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화 : 혼란 속으로 -
이 이야기는 협상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어느 기업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 사실들의 조각들을 재 조합하여 각색한 것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가공한 것이나, 우리나라 기업 혹은 해외의 유수한 기업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실제 인물과 유사할 수도 있다.
1. 혼란 속으로
코니스 사의 사무실
이명식 차장은 오후 3시가 되면서 다소 힘이 빠진다. 매일 야근에 현재 진행 중인 솔라웍스 사와의 잔금 지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 보니 늘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는 것이다.
늘 아내가 비타민을 챙겨 주지만 그런 걸로는 정신을 맑게 유지하고 잠을 쫓기에는 부족하다.
이명식 차장은 잠깐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에너지 음료를 하나 사 먹는다. 그는 레드불이나, 핫식스를 사 먹지 않으면 이 시간 무렵을 버텨내기 힘들다.
편의점 의자에 걸터앉아 잠깐의 휴식을 취하면서, 핫식스 한 모금을 마시니 금세 생기가 도는 하다. 대용량 카페인의 힘이다.
‘이런 걸 사 먹으면서 버텨야 하니…’
이명식 차장은 스마트폰의 뉴스 검색을 해 본다.
스마트폰 창에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중국에 북한 제재 문제의 기사가 뜨면서 북한을 제재하지 않으면 중국에 무역보복을 할 수 있다는 기사가 떠 있다.
‘이것 참 바람 잘 날이 없네… 도대체 트럼프는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지? 무역보복이면 무역 보복을 하던지, 그리고 중국에 북한 제재를 요청할 거면 그렇게 강력하게 하던지’
한반도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한편 트럼트가 북한과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가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왜 언론들은 이런 걸 트럼프의 협상 기술인 듯 기사를 쓰고 있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나 원… 어서 빨리 해결이나 할 것이지 말이야. 트럼프가 협상의 기술을 잘 아는 대통령이기는 한 건가?’
이명식 차장은 의미 도모를 기사를 죽 읽고, 핫 식스 하나를 금세 다 마시고 사무실로 들어간다. 핫 식스 한 캔이 이명식 차장을 적어도 퇴근 전까지는 깨어 있게 할 것이다.
이명식 차장이 사무실로 들어오자 이를 발견한 김태산 부장이 쏘아본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건가?” 김태산 부장은 이명식 차장에게 다그친다.
“부장님 그게..” 이명식 차장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잔금 지급은 원래 8월 30일이었다. 지금이 10월인데, 상대방 회사는 아직 잔금을 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2월이 되면 자금 수요가 많아 지기 때문에 상대방 발주처에서 잔금 3,100억 원을 지급해 주지 않으면 코
니스는 심각한 자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사장이 알면 큰일 날 텐데...” 김태산 부장은 식을 땀을 흘린다.
“아 이 차장 이 문제를 내가 계속 팔로우하라고 했을 텐데..”
“이것 참 큰일이군.”
이명식 차장은 어떻게든 남은 시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해 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김 부장을 안정시킨다.
“부장님 제가 좀 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 보겠습니다.”
김태산 부장은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뾰족한 묘수가 없어 이명식 차장에게 더 이상 얘기를 이어가지 않는다.
코니스는 매출 1조 2천억 규모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20년 전 한국에서 IT 붐이 일 무렵 시스템 통합 사업 (System Integration)을 하면서 사세를 키워 왔고, 10년 전부터는 SI사업과 사업 개념적 구조가 유사한 EPC (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설계와 구매 시공을 함께 하는 사업 형태) 사업도 일부 수행해 왔다.
최근의 변화는 약 5년 전부터 태양광 발전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급락한 태양광 모듈의 가격으로 태양광 발전이 석탄화력보다 단가에서 경쟁력이 생기자 태양광 발전 사업들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는 것을 코니스의 경영층이 알아차리고 태양광 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코니스는 시스템 통합사업으로 커온 회사인 만큼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다른 어떤 것 보다도 기술이 없으면 코니스가 추구하는 사업 세계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임직원들은 공감하고 있다.
코니스의 임직원들 전문영역의 비율을 보면 기술 배경을 가진 임직원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는 경영 분야이고, 또 나머지 10%는 법학이나 인문학 분야의 임직원이다.
그렇다 보니, 회사의 대부분의 소통 언어는 기술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인지, 오직 기술력만이 중요한 때는 코니스가 승승장구하였고 기술 이외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리스크와 사업 경 영적인 요인이 작용할 때는 적자를 보거나 어려운 적이 많았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에도 코니스의 임직원들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어려움으로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김태산 부장은 태양광사업 본부의 영업을 책임지고 있다.
김태산 부장이 맡은 역할은 코니스가 새롭게 시작한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다.
현재는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30메가 와트 수준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는 세계 최대 회사들과는 경쟁이 되지 않겠지만 비슷한 규모의 회사들과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사업 추진력으로 경쟁에서 이기고 있다.
김태산 부장이 역점을 두는 것도 기술이다. 기술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어떤 사업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 부장의 또 하나의 역할 중 하나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계약 내용대로 적정 시점에 대금 지급이 원활하도록 상대방과 조율하는 것이다.
그런 김태산 부장에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함께 일하는 이명식 차장이 계약 내용만을 너무 믿는 나머지 상대방 이하는 행동이나 조치에 대하여 감정적인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명식 차장은 언제나 정확하게 일 처리를 하는 점은 매우 장점이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계약 내용을 꼼꼼히 잘 보지 않을 수가 있는데, 계약 조건 하나하나 모두 꼼꼼히 살피는 것은 언제나 이명식 차장이다.
이틀이 지나고 김태산 부장은 다시 이명식 차장을 불렀다.
“이 차장, 어떻게 좀 알아보았나요?”
“부장님, 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쪽에서는 지금 우리가 계약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김 차장 무슨 말이야, 계약 조건을 제대로 확인하는 건 당신 전문이지 않은가?”
“부장님 근데, 저 상대는 우리가 승인받지 않은 태양광 패널을 사용했다고 하는 주장입니다.”
김태산 부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처음부터 패널 패널 하더니 결국 패널이 속을 썩이는 구만.”
상대방은 다름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의 솔라 웍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태양광 발전의 비중을 올리고 있는데, 코니스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그간 쌓아온 코니스의 실적과 사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발주를 해 준 것이다.
태양광 패널 부분은 태양광 발전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어서 발주처의 승인절차를 거치는 것은 상대방이 중요시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코니스는 분명히 승인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대방이 승인을 문제 삼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렇다고 이를 따지기 시작하면 다른 문제들도 줄줄이 엮어서 나오기 때문이 이런 민감한 때에는 함부터 따지기 어렵다.
“이 차장 그러면 빨리 상대와 미팅 일정을 잡아서 한번 협의를 해야겠네.” 김태산 부장은 그나마 원인이 밝혀진 것에 안도한다.
“부장님 저 그럼 준비를 하겠습니다.”
이명식 차장은 김태산 부장을 겨우 안심시켰다고 생각한다.
이명식 차장은 그러나 매우 불안하다. 다름 아니라, 태양광 패널에 과연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불명확하고 계약 위반 문제가 과연 그 때문인지 그리고, 잔금의 지급이 그것과 과연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현재, 태양광 발전소는 완공되어 원하는 대로의 전력이 생산되고 있고 테스트 결과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식 차장은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려고 함께 일하는 최수진 대리에 전화를 했다.
“최 대리, 지금 사우디 태양광 발전소 건과 관련해서 법무팀과 상의를 해 보았나?”
최수진 대리는 전화를 받고 흠칫하면서, “저 근데 법무팀 캐서린 변호사님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태양광 패널 문제는 일단 사업부에서 확인할 사항이기도 하고, 계약서를 검토할 때 이 부분에 대하여 사업부에 프로젝트 진행 때 확인을 하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전달했다고 하는군요.”
이명식 차장은 전화기를 집어던질 뻔했다.
“아니 법무팀은 언제나 문제가 생길 만하면 발을 빼려고 해. 누가 자기들 책임지라고 했나!”
이명식 차장은 괜히 최수진 대리에게 화를 낸다. 최수진 대리도 잦은 야근과 이번 일로 지칠 대로 지쳐 가고 있다.
“차장님, 저도 너무 화가 나요. 그동안 잘 진행되어 왔는데 마지막 이번 일로 문제가 되다 니요.”
“차장님 그런데 재무팀 박재화 상무님이 이번 일로 저희 사업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잔금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박재화 상무님이 이번 일의 책임을 저희 사업부에 …”
이명식 차장은 다시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다.
“최 대리, 이번 일은 우리 사업부에 중요한 사건 이야. 힘내서 잘 정리해 보자고.”
이명식 차장은 화가 났지만 일단 최 대리를 잘 다독거려야겠다고 생각한다. 최대리는 이번 일의 세세한 부분을 모두 알고 있어서만에 하나 퇴사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이명식 차장은 이번 일로 부장 진급이 늦춰진다면 아마, 당분간 승진은 거의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거 원 제대로 되는 일이 없네.’
최수진 대리는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긴다.
‘이제 더 이상 못하겠어… 늘 문제만 생기고 문제를 풀어 보기도 힘들고… 뭐가 뭔지 모르겠네… 이번에 또 사우디에 가서 우리가 읍소라도 해야 하나?’
최
수진 대리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 일 한지 벌써 8년이 지났지만 상대방과의 문제가 틀어지면 가장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회사 내에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고 누가 나서서 정리하는 사람이 없다.
혼자서는 일을 잘 하고, 기술 개발도 너끈히 하는 사람들이 상대방과의 문제가 틀어지는 순간 모두 얼어 버리면서 곧잘 무기력한 사람들이 되어 버린다.
‘내가 이런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그나마 최수진 대리는 교섭능력이 뛰어나서 상대방 회사와의 문제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문제 해결을 곧잘 하는 편이다.
최수진 대리는 잠깐 밖으로 나가 찬 공기를 마셔보려 했으나, 밖의 공기는 그다지 시원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약 100미터쯤 걸어가 자주 가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평소 잘 마시지 않던 에스프레소 한잔을 주문했다.
‘그래, 이 회사를 떠나야 할 때가 온 거야. 이번 일만 처리되면 사표를 써야겠어.’
최수진 대리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단숨에 들이켜고 멍하니 들어오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저 사람들도 회사생활이 힘들겠지?’
최수진 대리는 덩그러니 남은 에스프레소 빈 잔을 쳐다보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사무실로 다시 향했다.
박재화 상무 사무실
박재화 상무는 이번 연말의 자금 사정이 매우 걱정이 된다.
믿고 있었던 사우디에서의 대금 지급이 연말 이내 들어오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3,100억 원은 코니스 정도 의회사에는 큰돈일 뿐 아니라, 내년 초에도 들어올 자금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강무한 상무는 다른 방법도 고민해 보았지만 현재로서는 3,100억 원을 12월 말까지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박재화 상무는 이번 태양광 발전 사업을 진행한 강무한 상무에게 전화를 한다.
“강 상무님, 저 박재화 상무입니다. 이번에 사우디 잔금 건이 어떻게 진행이 잘 되어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박 상무님, 그렇지 않아도 저희 사업부에서 제1순위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강 상무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까요?”
“박 상무님, 이런 일에 우리 회사가 강한 편이 아니라서…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강 상무님, 최선이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건입니다.”
김태산 상무 사무실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긴 강무한 상무는 이번 일로 모든 화살이 자기에게 오는 것만 같다.
‘아니 회사의 사활이 이 잔금 문제에 걸린 건가? 평소에 도와주지도 않던 사람들이…’
도대체 문제가 무엇 인지도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잔금 지급을 지연하는 상대의 의도도 알기 어렵다.
‘이거 원 뭘 더 바라는 건가?’ 강무한 상무는 상대방의 저의도 의심스럽다.
고민을 하다 생각 끝에 캐서린 변호사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캐서린 변호사는 미국 이민 2 세로 미국 로스쿨을 나와서 뉴욕주 변호사가 된 명석한 사람으로 일처리가 논리적이고 명쾌하다.
다만 서류상의 일처리는 매우 뛰어나지만 사람들 간의 문제에서는 법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해서인지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는 평가이다.
김태산 상무 책상 위에는 여러 종규 색의 포스트잇이 올려져 있다. 간단히 메모한 포스트잇이 모니터 곳곳에 붙어 있다. 강태한 상무는 불안한 자세로 캐서린 변호사에게 전화한다.
“캐서린 변호사님, 강 상무입니다. 잘 지내시죠?”
강무한 상무는 언제가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캐서린 변호사에게 호감이 간다.
“아 강 상무님 안녕하세요. 이번 사우디 건으로 고생이 많으시죠? 제가 더 도와 드려야 되는데, 요즘 이런저런 법적 문제들이 산재하네요. 어떻게 사우디 건은 잘 진행이 되는가요?”
강무한 상무는 호감을 가지고 있음으로 캐서린 변호사의 말 한마디에 바로 기분이 상한다.
‘뭐라고? 이런…’
불쾌한 마음을 감추고 강 무한 상무는 캐서린 변호사에게 목소리를 낮추고 질문을 던져 본다.
“아 캐서린 변호사님 이번 건은 법적 대응이 불가능한가요? 우리가 크게 잘못한 부분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강 상무님, 이번 일은 법적인 분쟁으로 번지게 되면 우리에게도 불리합니다. 중재를 하더라도 시간이 상당히 걸릴 뿐만 아니라, 이번 계약은 중재 후에 소송도 가능해서, 상대와 소송으로 붙으면 어떤 일이 벌어 질지 아무도 장담 못하죠. 더구나 이번 일은 사업부 일이라 제가 관여하기에는 좀…”
김태산 상무는 책상 위에 놓인 아침에 내린 다 식은 커피를 마시면서 진정해 보려 한다.
“캐서린 변호사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시고 좀 더 도와주시면 좋겠는데요… 이번에 제가 신세를 좀 져야 할 것 같은데요.”
캐서린 변호사도 이런 일은 잘 관여해서 해결하기가 어렵다.
서류상의 검토나 문제 해결은 잘 하고 있었지만, 사람 간의 문제 거나 불분명한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해결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강 상무님 알겠습니다. 제가 좀 더 신경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강무한 상무는 전화를 끊고 불안함과 화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회사 내에서 아무도 자기를 도와주려고 하지는 않고 모두 책임을 피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하긴 자기들이 이런 일에 어떻게 하겠어. 모두들 책상머리에서만 일들을 하니 원…’
강무한 상무는 신입부터 기술개발부에서 일을 해오다 부장이 되면서 현재까지 사업부 일을 맡고 있다. 강무한 상무는 감정이 북받치자 갑자기 기술개발부에서 일하던 때가 또 생각나기 시작한다.
‘그때는 내가 성실하게 기술 개발만 잘 하면 되는 거였는데…’
강무한 상무는 퇴근 하 면서기 술 개발부 쪽을 바라보다 한숨을 쭉 내쉬고 건물을 나간다.
앞으로 코니스에 벌어질 일이 걱정이 된다.
‘이럴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우리 회사도 알고 있어야 하는데, 모두들 자기 일 들에만 몰두하니 원…’
막 차를 타려는데, 마이크 사장에게서 한통의 전화가 온다.
마이크 사장은 한국인이지만 젊은 시절부터 외국계 회사를 두루 다니면서 국제적 감각을 키워온 사람이다.
한국 이름이 있지만 업계에서도 마이크로 알려져 있어, 현재 회사에서도 마이크 사장으로 불린다.
마이크 사장은 평소에 코니스 사의 임원들이 제대로 협상을 하지 못해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니스 임원들은 늘 고객이면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늘 양보할 거면 누가 협상을 못하나? 나 원…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강 상무, 사우디 건이 심각해지고 있네.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는 것이 중요해. 빨리 협상팀을 꾸려서 사우디로 가서 문제를 해결하게. 중요한 건 상대가 원하는 걸 주는 거지요. 우리가 원하는 건 잔금을 지급받는 거 아시죠? 협상은 무조건 기브 앤 테이크!”
“네 사장님, 빨리 협상팀을 꾸려 보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보고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강 상무는 고민에 빠진다. ‘협상팀이라고? 상대는 닳고 닳은 솔라웍스 아닌가. 뭘 어쩌자는 거지?’
회사의 어려운 사정, 사장의 지시, 재무팀의 압력, 법무팀의 소극적 자세, 우리 사업부의 어려움 등등이 복합적으로 생각나면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 오르지 않는다.
사업부의 상무로서 직원들을 통솔해야 하는데 이런 일에 대해서 체계 있게 일을 배운 적도 없다.
강무한 상무는 고민에 빠진다. 자신이 어떻게 꾸려 나가는가에 따라 자신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팀의 위상 그리고 회사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캐서린 변호사 사무실
멀찍이 사무실에서 강무 한상무가 퇴근하는 모습을 창 밖에서 지켜보던 캐서린 변호사는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따라 강무한 상무의 어깨가 더 처져 보인다. 이럴 때 자신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지만 자신이 자신 있는 분야가 아니다.
자기에게 그래도 가끔 한 편이 되어 주는 분인데, 어깨가 축 처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갑자기 미국 로스쿨을 다닐 때 함께 공부했던 유학 온 존이 생각난다. 그는 자기처럼 서류 작업을 잘 해 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부딪히는 분쟁 거리에서는 늘 참신한 아이디어와 놀라운 협상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로스쿨에서도 언제나 분위기 메이커였다.
‘존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
늘 서류 작업에서 우수한 점을 보인 자신이지만 이럴 때 존이 친구처럼 도와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존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까..벌써 졸업한 지 15년이 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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