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야기:디자인 협상을 하라(2)

- 제2화 : 분노와 자책 -

by 이성대

협상이야기는 협상을 주제로 한 비지니스 협상 가상 스토리 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협상이야기: 디자인 협상을 하라 (1) 제1화 혼란 속으로" 부터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2. 분노와 자책


솔라웍스 아마드의 사무실


솔라웍스의 아마드 PM은 요즘 태양광 발전 사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요시하는 분야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근 전력 수요의 증가와 이를 감당하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중 태양광을 통한 전력 에너지 생산에 정부의 관심이 더해가고 있다.


아마드는 이번에 한국의 코니스사와 3년 전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실상 마무리 단계이고 잔금 지급을 앞두고 있다. 아마드는 잔금 지급이 지연되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사실 이는 아마드에게도 부담이 되는 것이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부당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함부로 잔금을 지급하기 어렵다.


계약이 완전히 위반된 것은 아니지만, 만일 코니스에 잔금을 지급하게 되면 코니스는 앞으로 솔라웍스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마드는 코니스 사는 성실하고 기술력도 있으며 솔라웍스가 향후 다른 프로젝트를 위해서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마드도 답답하다, 잘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문제가 생기니 답답하다.


아마드는 최종적으로 검수를 하면서 이번 태양광 발전 설비에 사용된 태양광 패널에 대하여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태양광 패널이 지난 수 년 동안 급격하게 가격 하락이 있었는데, 코니스 사는 이에 대하여 전혀 말이 없다.


더구나 태양광 발전 시스템 공사 완료로 잔금을 빨리 받고자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드 PM이 공사를 담당한 지 3년 정도가 지났지만 상대방 측의 김태산 부장은 문제가 없다면 현지 PM인 안성일 PM만을 보낼 뿐 그다지 소식이 없다.


아마드는 공급된 태양광 패널에 대하여 문제점을 발견했다.

태양광 패널이 과열될 경우 효율이 떨어지는 데, 그 효율이 떨어지는 정도가 때로 너무 과도한 것이다. 평균적으로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으나, 향후 더 확대되는 태양광 발전소를 생각하면 이 문제를 시급히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3년 동안 태양광 패널의 가격도 상당히 떨어져서 코니스 입장에서는 구매로 인한 경제적 수익을 더 보았을 것이라 의심한다.


아마드는 일단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검수 과정을 늦추어 잔금 지급을 미루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자 한다. 아마드는 안성일 PM에게 현재의 패널은 문제가 있다는 점 정도로 전달하고, 코니스 사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안성일 PM은 처음부터 태양광 사업의 PM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전기과를 졸업하고 시스템 통합 SystemsIntegration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발전소 사업 관리를 한 베테랑 엔지니어이다.


안성일 PM은 사실 아마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아마드는 수시로 자기를 불러내어 향후의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하여 물어보는 것이 많은데, 정보를 캐내려는 것인지 간혹 의심이 가기도 한다.


“안 PM, 지금 발전소 완공은 되었지만 패널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성일 PM은 아마드가 평소처럼 또 트집을 잡으면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를 하는 것 같다.

불쑥 화가 날 것도 같지만, 겨우 표정을 안정시키면서 안성일 PM은 부드럽게 다시 되물었다.


“아마드, 음글쎄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공급된 패널은 서로 확인했던 것 아닌가요?”


“안 PM,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런 부분이 아닌데요. 일단 패널 부분에 대해서 서로 얘기를 좀 해야겠으니 코니스의 김태산 부장님이 좀 왔으면 합니다.”


안성일 PM은 김태산 부장이 사우디 현지로 오는 것에 대하여 마음이 걸린다.

김태산 부장의 성격상 또 자신에게 책임추궁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사가 끝나고 이제 마무리해야 하는 마당에 아마드가 하는 얘기가 도무지 탐탁지 않다.


이제 마무리하고 곧 한국에 돌아가려는 생각만 하고 있던 차에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드, 패널에 대해서는 사실 그렇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일인가요? 저와 얘기하면 어떨까요?”


아마드는 안성일 PM이 평소처럼 협의하기보다는 잘못이 없다는 방어용 멘트를 하는 것 같아 언짢아지기 시작한다. 아마드는 평소에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지만 상대가 내가 원하는 말을 하지 않거나, 방어적인 말을 하면 금세 감정이 상하는 편이다.


“그건 안 PM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요. 일단 김태산 부장님을 좀 와 달라고 해 주세요!”

갑자기 아마드의 목소리 톤이 약간 올라가자 안성일 PM은 다소 움찔한다.


‘뭐야 이거 또 성질내는 건가? 참 피곤하게 되었군…’


안성일 PM의 사무실


안성일 PM자기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서 시원한 바람이 천장으로 통해 흘러 내려왔지만 통 시원하지 않다. 이제 다 끝나가는 마당에 무슨 일이 벌어 질지 자신도 잘 모른다.


사실 안성일 PM은 사우디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거의 쉬지를 못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휴일도 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사우디에서 어디 가서 저녁 같이 먹을 친구도 없었다. 이제 스트레스는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안성일 PM은 시원하지도 않은 사무실을 잠깐 나와 밖으로 나갔다. 한국에서처럼 밖으로 나오면 뭔가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 것 같았다. 그리나, 밖으로 나오자 얼굴을 덮치는 후끈한 바람이 불어왔다.


‘아 한국이 그립구나. 아직 한국 가는 출장 건이 없어서 어떡하지?’

안성일 PM은 한국에서의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그리웠지만 어떻게든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안성일 PM은 사우디 지역의 직원들과 일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협상 기술이 한국에서의 동년배들이 가진 협상 기술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안성일 PM이 나중에야 한 사실이지만, 아랍 지역은 예전부터 무역 거래가 많아 상인들의 협상술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 협상술의 수준은 아랍 지역의 20대 청년이 한국의 산전 수전다 겪은 50대 사장님들과 비슷하다고 한다.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자 때문인지 아니면 어릴 때부터 배우는 집안에서의 협상술 때문인지, 안성일 PM은 아마드와 협상을 할 때도 항상 뭔가 잃은 느낌이다. 아마드는 뭔가 잘 알고 있는 듯 안성일 PM을 리드했고, 안성일 PM은 늘 뭔가 좇기 듯이 협상을 했다.


안성일 PM은 한국에 돌아간다면 늘 먼저 하고 싶은 것이 협상을 한번 제대로 배워 보는 것이다.

전화기를 들고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의 김태산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장님, 저 안성일 PM입니다. 잘 지내셨죠?”

“아 안 차장, 그래 거긴 어떤가?”


“네 여기는 이제 마무리되고 있는데, 좀 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태산 부장은 마침 협상팀을 꾸려 잔금 지급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판인데, 와 달라는 얘기가 오히려 걱정이 된다.


‘이거 상대방이 뭔가 선수 치는 거 아닌가?’

“안 차장, 그 패널 문제인가? 그것 때문에 잔금 지급이 안 되는 건가?”


“부장님도 어느 정도 아시는군요.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드가 일단 부장님을 오시라고 하니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태산 부장은 혼란스럽다. 잔금 지급 문제를 해결하러 협상팀을 꾸려서 가야 하는데 상대가 먼저 와 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 더 마음에 걸린다.

“알겠네, 우선 이 곳에서도 이번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하니, 안 차장이 최대한 정보를 정리해 보게.”

코니스 사의 사무실


김태산 부장은 자신에게 협상팀의 구성과 준비를 요청한 강무한 상무에게 전화를 하면서 일이 좀 꼬일 수도 있

겠다고 보고 하려 한다.


“상무님, 김 부장입니다. 상대가 와 달라고 먼저 얘기를 해 왔습니다.”

“뭐라고, 먼저와 달라고, 이거 문제가 심각한 거 아닌가?”

“글쎄,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안 차장이 그쪽에서 정보들을 더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강공으로 나올 것 같은데…”

“상무님, 우리 쪽에서 뭔가 줄 것을 미리 준비해 가야 하는 건 아닐까요? 이러다 해라도 넘기면…”

“그런 소리 하지 마!!”


강무한 상무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커졌다.


“김 부장, 좀 더 서둘러야겠네. 팀원들 모두 모아서 일단 출장 일정부터 잡고 그 사이에 준비해서 떠나자구. 나도 이번에 함께 가겠네.”


전화를 끊고 나서 김태산 부장은 어깨가 더 축 처진다.

‘이런 잘못하면 내가 다 뒤집어쓰겠는데…’


김태산 부장은 지난해 회사에서 명예퇴직 프로그램이 돌 때 회사를 나갈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닥칠 일들이 걱정이 된다.


김태산 부장은 결혼을 좀 늦게 한 탓인지 외동딸이 아직 중학교 1학년이다. 딸이 대학을 들어갈 때 까지는 적어도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늘 마음이 초조하다.


김태산 부장은 늘 함께 고생하는 이명식 차장을 부른다

“이 차장 우리 좀 더 서둘러야 해!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네. 와 달라고. 일단 되는 대로 준비해서 떠나세. 지금 최 대리가 상대방과 협의할 내용 준비하고 있겠지?”


이명식 차장은 이런 일로 또 스트레스를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일단 최수진 대리와 현재까지 정보로 상대방을 만날 준비를 한다.


상대방이 전해온 정보는 현재까지는 태양광 패널 부분이다.

그렇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른 부분의 문제는 없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 보기로 한다.


“최 대리, 사흘 후에 출장을 가야 할 것 같아. 우선 준비된 정보로 상대방 대응할 준비를 하지.”


최수진 대리는 아직 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했는데, 우선 출장 가자는 말이 못마땅 하기는 하지만 일단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보기로 한다.


이번 회의에는 캐서린 변호사도 함께 출장을 떠났다. 사업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계약 조건 상의 문제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이 시급하고 중대한 만큼, 각 자가 출장 신청을 하자 회사에서는 순식간에 승인이 났다. 회사 내 여행사도 비행기며, 호텔이며 빠른 속도로 예약을 처리했다. 만에 하나 누구라도 늦으면 이번 문제에 대한 책임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한 치의 오점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출장자들의 일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최수진 대리는 아직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도 출장 일정에 맞추어야 한다.


‘치 이런 일은 순식간에 승인이 나는군. 그나저나 이거 또 비행기 안에서 일해야겠는데? 이번에는 제발 옆자리에 조용한 사람이 타야 하는데.’


최수진 대리는 지난번 출장 때는 옆자리에 탄 두 사람이 비행시간 내내 떠들면서 자리도 뒤척여서 거의 일을 하지 못해 호텔에서 밤늦게 까지 일한 경험이 생각났다.


‘아 회사에서 이럴 때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예약해주면 안 되나? 비즈니스 클래스는 일도 하기 좋던데.’

최수진 대리는 지난번 한국으로 돌아오는 출장에서는 운 좋게도 비즈니스로 항공사에서 자동 승급해주어서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자리가 편해서 인지 신이 나서 인지 널찍한 비즈니스 자리에 앉아 출장보고서까지 마치게 되었다.


‘그때는 식사도 맛있던데… 식사 그릇도 모두 플라스틱이 아닌 사기그릇에 유리잔에 말이지’

최수진 대리는 이번에도 비즈니스로 승급해 주는 행운을 기대하면서 출장 준비를 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의 홀리데이 인 하프 문 리조트 호텔



공항까지는 안성일 PM이 마중을 나왔다.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도 표정은 어두웠다. 긴장감이 감돌기까지 하면서 모두 차에 올랐다.


안성일 PM은 자신이 어디까지 얘기해야 하는지 잘 몰랐지만, 대체적인 분위기와 돌아가는 상황들에 대하여 설명했다.


강무한 상무는 듣는 둥 마는 둥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하였다.


차가 홀리데이 인 호텔에 도착하고, 일행은 미팅 룸으로 향했다. 호텔에 딸린 수영장에서는 출장객인지 휴가 온 사람들이 즐겁게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호텔 안은 다행히 시원하고 쾌적하였다.


미팅룸에 들어서자 아마드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만나려는 사람 같지 않다. 얼굴로 봐서

는 서로 즐거운 얘기를 나눌 듯 한 표정이다.


아마드는 솔라웍스의 담당 변호사와 함께 참석하였다.

“이거 오랜만입니다.”


아마드가 강무한 상무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어이구 그간 잘 지내셨지요?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허허.”

서로 인사를 건네고 간단히 라포 Rapport를 형성하는 스몰 톡 Small Talk이 오간다.


아마드는 현재 한국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한국의 상황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마드가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 보지만, 한국에서 온 코니스 사의 사람들은 별로 얘기를 길게 이어가지 못하고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강무한 상무는 아마드가 무슨 얘기를 꺼낼지 계속 초조하기만 하다.

‘어서 본론부터 얘기하시지? 사람 불러 놓고 뭔 시시한 얘기 하시나?’


강무한 상무는 아마드의 저런 넉살도 이번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하다.


한국 코니스 사 사람들이 별 반응이 없자 아마드는 본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마드가 먼저 얘기를 꺼낸다.

“상무님이 직접 오셨으니까, 상무님께 말씀드리지요. 현재 태양광 발전소 공사는 완료되었지만 패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강무한 상무는 문제없다는 듯이, “네 저희도 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번에 정리해서 서로 문제없도록 할 예정입니다. 안 그런가 김 부장”


마치 공이 김 부장에게 넘어온 듯하다. 김 부장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낸다.


“네, 아마드 씨, 이번에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해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아마드가 기분이 상할까 아주 상냥하게 말을 꺼낸다.


“이번에 안성일 PM도 함께 있지만 사실 큰 문제없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번거롭게 해 드려 송구합니다.”

아마드는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첫째로는 태양광 패널이 과열되면서 발전 효율이 너무 떨어져서 문제라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계약 후 예상보다 패널 가격이 더 급격하게 떨어졌는데 이러한 점에 대하여 서로 협의를 하였으면 한다는 것이다.


아마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이면서 조분 조분 하게 설명을 마쳤다.

이 설명을 모두 듣고 있던 캐서린 변호사는 한마디 거들게 되었는데, 캐서린의 한 마디가 아마드를 거슬리게 하였다.


“아마드 씨, 잘 아시고 있겠지만 우리 계약서에 따르면 패널이 과열되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명시가 되어 있고, 지금의 상태는 수용할 만한 정도의 감소입니다. 그리고, 패널 가격 하락에 대해서는 저희도 계약에 명시된 바가 없어서…”


아마드는 침착하게 말하던 목소리 톤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솔라웍스의 변호사도 뭔가 귓속말로 아마드에게 건넸다.


솔라웍스의 변호사가 귓속말로 아마드에게 전달한 내용이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코니스 사에게 온 사람들에게는 불쾌하면서도 불안한 것이었다.

아마드는 다소 격앙되기 시작한 목소리로, “아니 이렇게 나오신다면 저희도 법대로 계약대로 할 수밖에 없군요. 미안하지만 오늘은 이만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김태산 부장이 아마드를 진정시키고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지만 아마드의 감정만 더 상하게 할 뿐이었다.


호텔 코니스 사 회의실



급하게 끝나게 된 미팅에 강무한 상무는 급히 아마드에게 인사를 하고 일행들과 호텔의 다른 회의실에서 미팅을 소집하였다.


일행 모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강무한 상무는 흥분을 했는지 침을 삼키면서 말을 꺼낸다.

“캐서린 변호사님 너무 직설적으로 얘기하신 것 아닌가요?”


캐서린 변호사도 자기 때문에 분위기가 급랭한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회사 변호사로서 중요한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에 말을 꺼낸다.


“그렇지만, 강상무 님! 우리에게 책임이 없는 부분을 그대로 인정하면 회사가 나중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서 얘기한 것 뿐인데요. 아마드 씨가 왜 그렇게 감정적으로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이때, 한국 사무실에서 강무한 상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박재화 상무다.

“강 상무님, 어떻게 사우디 가신 일은 잘 해결이 되었나요? 여기 사람들이 소식을 기다리는데요?”

박재화 상무는 친절해 보이는 목소리로 강무한 상무에게 전화하였지만, 강무한 상무에게는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로 들린다.


“박 상무님, 여기일은 제가 잘 정리해 볼 테니 너무 이러지 마십시오!”


감정을 억누르느라 애를 썼지만 하는 수 없이 감정이 전달된다.


강무한 상무는 감정이 점점 달아오르면서 함께 온 김태한 부장, 이명식 차장, 최수진 대리를 쏘아보면서 다그치는 목소리로,

“아니 내가 좀 완벽하게 준비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이게 뭡니까!”

최수진 대리는 당장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는다. 이렇게 잘못되어가는 상황에서 그만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던 캐서린 변호사는, 강무한 상무에게 한마디 한다.


“강 상무님, 이게 누구 잘못은 아니지 않나요? 왜 직원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시죠? 발주처가 해달라면 다 해주어야 하나요? 우리가 협상하러 온 건가요 아니면 아마드 비위 맞추어 주려고 온 건가요!”


“캐서린 변호사님, 이거 말씀이 좀 지나치군요, 오늘 문제가 더 커진 건 캐서린 변호사님 때문인 거 같은데요!”

강무한 상무는 감정이 점점 고조되면서 점차 안정을 잃어 간다.


캐서린 변호사도 사무실 안에서는 냉정하고 침착하지만 사람들과 언쟁이 붙기 시작하면 누구보다 흥분되면서 침착함을 금세 잃어버린다.


“강 상무님, 이럴 거면 혼자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제 역할만 하겠습니다!!”

이 모습을 보자 최수진 대리는 겁을 먹었는지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냉정한 이명식 차장도 착잡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자신이 상황을 수습하려 한다.


“상무님 제가 좀 더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소홀한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태한 부장이 소리친다.


“이 차장 가만있게. 내 잘못이니.”


강무한 상무는 눈을 어디에도 맞추지 못하고 회의실을 나가 버린다.

‘아, 여기까지 인가? 부하 직원들 앞에서 제대로 통솔도 못하고…’


회의실에 남은 김태산 부장은 머쓱해진다.

“캐서린 변호사님, 오늘은 이만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협의를 하시지요.”

방으로 돌아온 이명식 차장은, 내심 캐서린 변호사의 말이 옳은 얘기라고 생각하고 찬성하면서도 그런 얘기를


그렇게 직설적으로 전달한 것에 대하여는 다소 실망스럽다.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나?’


그리고, 눈에 눈물이 고인 채 호텔 방으로 돌아간 최수진 대리도 마음에 걸린다.


‘그 친구, 이런 일로 설마 그만두는 건 아니겠지?’


다란 공항



한국으로 돌아가는 공항으로 가면서도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마땅히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고 그렇다고 아마드의 말을 다 들어주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무한 상무는 게이트 앞에 모인 직원들과 캐서린 변호사에게 마음을 좀 가라앉힌 상태에서 조용히 말을 건넨다.


“자 모두들 수고했어요.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힘내서 대책을 세워 봅시다. 캐서린 변호사님도 어제는 미안 했습니다. 함께 도와 주십시오!”


캐서린 변호사도 어제 일이 좀 미안한 듯 팔을 매만진다.


“네 네, 저도 한번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보딩이 시작되자 각자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강무한 상무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그래, 이런 일을 헤쳐나갈 기술도 필요했었는데, 우리 회사가 이런 부분의 역량을 진작에 키웠어야 하는데…이런 역량을 협상 기술이라고 하나 뭐라고 하나 허허’


강무한 상무는 헛웃음이 나오는 자신을 스스로 생각하면서 코니스사의 앞날을 다시 한번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러다 나를 포함해서 모두 번-아웃될 수도 있겠어. 빨리 이 위기를 탈출해야 할 텐데.’


캐서린 변호사는 자신이 좀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 내 가이런 일에서 좀 더 역할을 잘 하면 좋을 텐데… 너무 서류만 의존하면서 살았어…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나?’


문득 캐서린은 예전 로스쿨의 동문 존이 생각났다.


‘그래! 존에게한번 전화해 보자.’


제2화 끝


다음


-제3화: 방법을 찾아가다. 원칙과 체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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