서로 소통한다고 착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지를 잘 못 전달하거나, 혹은 상대가 제대로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잘못 이해하거나 혹은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세 가지 인식, 감정, 커뮤니케이션 상의 문제들은 어느 하나 혹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상호 간의 문제에서의 충돌이 없더라도 협상은 진전이 없거나 더 나빠질 수도 있다. 



3. 양보하거나 상대를 압박하지 않고 합의에 이르는, 원칙화 된 협상법 (Principled Negotiation)


협상을 하면서 힘이 약하다고 해서 양보하면 손해를 보게 되고, 힘이 더 강해서 상대를 압박하면 관계가 깨어 지거나,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고 혹은 더 나은 협상을 오히려 스스로 막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원칙화 된 협상법은 상대가 약하든 강하든 (특히 강해 보일 때라도) 상대와 협상하면서 서로 간에 양보 없이 더 가치 있는 협상을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상대와 나은 숨은 이해관계 (Underlying Interest)


대부분의 협상은 입장대 입장의 설전으로 이어 진다. 상대를 압박하기도 하고, 설득하려고 시도하기도 하면서 더 많은 논리와 근거를 대면서 상대의 입장을 굴복시키려 한다. 그러나, 둘이 지치거나 시한이 되면 서로 간의 적당한 중간 부분에서 타협을 한다. 


바로 제로 섬(zero sum)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상을 분배적 협상이라 한다. (Distributive Negotiation)


그러나, 누구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협상의 해결점을 좀 더 가치 있는 방향으로 찾을 수도 있다. 이해관계는 서로가 가진 욕구, 욕망, 걱정, 근심 혹은 불안한 것을 통칭하는 것이다.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인생에 대한 깊이가 있는 분들일수록 이해관계에 대하여 좀 더 잘 통찰한다. 


실습을 할 때 이 부분에 대한 탐색을 하도록 하지만, 실제로 진행해 보면 거의 대부분이 첫 번째 실습에서는 상대방의 이해관계를 파악하는 대화를 하는데 실패한다. 결국, 상대의 이해관계를 파악하는 대화의 훈련이 필요한 점이다. 


(Interest를 이해관계로 번역하니, 이를 인간관계 relationship으로 잘못 해석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 



창의적 옵션(Creative Option)의 제시


상대의 이해관계를 알게 되면 서로가 주장하는 입장 대신 더 나은 옵션을 개발할 수 있다. 


옵션은 분야마다 다르고, 기관이나 회사마다 다르므로 일괄적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상대의 이해관계를 탐색하고 해석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만족시키는 옵션을 제시하는 것 또한 어렵다. 이런 점에서 상당한 창의성이 요구된다. 


협상의 기술에 대하여 잘 모르는 분들은 협상이 말을 잘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의 의도나 이해관계를 잘 해석해 내고 이를 만족하는 창의적 옵션을 제시하는 것에 능한 사람들이 협상을 잘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분들이 협상의 기술과 역량에 대하여 잘 못 알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안타깝다)



객관적 기준으로 옵션을 결정 

옵션에 대하여도 상호 간에 결정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만일 서로 간에 옵션의 결정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주관적인 해석에 따른 또 다른 입장의 대결구도로 가기보다는 객관적 기준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객관적 기준의 해당되는 산업계의 기준, 전문가의 객관적 기준 등이 있을 수 있다. 


BATNA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나와 상대가 택할 수 있는 각자의 대안(Alternative)이다. 대안이 없을 수도 있고 아주 다양한 대안이 각자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대안 얼마나 양질이고 경쟁력이 있는가가 협상 테이블에서의 파워를 결정한다. 

BATNA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상세히 설명하고 여기서 이만 줄인다. 


4. 실습의 진행 - 1:1 롤 플레이 (Role Play)와 해설 (Debriefing )


이번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에서 사용한 실습 케이스는 어느 기술회사에서 재무팀과 인재개발팀 임원 간의 예산 설정에 대한 양 자간의 협상 내용이다. 재무팀은 예산 증액에 대한 전사적인 한도를 설정한 상태이고, 인재개발팀은 그 한도를 넘어서 예산을 요구한다. 이 둘의 협상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서로 간의 이해관계와 BATNA를 분석하여 새로운 옵션들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이다. 실습을 하게 되면 강의장은 활기가 더욱 넘친다. 5분이 지나면 모두 자신의 역할에 몰입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몰입하게 된다. 


몰입감이 높을수록 더 좋은 협상 실습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협상이 끝나고, 각 팀(1:1 이므로 2명 한 팀) 마다 자신들의 협상 결과를 발표한다.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같은 협상 실습 케이스를 가지고 진행하더라도 항상 다른 협상 결과를 보여 준다. 사람마다 관점과 접근이 다를수록 더 많은 다양한 협상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협상 결과에 대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Lesson Learned 혹은 Lesson Take Away Point를 알려 준다. 


협상을 처음 배우는 분들에게 알려주는 기본 적인 Point는 나와 상대의 입장에 대한 대화에서 상호 간의 숨은 이해관계를 알아내는 대화로 옮겨 가야 한다는 것이다. 



5. 마무리 Wrap-up


이번 세 번에 걸친 과학기술인력개발원에서의 강의가 끝나고 대전에 있는 지인을 만나러 떠났다. 


협상 강의를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협상에 대하여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막연하다. 협상을 하러 가야 하는 일을 닥치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협상 기술을 익힌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자신의 머리 속에 협상 업무에 대한 하나의 프로세스를 심는 것이다. 협상 앱 혹은 협상 cpu를 하나 설치한다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이다. 


협상 교육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피드백 중 하나가 협상 분야에 이렇게 기술과 지식 체계가 있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만일 미리 알았더라면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하였을 것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협상 혹은 딜 은 누구나 일생 동안 자신의 업무와 개인 생활에서 수 없이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나 사회, 직장에서 잘 배워 보지 못한 분야이므로, 기회가 된다면 협상 기술을 반드시 배우는 것이 개인과 소속된 조직을 위해서도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끝.


www.snr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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